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백화점에서 산 루이비통 가방에 이런 일이

[취재파일] 백화점에서 산 루이비통 가방에 이런 일이
백화점 정식 매장에서 해외 명품을 살 때 소비자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원단이나 가죽 상태라고 답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Made in 000’ 로 상징되는 상표도 중요한 요인일 겁니다. 자신에 대한 만족은 물론 남에 대한 은근한 과시욕이 명품을 사는 데 깔린 심리라는 심리학자의 분석이 기억나기도 합니다.

그런데 해외 명품 판매 실적 1위 루이비통의 국내 백화점 정식 매장에서 이상한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143만 원이 넘는 돈을 주고 산 가방에 ‘Made in France’ 라는 원산지 표시가 돼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입니다.

취재 중에 만난 소비자는 큰 맘 먹고 산 물건을 집에서 열어보니 뭔가 이상했다고 합니다. 물건 구입 전에 살펴 본 루이비통 공식 홈페이지에는 제품 외관 가죽에 어느 나라에서 생산 했는지 상표가 표시돼 있어야 진품이라고 돼 있는데 자신이 산 제품에는 그 표시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가죽에 가방의 사이즈를 표시해 놓은 표시도 없었습니다.

당장 루이비통 코리아에 항의했지만 돌아온 반응은 오히려 자신을 의심하는 분위기였다고 합니다. 비싼 돈 주고 산 소비자라면 당연히 화가 날 수 있고, 혹시 짝퉁을 산 것 아닌가 불안할 수도 있는데 마치 소비자가 괜한 트집을 잡는 이른바 '블랙 컨슈머'인 것처럼 대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사진을 찍어서 보내고 집 근처 매장까지 물건을 들고 가서 보여줬는데 이번에는 “본사에 알아봐야 한다” 며 다시 며칠을 기다리게 해 결국 일주일이 지나서야 “교환이나 환불을 해 주겠다”고 통보했습니다.

그냥 눈으로 봐도 바로 확인되는 문제를 일주일씩이나 걸려 처리하면서도 고객에게 그리 미안해 하지도 않았다고 합니다. 해외 명품업체들의 이런 명품답지 않은 A/S 처리에 대한 소비자 불만은 급증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한국소비자원 자료를 보면 루이비통만 해도 2008년 21건이던 불만 상담 건수가 2010년 109건으로 5배 이상 늘었고, 상위 10대 명품의 불만 건수는 2008년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2천300건이 넘습니다. 지난해의 경우 9월까지의 피해구제 신청 건수가 2010년 전체 건수보다 18%나 더 될 정도였습니다.

이렇게 불만은 급증했지만 해외 명품 업체들의 대응은 소비자 입장에선 고압적입니다. 상위 10대 명품 가운데 실질 피해구제율은 평균 14% 수준에 불과합니다. 쉽게 말해 소비자원에 접수된 피해구제 사례를 심사를 해서 업체 책임으로 판명이 났지만 해당 업체에서 교환이나 환불 등을 해 준 것이 10개 가운데 1개를 조금 넘는 수준이라는 뜻입니다.

컨설팅 업체 매킨지&컴퍼니의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명품 시장은 2006년 이후 매년 12%씩 성장해서 2010년 현재 4조 8천억 원 규모로 커진 것으로 나타납니다. 금감원 공시에 따르면 루이비통만 지난해 5천억 원 가까운 매출을 한국에서 올린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제 발로 찾아와 구입하는 소비자가 많아서 그런지 이렇게 물건을 사주는 한국 소비자에게 그렇게 잘 보일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앞서 설명한 루이비통의 원산지 표시 위반 상품 판매는 단순히 하자가 있는 상품을 팔았다가 교환해 주는 수준에 그치는 문제가 아닙니다. 현행 대외 무역법은 수입제품은 반드시 제품에 원산지를 표시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어기면 원산지 표시 위반으로 과징금이나 고발 등 처벌을 받습니다.

루이비통 코리아 측은 SBS 취재에 대해 “프랑스에서 수제품으로 제작하는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고 자체 조사 결과 원산지 표시 위반은 해당 제품 1건 뿐”이라고 해명했지만 아직 의구심은 남습니다. 프랑스에서 제작을 해서 수출을 할 때, 그리고 국내로 들여와 매장에서 판매가 이뤄지기 전까지 여러 단계의 자체 검사 과정을 거치도록 돼 있는데도 벌어진 일이라면 단순 실수가 아닐 수도 있지 않느냐는 의심입니다. SBS 취재 이후 원산지 표시 위반 단속 권한을 가진 관세청이 루이비통 코리아에 대해 조사에 들어갔으니 일단은 세관의 조사를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