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아는 분이 최근 시골로 내려가서 고사리 농사를 시작하셨습니다. 웬 고사리냐 싶어서 여쭤봤더니, 고사리 농사가 생각보다 아주 짭짤했습니다. 축구장 하나 정도 크기, 요즘 식으로 말하면 1ha고 옛날 식으로 치면 3000평 정도 밭에서 농사를 지으면 많게는 3000만 원 정도를 쥘 수 있다는 건데요, 특히 4, 5월 두 달만 고사리를 따는 거라, 결국 한 달에 1500만 원까지 소득을 올릴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습니다. 눈이 번쩍 뜨이더군요. “고사리, 농민들에게 고소득 효자”라는 뉴스를 만들어 봐야겠다 싶었습니다.
그런데 취재를 시작해보니 약간 상황이 달랐습니다. 이렇게 고사리가 돈이 되다보니 난개발이 벌어지고 있었던 겁니다. 특히 일반 임야는 가만히 놔둬봐야 돈이 안 되니 싹 나무를 밀어내고 고사리를 심고 싶다는 충동을 농민들이 느끼고 있었는데요, 그 결과 지난 5년 사이에 전국에서 산나물 밭은 축구장 5000개 정도, 고사리 밭만 치면 1200개 정도나 늘어났습니다. 여기에 더 개발하겠다는 지자체도 줄을 잇고 있는데요, 전남 곡성군 같은 경우는 2015년까지 현재 우리나라 고사리 밭의 4분의 1에 육박하는 500ha, 축구장 500개 크기의 밭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까지 했습니다. 산을 엄청나게 깎아내야 가능한 수치겠죠.
가장 큰 문제는 산사태입니다. 우리나라 산들은 대부분 바위 위에 흙이 몇 m 쌓여있을 뿐입니다. 그나마 나무들이 이 흙을 꽉 움켜쥐고 비 올 땐 물도 빨아들이고 해서 피해를 줄이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 이 나무가 순식간에 사라지고 땅이 안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집중호우가 오면, 그 물이 그대로 흙을 훑어서 아래쪽으로 쏟아지게 됩니다. 그리고 그 지역 농민들이 그 피해를 다 입게 됩니다.
작년 여름, 전남 광양시가 그래서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태풍 무이파 때 집중호우가 왔는데, 이게 무려 120ha라는 넓은 지역에서 산사태를 일으킨 겁니다. 광양시는 그 이후에 위험을 깨닫고 너무 경사가 심한 곳에서는 고사리밭을 못 만들도록 지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문제는 지자체에만 맡겨두는 건 한계가 있습니다. 고사리와 산나물은 농민들에겐 고마운 소득작물입니다. 특히 산이 많은 지역에서는 이만한 효자가 없는데요, 지자체에게 모든 것을 맡겨 두면 인지상정이라고, 좀 위험한 걸 알더라도 개발을 허락해 줄 수밖에 없는 겁니다. 게다가 어느 곳이 위험하고 어느 곳이 안전한지 알 수 있는 지자체도 별로 없습니다. 가장 크다는 서울시도 지난 해 우면산 사고를 예방하지 못했으니까, 다른 지자체야 더 말할 것도 없겠죠. 그래서 중앙정부의 지도가 필수적이라는 전문가들을 쉽게 만날 수 있었습니다.
고사리, 분명 많은 농민들에게 고마운 작물입니다. 그렇지만 소득도 안전하게, 아무 피해 없이 올려야겠죠. 농민과 지자체에만 맡겨서는 안 될 일이고, 피해가 난 뒤에 대책을 만드는 것은 더더욱 안 될 일입니다. 곧 여름입니다. 큰 일 일어나지 않도록 지금부터라도 관리감독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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