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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저금리 대출" 문자 답했다 700만 원 요금 폭탄

"나도 모르게 최신 스마트폰이 개통됐다고?"

[취재파일] "저금리 대출" 문자 답했다 700만 원 요금 폭탄
"저금리 대출해 드리겠습니다."

이런 문자 정말 많이 받습니다. 개인 정보도 모자라 신용 정보를 알고 있는건가 싶어 찝찝할 때가 한 두번이 아닙니다. 그런데 이런 문자를 받고 덜컥 대출을 신청했다가는 큰일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처음엔 대출을 위해 개인 정보를 알려달라고 합니다. 신용 등급을 올려야 하니 계좌 번호나 신용카드 비밀번호 등 여러가지를 요구합니다. 대부분의 대출 사기단들은 이런 정보를 가지고 돈을 빌려주기는 커녕 오히려 대출을 받거나, 보이스피싱 등의 범죄에 악용합니다. 그런데 이번에 적발된 피의자들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이 정보로 스마트폰을 개통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지난 달 경찰에 피해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자기 명의로 휴대전화가 개통됐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요금 청구서에 단말기 요금이 청구된 것을 보고 알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대리점에 찾아가 보니 자신의 개인 정보로 휴대전화가 개통된 내역이 있는데, 본인은 개통한 적이 없는데다 새로 개통된 휴대전화를 갖고 있지도 않는다는 겁니다.

경찰은 대리점에 남아있는 기록을 토대로 휴대전화가 온라인으로 신규 가입된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인터넷 사이트에서 본인 인증 절차를 거쳐 가입이 완료됐고, 피해자 명의로 개통된 휴대전화는 택배로 배송됐습니다. 그런데 택배가 배송된 곳을 보니, 피해자의 주거지와 관계없는 세탁소였습니다. 세탁소 주변에서 이 택배를 받아간 사람은 피해자가 아닌 제3의 인물이었습니다. 

피해자는 대출을 받기 위해 누군가에게 자신의 개인 정보를 알려준 적이 있었습니다. 대출을 받기 어려운 처지에 있던 피해자는 어느 날 '저금리 대출을 해주겠다'는 문자를 받고 전화를 해보니, 금융기관 직원이 신용카드 정보까지 알려달라고 했다는 겁니다. 하지만 대출은 받지 못했습니다. 경찰은 피해자가 개인 정보를 알려준 직후 곧바로 휴대전화가 개통된 사실을 알게 됐고, 세탁소 주변에서 휴대전화 택배를 받아간 사람을 추적해 택배가 전달되는 장소로 들이닥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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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들어간 사무실에는 피의자 정 모 씨와 직원 서너명이 있었습니다. 대출 상담을 위한 갖가지 전화 응대 매뉴얼과 상담 기록들, 그리고 다른 한켠엔 최신 스마트폰이 쌓여있었습니다. 이 곳에서 불특정 다수에게 대출 문자를 보내고, 전화가 오면 금융기관 직원을 사칭해 온갖 개인 정보를 빼내고 있었던 겁니다. 이렇게 빼낸 개인정보는 곧바로 휴대전화를 개통하는데 사용했습니다. 대리점을 찾아가 휴대전화를 개통할 때는 주민등록증을 보여주고 얼굴도 확인하지만, 온라인 가입몰에서는 개인 정보로 본인 인증 절차만 거치면 되는 점을 노렸습니다.

이렇게 개통된 휴대전화는 대리점에서 택배로 배송받으면 되는데, 이 때 배송지를 피해자들의 주거지와 관계없는 세탁소나 마트로 정하고 연락처도 자신들의 대포폰으로 기재했습니다. 대리점에서도 명의가 도용됐는지 굳이 확인하지 않은데다, 확인 전화가 와도 피해자인척 연기하면 됐기 때문입니다. 여기에다 대리점에서는 휴대전화가 신규 개통됐다는 내용으로 문자가 발송되는데, 피해자들은 대부분 이 문자를 받지 못했다고 합니다.

정 씨는 이렇게 받은 최신 스마트폰을 한 대당 5,60만 원씩 중국 범죄조직에 팔아 넘겼고, 피해자들은 한 달 뒤에야 단말기 요금이 자신에게 청구된 사실을 알게됐습니다. 대출을 받기는 커녕 명의 도용에 1백만 원에 가까운 최신 스마트폰 구입 비용만 떠안게 된 겁니다. 중국 조직들은 개통된 휴대전화를 보이스피싱에 악용한 걸로 추정됩니다.

정 씨는 지난 해 말부터 이런 수법으로 범행해 왔다고 진술했습니다. 매달 350만 원씩 주고 휴대전화 정보 10만건씩 사들여 불특정 다수에게 대출 문자를 보냈다고 합니다. 여기에 걸려든 피해자들 명의로 최신 스마트폰을 개통했고, 피해자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적게는 1대, 많게는 5대까지 개통돼 최대 7백만 원이 청구된 경우도 있었습니다. 지난 3월부터 정 씨가 가입 등록한 피해자는 확인된 것만 660여명, 중국에 팔아넘긴건 192대나 됩니다.

정 씨는 유명 대학 대학원까지 졸업하고 잘나가는 직장인이었지만, 뜻하지 않은 사고로 직장을 그만뒀다고 합니다. 직장을 나와 사업도 해봤지만 사기를 당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러던 그가 이번엔 사기 행각을 벌이다 경찰에 적발됐습니다. 단순히 대출 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스마트폰을 개통하고 중국 조직에 판매하기까지, 상당히 많은 준비를 해온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런 작전을 위해 한 달에 들어가는 비용은 3천만원 정도지만, 수익은 2배 가까운 6000만 원에 달했다고 합니다. 대출은 커녕 수십만 원을 내야 하는 피해자들은 대부분 영세한 서민들이었습니다. 은행에서 대출을 받지 못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대출을 문의했지만, 결국엔 빚만 더 늘었다는 생각에 크게 좌절했다고 합니다. 피해자들을 두번 울린 정 씨는 결국 경찰에 구속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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