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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늬만 '안전 지킴이집'…겉도는 아동 성폭력 예방책

<앵커>

아동 성폭력 범죄의 70% 이상이 학교에서 반경 2km 이내에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 학교 주변은 과연 안전할까요? 정부가 아동 성폭력을 막기 위해 각종 예방 대책들을 세워 놨지만, 대부분 겉돌고 있습니다.

신승이 기자입니다.



<기자>

서울의 한 초등학교 앞.

'아동 안전 지킴이 집'이라는 간판이 붙어 있는 문구점을 찾아가 그 뜻이 무엇인지 물어봤습니다.

[아동안전지킴이집 업소 주인 : ('안전 지킴이 집'하고 있지 않아요?) 우리가요? 우리는 아닌데… 안전지킴이집은 아니에요. 우리가 여기 인수한 지 한 달이 안됐어요. (표지판은) 붙여 놓기만 했겠지. 자세히 나도 뭐… 잘 모르거든요.]

지난 2008년 도입된 '아동 안전 지킴이 집'은 범죄 위험에 처한 아이가 도움을 요청하면 임시 보호하는 역할을 맡도록 학교 주변 지역에서 운영하고 있는 제도입니다.

하지만 이 간판이 붙어 있는 한 치킨가게는 하교 시간에 아예 문이 닫혀 있습니다.

[안전지킴이집 치킨가게 주인 : 배달하는 곳은 낮에 특성상 10분 정도라도 문을 잠궈 놓고… 아이들 등하교하는 학교 길은 아니에요. 우리 가게 앞 같은 경우는…]

아동 안전 지킴이 집은 전국에 2만여 곳이나 지정돼 있지만 사실상 무용지물입니다.

[학부모 : (그런 거) 잘 몰라요. (불안하니까) 애들 엄마가 매일 아이들 데려다 주고 데려오고 그래요.]

학교 주변을 노인들이나 퇴직경찰관이 순찰하는 '안전 지킴이' 제도도 시행 중이지만 학교나 학생 수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고평기/서울지방경찰서 여성청소년계장 : 봉사활동 개념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급여주는 게 아니고 나이가 고령화되는 거고요.]

그동안 정부가 쏟아낸 이동 성폭력 예방대책만도 70개가 넘지만 실효성은 의문입니다.

[이미정/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 비슷비슷한 게 많은 거예요. 경찰이나 보건복지부, 교과부가 갖고 있는 지킴이 제도도 있고, 또 각 지자체가 별도의 다른 유형의 지킴이와 비슷한 것을 갖고 있어요.]

중복된 제도를 정비하고, 지역시민 사회가 촘촘한 감시망을 구축하는 게 시급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합니다.

(영상취재 : 주  범, 박영일, 영상편집 : 이승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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