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억 원 짜리 배가 있다. 통나무로 만든 배 치고는 꽤나 비싼 배다. 권위있는 전문가들의 고증을 거치고 조선소도 신경써서 골라 만들었다. 그런데 배가 물이 샌다. 나무가 썩을까 걱정돼 양수기로 물을 계속 퍼낸다. 배를 발주한 사람은 만든 사람이 나쁜 사람이라고 손가락질하고 있고, 배를 만든 사람도 배째라식이다. 결국 바다에 띄워두지 못하고 육지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더 이상 그 배는 배가 아닌 셈이다.
이 배는 경남 거제시가 야심차게 준비한 이순신 장군의 거북선이다. 옥포해전 등 이순신 장군이 거제 지역에서의 활약상을 홍보하기 위해 비싼 돈을 들여 관광상품으로 쓰기로 계획했던 배다. 그런데 그 배가 물에 가라앉을 수도 있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졌다. 거제시는 조선소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벌이고 있지만, 만들어 놓은 거북선의 이미지는 땅에 떨어질대로 떨어진 상태다. 그런데도 거제시는 또 한 척을 발주했다.
이순신 사업에 쏟아부은 돈이라면 통영시가 으뜸이다. 통영에는 조선시대 수군의 통제영이었던 강구안이 있는 곳이다. 이순신하면 통영을 떠오르게 하겠다며 다른 지자체들보다 훨씬 많은 돈과 인력을 투입했다. 때문에 지금 통영 강구안 항구에 가면 거북선이 3척 있고, 조선시대 전투선인 판옥선이 1척 있다. 그런데 이 배들도 문제가 많다.
우선 판옥선은 거제 거북선과 마찬가지로 배에 물이 새고, 게다가 국내산 금강송을 쓰겠다고 했다가 미국산 수입 소나무를 쓰는 바람에 역시 지자체와 조선소 사이에 법정 다툼 중이다. 남은 3척의 통영 거북선 가운데 1척은 서울 한강에 있던 예전 것이라 논외로 하고, 남은 두 척은 통영시가 백억 원에 가까운 돈을 들인 배다. 옛 거북선을 원형 복원하겠다며 자문위원회도 꾸리고 야심차게 준비했다. 올 3월 진수식도 가졌고, 6월 쯤에는 일반인들에게 오픈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이 거북선도 전문가들의 질타를 받고 있다. 한마디로 '짝퉁'이라는 거다.
취재 과정에 만난 한 전문가는 자문위원으로 들어갔다가 사퇴를 했다고 밝혔다. 고증을 한다더니 용머리가 엉뚱한 위치에 있고, 포문의 위치와 갯수, 또 내부 모양새가 역사 문헌과 너무 달라 문제를 지적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지자체는 본인의 지적을 받아들이기보다는 문제를 감추기에 급급하고 급기야 원형 복원은 슬그머니 사라지고 관광 전시로 목적을 변경했단다. 일생을 거북선 연구에 바친 다른 전문가는 통영 거북선 촬영본을 보여주자 마자 첫 마디가 '이건 고증한 배가 아닙니다'였다.
여기에 통영시는 이순신 장군이 먹었던 밥상을 재현하겠다며 3억 원에 가까운 돈을 들여 밥집을 열었다. '통선재'라는 간판을 내건 집은 나름 조선 중기 밥상을 역사적으로 고증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조선 중기는 우리나라에 고추가 없던 시기다. 당연히 고춧가루와 고추장이 있을 리가 없다. 소금으로 간을 한 음식이 얼마나 맛이 있을까? 결국 2년을 버티지 못하고 고깃집으로 간판을 바꿔달았다.
공교롭게 두 지자체가 경남에 있다. 어이없는 이순신 마케팅 사례가 경남에 몰린 이유는 경남도가 추진한 이순신 프로젝트 때문이다. 이순신 장군을 지역 아이콘으로 만들겠다며 김태호 전 경남지사가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사업이다. 1%의 가능성만 있더라도 하겠다며 12억 원을 써 거북선 찾기 프로젝트를 벌여 식기류 몇 개 찾고 끝나기도 했고, 이순신 광장, 한산대첩 테마마을, 이순신국제리더십센터 등등 다 열거하기도 힘들 정도로 많은 이 사업에 천억 원이 들어갔다. 이미 시작한 사업을 중단할 수도 없어 5백억 원이 또 들어갈 판이다.
"그런데 이순신 사업이 성과가 좀 있습니까?"
"그게 좀 아시다시피...중복되는 것은 좀 없애고.. 새롭게 바꾸려고하고 있습니다"
이순신 사업을 두고 지역공무원과 나눈 짧은 대화다. 이순신 사업 프로젝트에 대한 평가를 더 이상 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
문제는 경남만이 아니다. 전남으로 가보자.
여수에는 유람선이 있다. 거북선형 유람선인데 44억 원을 들인 배다. 이 배도 사업자를 놓고 지자체와 법정 공방을 벌이다 예정보다 1년이나 늦어진 지난 4월 겨우 운항을 시작했다. 자칫하면 마지노선이던 여수엑스포라는 시한도 못 지킬뻔 했다. 그런데 운항은 시작했지만, 거북선 모양의 유람선을 만들다보니 거북등 모양의 상부가 무거워 배가 뒤뚱거리는 현상이 나타났고, 가장 폐쇄적인 거북선 모양을 본떠서 그런지 유람선으로는 답답해 보였다.
폐쇄적인 모양새 때문일까. 여수 앞바다에서 우연히 만난 거북선 유람선 안에는 현란한 조명이 돌아가고 있었고, 관광객들은 춤판에 빠져 있었다. 지역 시민단체 회원들은 건조 과정에서 잡음을 떠나 손님이나 채울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고 전했다. 왜냐하면 이미 전도와 해남에 있는 이순신 유람선들이 적자에 허덕이고 있기 때문이다. 또, 여수 이순신 광장은 검은 돈이 오간 사업이었다. 오현섭 전 여수시장이 이 광장 조명사업자로부터 8억 원의 뇌물을 받았다가 현재 수감 중이다.
우후죽순 격으로 전국에 이순신의 발자취가 닿기만 한 곳이라면 지자체들이 너나없이 이순신 장군 사업을 벌이고 있다. 전국에서 이순신 축제만 매년 7개가 열리는 실정이다. 그러나 이 사업들이 얼마나 이순신을 제대로 알리고 있는지는 의문스럽다. 아니 걱정스럽다. 이순신 거북선이 어떻게 생겼는지, 이순신 장군이 얼마나 싸워 이겼는지, 또 어떤 병법을 썼는지 제대로 된 정론이 아직 없는 상태다. 이순신 마케팅에 경쟁적으로 매달릴 때가 아니라 이순신 장군을 제대로 이해하고 연구하는 노력이 선행돼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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