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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왕성한 식욕…육군훈련소의 먹거리 소비량은?

이용식 기자 yslee@sbs.co.kr

작성 2012.04.27 18:57 수정 2012.04.27 19:08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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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사나이? 하면 떠오르는 곳. 신체 건강한 대한민국 장정들이 5주간 합숙을 통해 멋진 남자로 다시 태어나는 그 곳, 그 이름 육군훈련소. 매주 월요일, 목요일이면 어김없이 머리를 짧게 깎은 스물한두 살된 청년들이 전국 각지에서 몰려들어 훈련소 정문은 북새통을 이룬다.

갓 청소년 티를 벗은 풋내기 청년들은  낯선 환경 속 갑작스런 용모 변화에 적응 시간이 필요한 듯  모자를 눌러 쓰거나 머리를 자주 쓰다듬으며 어색함을 애써 지우려 한다. 속은 긴장되고 떨려도 환송나온 가족, 친구들에겐 나름 늠름 대범한 척 여유를 부리며 인사를 나눈다. 비슷한 용모, 같은 처지의 젊은이들은 그렇게 진짜 사나이가 되기 위한 첫 발을 내딛는다. 매주 금요일이면 정 반대의 장면이 펼쳐진다. 빳빳하게 각을 세운 군복을 입고, 절도있는 걸음과 말씨를 한 사뭇 다른 장정들이 변신을 신고한다. 불과 5주 만에 풋내기 장정들은 나름 철이든 듬직한 청년으로 바뀐 것이다.

1951년11월 창설된 육군훈련소는 연간 12만8천여 명의 신병을 양성하고 있다. 지금까지 모두 740만 명의 병사를 배출했다. 육군 전체 병력의 41%가량을 차지하는 규모다. 늘 상주하는 훈련병 수만 1만2천8백여 명. 혈기 왕성한 장정들이다보니 하루에 먹어치우는 식재료 양도 대단하다. 하루 세끼 밥 짓는데  들어가는 쌀은 20kg기준 306포대가 사용된다. 돼지고기 568kg<40kg기준 14마리>,닭고기 700kg<390마리>이 들어가고 값이 비싼 탓인지 쇠고기는 280kg가량 소비된다고 한다. 야채의 경우 콩나물 715kg, 김치 3250kg, 계란 9000개, 두부 760kg이 훈련병들의 먹거리로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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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양의 식재료가 소비되는 만큼 훈련소내 취사병수도 181명이나 된다. 대부분 식품분야 전공자로 자격증이나 면허증이 있는 장병이 우선 선발되고 종합군수학교 조리병 교육대에서 양념을 쳐 맛을 내는 요리법을 익힌다. 훈련병들의 맛있는 밥상을 준비하는데 취사병만 있는게 아니다. 민간인 조리원도 14명이 배치돼 맛난 음식을 만드느라 힘을 모은다. 또 영양사 자격증을 지닌 영양 관리 군무원들이 매달 급식 여론조사와 급식회의를 열어 메뉴를 짠다고 한다.

특히 훈련병들을 위한 배려도 빼놓지 않고 있는데 민간인에서 군인으로 신분이 바뀌는 입영 첫 날 저녁밥은 특별한 메뉴가 편성된다. 꼬리곰탕, 오리불고기, 돼지갈비찜, 닭갈비, 닭고기튀김, 깐풍기, 오징어탕수, 미트볼튀김 등이다. 대부분 일상 생활에서 자주먹던 음식들이다. 신선하고 영양가 높은 재료를 쓴다고 하는데, 맛은 어떨지 궁금했다. 아무리 좋은 재료를 사용한다해도 맛을 제대로 내야 효과가 있는 법이기 때문이다.

지난 24일 아들을 군에 보낸 부모들의 훈련병 체험 행사를 취재하러 육군훈련소를 찾았다. 잊혀질만 하면 한 번씩 터지는 구타사고 등에 마음이 놓이지 않던 부모 40명이 요즘 군 생활은 어떤지 경험하러 1박2일 체험 행사에 자원 입소한 것이다. 놀라운 것은 열혈부모 40명중 어머니가 26명이나 됐다. 이날 점심메뉴는 곰탕이었다. 식판에 사골을 우려낸 곰탕 한국자와 밥, 깍두기, 젓갈이 올라왔다. 평소 1식3찬이 기본인데 곰탕 메뉴일때는 일반 식당에서 처럼 깎두기와 젓갈만 올라온다고 했다. 사실 메인 음식이 중요한 것은 누구나 다 아는 것이다. 진하고 구수한 곰탕맛은 단번에 입맛을 당겼고 식판에 퍼온 밥이 부족할 만큼 금새 비웠다. 음식이라면 자신있는 어머니들도 대부분 점심메뉴에 불평하며 토를 달지 않았다. 자신들이 늘 해주던 것과 별 차이를 못느끼겠다는 표정들이었다. 밥을 뚝딱 먹어치운 한 아버지는 옛 군대생활을 떠올리며 "그때는 배고파서 맛있었고, 지금은 맛있어서 맛있는 것 같아요"라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체력은 국력' '금강산도 식후경'이랬다. 잘 먹고 맛있게 먹어야 피가 되고 살이 된다. 그것이 곧 튼튼한 신체와 건겅한 정신의 밑바탕인 것이다. 병사들의 식비와 부식비 빼돌려 뱃속 차린 몰염치한 사건들이 비일비재했던 시절도 있었다. 그런 추태와 범죄가 다시는 발붙이지 못하도록 이중삼중의 점검과 투명한 행정이 뿌리내리길 기대한다. 그것이 진짜 사나이가 되겠다고 청춘을 불사르는 장정들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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