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봄 나들이 나온 야생동물, 만나면 어떻게?

봄 입니다. 햇살도 좋고 바람도 부드러워서 나들이 가고 싶습니다. 사람이 그런데 동물도 그런가 봅니다. 갇혀 있기 답답한지 자꾸만 사람 사는 곳으로 내려오네요.

며칠 전이었죠. 경기도 용인에서 반달곰 한 마리가 농장을 탈출했습니다. 40킬로그램짜리 두살배기 암컷인데, 탈출한 이 녀석을 잡으려고 경찰과 소방관, 전문엽사까지 백50명에 가까운 인원이 투입됐습니다. 그런데 이 녀석, 농장에 돌아가기 싫었는지 근처 야산을 날뛰고 돌아다니면서 여러 사람을 애 먹였습니다. 아침 8시 반쯤 우리를 탈출했던 녀석은 결국, 탈출한 지 열시간이 지난 뒤에 붙잡혀 사살됐습니다.

열 시간 동안 자유의 몸으로 돌아다니면서 이 녀석은 엄청난 일을 저질렀습니다. 산에서 50대 여성 등산객을 공격했습니다. 갑자기 튀어나온 곰을 보고 놀란 등산객이 나무 위로 황급히 올라가자 쫓아가 종아리를 물었습니다.

보기에는 느리고 둔해 보이지만 곰은 의외로 나무를 아주 잘 타는 동물이어서, 곰을 만났을 때 나무로 피하는 건 별로 도움이 안된다고 하네요.

산에서 만난 반달곰도 무섭지만, 열흘 쯤 전에는 서울 도심에 야생멧돼지가 나타나 우리를 깜짝 놀라게 했었죠. 도대체 어디에 있다가 나타난 건지, 무게가 백60킬로그램이 넘는 수컷 멧돼지 한 마리가 서울 서대문구 주택가와 대로변을 한 시간 넘게 휘젓고 돌아다녔습니다.

이 멧돼지 역시 행인을 위협하고, 잡으러 온 경찰관을 몸으로 들이받고 달아나기까지 했습니다. 저도 이 멧돼지를 직접 봤는데, 덩치가 하도 커서 시커먼 송아지인 줄 알았습니다. 살갗도 어찌나 두꺼운지 권총을 맞고도 꿈쩍을 안했습니다. 이 멧돼지도 사살됐습니다.

비슷한 시간에 경기도 고양에서도 야생 멧돼지가 출현했습니다. 이 놈은 체육공원에 나타났는데, 태어난 지 20개월 쯤 된 작은 멧돼지였습니다. 먹이가 부족했는지 무척 말라있었는데, 지친 몸으로 공원에서 제법 떨어진 KTX 차량기지까지 도망쳤다가 사살됐습니다. 야생 멧돼지는 사람을 공격할 수 있기 때문에 사살할 수밖에 없다고 하네요.

왜 이렇게 동물들이 사람 사는 곳에 많이 나타나는 걸까요?

몇 가지 이유를 추정해 볼 수 있는데, 가장 중요한 이유는 먹이입니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됐는데, 아직은 도토리나 밤 같은 열매가 충분하게 열리지 않아서 야생동물이 먹을 것이 부족합니다. 먹이가 부족하면 직접 먹이를 찾아 나서는 수 밖에요. 자연히 먹이가 풍부한 민가 근처로 내려오게 되는 거죠.

또 한 가지 이유는 요즘 같은 4~5월이 야생동물 번식기라는 점 입니다. 여성도 임신하면 몸가짐이 조심스럽고 예민해지죠. 동물도 마찬가지랍니다. 작은 소리에도 화들짝 놀라고 주위를 경계하게 되는데, 요즘 산에 가면 등산객이 참 많죠. 여기저기서 야호 야호 소리를 지르니, 야생동물이 겁을 먹고 조용한 곳을 찾아 산 밑으로 내려옵니다. 그래서 조용한 주택가 골목, 빌라 주차장 이런 데에 숨어듭니다.

그럼 도심 한복판에서 야생동물을 만나면 어떻게 해야 할지 대처법을 알려드리죠. 가장 손쉽고 효과적인 방법은 등을 보이지 않는 겁니다. 야생동물은 상대가 등을 보이고 달아나는 순간 공격하는 습성이 있습니다. 인간은 두려우면 일단 뒤돌아서 달아나려고 하는데, 바로 이런 행동이 동물을 자극하고 위기를 자초하게 됩니다.

야생동물을 만나면 일단 눈을 피하지 말고 똑바로 바라보세요. 눈을 마주친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다치지 않으려면 그래야 한답니다. 눈을 바라보고 천천히 뒷걸음질 치면서 야생동물과 거리를 두세요. 움직임을 최소화하고, 조용히 그 자리에서 벗어나세요.

우산도 아주 중요한 무기가 된답니다. 가만히 우산을 펼치고 서 있으면 멧돼지 같은 야생동물은 우산을 바위로 착각해서 공격하지 않는다고 하네요. 곰을 만나면 죽은 척 하라는 말이 있는데, 야생동물을 만났을 때 죽은 척 널브러져 있으면 큰일 납니다. 꼭 기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