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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김정은의 딜레마…북한은 핵실험을 할 것인가?

[취재파일] 김정은의 딜레마…북한은 핵실험을 할 것인가?
북한이 4월 13일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기 전부터 핵실험을 준비해 왔던 것은 다분히 외부를 향한 메시지를 의식한 것이었다. 미국이 위성을 통해 핵실험장인 ‘함북 풍계리’를 관찰하고 있는 것을 버젓이 아는 상황에서, 핵실험을 공개적으로 준비한 것은 국제사회를 압박하는 의미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장거리 로켓을 발사한 뒤 우리를 압박하면 우리는 로켓 발사보다 더 한 것을 할 수 있다’ ‘우리가 이번에 핵실험을 한다면 또 플루토늄 핵무기를 터뜨리겠는가. 우리가 우라늄 농축 작업을 진행중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라’와 같은 것이 아마도 북한이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였을 것이다.

하지만, 로켓 발사 이후 북한을 비난하는 유엔 안보리 의장 성명이 신속히 채택되고, 북한의 핵실험이 언론을 통해 기정사실화되면서 ‘3차 핵실험 카드’는 이제 북한의 선택을 어렵게 하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는 형국이다. 국제사회가 북한의 핵실험을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로 간주하면서 ‘3차 핵실험’은 카드로서의 의미를 상당 부분 상실했고, 중국까지 가세해 북한의 핵실험 중단을 촉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으로서는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 얻을 수 있는 이득이 핵실험으로 인한 손해보다 큰 지를 따져봐야 하게 됐지만, 그렇다고 지금까지 준비해 온 핵실험을 중단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 됐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북한이 핵실험을 하려 할 경우, 가장 부담이 되는 부분은 중국의 반대이다. 중국은 북한의 3차 핵실험이 거론되기 시작한 때부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다가 최근에는 ‘북한의 핵실험에 반대한다’는 명시적인 입장을 표명하기에 이르렀다. 장거리 로켓 발사 이후의 안보리 의장 성명에 중국이 적극적으로 참여한 것도 ‘북한이 핵실험까지 갈 경우 그냥 있지 않겠다’는 경고의 의미로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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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새로이 권력을 잡게 된 김정은의 입장에서는 권력을 안정화시키기 위해 중국의 도움이 절실하다. 지금 북한의 생명줄은 사실상 중국이 쥐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핵실험을 실시하더라도 일각에서 제기하듯 중국이 원유 공급을 중단하는 사태로까지는 가지 않겠지만, 권력기반이 확고하지 않은 김정은 정권에 대해 중국이 불편한 행동을 보인다면 김정은으로서는 부담일 수 밖에 없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에 와서 핵실험을 포기하는 것도 김정은에게는 부담이다. 북한이 핵실험을 준비해 왔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인데, 북한이 갑자기 핵실험 카드를 접는다면 이는 누가 보아도 국제사회의 압력에 굴복한 것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후퇴는 단순히 ‘창피를 한번 무릅쓰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군부를 비롯한 북한의 파워 엘리트들이 김정은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하고 있을 것인데, 국제사회의 압력에 굴해 후퇴하는 모습은 리더십의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김정은으로서는 새로이 권력을 잡은 입장에서 ‘외부의 제국주의 세력에 굴하지 않는’ 대범하고 담력 있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는 것이다.

결국, 김정은에게 ‘3차 핵실험을 강행할 것인가’의 선택은 어떤 경우라도 부담으로 다가올 수 밖에 없다. 핵실험의 기술적 준비가 거의 끝나고 정치적 선택만 남았다는 지금, 김정은으로서는 마지막 주판알을 튀기며 손익을 저울질하고 있을 것이다. 로켓 발사 실패처럼 김정은의 이번 선택이 정치적 상처를 가져오게 될 지, 아니면 김정은이 이번 국면을 능수능란하게 헤쳐갈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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