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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황사의 계절…황사 발원지 가보니

[취재파일] 황사의 계절…황사 발원지 가보니
베이징에서 승용차로 북서쪽으로 달리기를 5시간. 수도 베이징을 둘러싼 허베이성(우리로 치면 경기도)과 중국 3대 황사 발원지 가운데 한 곳인 네이멍구 경계 지역에 도착했습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네이멍구 방향으로 차가 달릴수록 바람이 더욱 거세지기 시작했습니다. 바람이라기보다는 돌풍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순간적으로 바람이 강하게 불라치면 달리는 차를 잠시 멈춰야 할 정도로 누런 황사가 시야를 가로 막았습니다. 오늘 제대로 황사를 화면에 담을수 있겠구나 하는 기대감(?)과 함께 고생 좀 하겠다는 하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습니다.

허베이성과 네이멍구 경계 지역에 위치한 '소금 호수'는 듣던 대로 규모가 엄청났습니다. 중국이란 곳이 땅의 규모가 대륙이라 불릴 정도로 크다지만 실상 일년의 대부분을 베이징 도심에서 보내다보니 그리 큰 줄 모르고 지낼 때가 많은데 이런 출장 아닌 출장을 가보면 새삼 중국의 엄청난 규모에 놀라곤 합니다.

소금 호수는 이름 그대로 염분을 품은 호수를 말합니다. 20여 년 전만해도 호수에는 물이 가득했다고 합니다. 수심이 깊지는 않아도 어른 허리 이상으로 물이 들어차 있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이곳이 호수였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먼지만 날리는 척박한 황무지로 변해 있었습니다. 호수의 넓이는 가로로 대략 3km, 세로로 2km 정도에 달하는데 언뜻 보면 겨울철 두껍게 얼음이 언 호수처럼 하얗게 보입니다.

중국 북부지방에 계속되는 가뭄 탓에 호수의 물이 모두 증발해 버리고 호수가 바닥을 드러낸 것인데 소금 호수니 소금 분진만 지표면에 남게 된 것입니다.

소금 분진을 손으로 만져보니 밀가루처럼 아주 곱고 부드러웠습니다. 지표면을 조금 파보니 검은 흙 속에 약간의 물기가 남아 있어서인지 진흙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햇볕이 더욱 쨍쨍해지고 물기가 더욱 마르게 되면 소금 분진이 말라붙은 지표면에서 떨어져 나와 날리게 되는 것입니다.

소금 호수 위쪽으로는 네이멍구 황사의 발원지가 있어 그쪽에서 발생한 황사가 바람을 타고 소금 호수 쪽으로 몰려오는데 이때 소금 분진과 합쳐져 이른바 '소금 황사'가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취재하는 동안에도 몇 번의 돌풍이 몰아쳤는데 바람이 어찌나 세던지 그냥 서 있기도 힘들 정도로 거센데다 황사까지 몰아치니 눈도 못뜨겠고 입과 코와 귀, 옷 속으로 모래가 쑥쑥 들어가고 있다는 찝찝한 감촉이 느껴졌습니다. 강풍 탓에 마구 흔들리는 카메라를 온 몸으로 부여잡고 현장 화면을 찍고 인터뷰 등등을 마친 뒤 서둘러 돌풍 지역에서 빠져나왔습니다.

동행 취재했던 중국의 환경 운동가인 쩡바이위 선생도 여러 차례 소금 호수 지역에 답사를 와봤지만 오늘처럼 강풍이 불기는 처음이라며 혀를 내둘렀습니다. 쩡바이위 선생은 소금 호수 지역이 네이멍구에서 발원한 황사가 한반도로 가는 길목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한반도도 소금 황사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아주 높다고 얘기했습니다.

봄철만 되면 이처럼 견디기 힘들 정도의 황사가 몰아치고 있지만 실효성 있는 대책이 없다는 게 문제라고 강조했습니다. 소금 호수 지역의 경우 땅 속에 염분이 아주 높기 때문에 나무를 심어도 곧 죽어버리고 풀도 자라지 않아서 사실상 아무런 방지 대책이 없다는 겁니다.

소금 호수는 네이멍구 지역에만 서울 면적의 1.2 배에 달할 정도로 큰데 매년 말라붙는 면적이 늘고 있다고 합니다. 호수 주변 지역의 주민들은 어떻게 봄철 황사를 이겨내고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지우리엔청이라는 마을을 둘러봤는데 주민 대부분이 농부였습니다. 자녀들은 도시로 공부하러, 일하러 떠나고 노인들만 회색빛 마을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깊게 패이고 주름진 그들의 얼굴과 손이 묻지 않아도 그들의 삶이 얼마나 고단했는지 웅변해주는 듯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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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주민들은 봄철만되면 되풀이되는 소금 황사 탓에 생활이 불편한 것은 둘째치고 농업 생산량이 많게는 50% 가량 줄었다고 하소연했습니다. 몸살이 나기 일쑤고 감기와 두통은 달고 산다고 했습니다. 가축들도 구제역에 자주 걸린다고 했습니다. 주민들은 이 모든 게 황사 탓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중국 당국에서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데 따른 불만도 토로했습니다.

중국에서는 올 들어 벌써 8번째 황사가 발생했습니다. 신장 위구르 지역과 고비 사막, 네이멍구 사막 등에서 발생했는데 빈도는 예년과 비슷하지만 강도는 더욱 심해지고 있습니다. 다행히 한국은 올들어 황사가 뜸한 상황입니다. 중국에서 황사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지만 한국에 영향을 미치려면 북서풍이 불어야 하는데 다행히 한반도 지역에서 남풍이 강하게 불고 있어 황사가 한반도쪽으로 넘어 가지 못하고 중국 본토에만 머물고 있는 상황입니다.

바람의 방향에 따라서는 언제든 한국도 영향을 받을수 있고 황사 진원지의 상황이 더욱 심각해지고 있어 황사가 아직 발생하지 않았다고 안심하고 있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닌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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