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한 화장품 가게에서 였습니다. 오랜만에 화장품을 하나 사러 들어갔는데, 눈에 띄는 큰 스킨 병이 하나 있었습니다. 무게도 상당히 무거웠고요. ‘이야, 이거 꽤 많이 들어있어서 오래 쓰겠는데?’ 싶어서 뒷면을 돌려 용량을 확인한 순간, 정말 황당하더군요. 옆에 있던 작은 플라스틱 병에 담긴 스킨만도 못한 양이 들어있었습니다. 유심히 살펴보니 적잖은 국산 화장품들이 다 비슷비슷했습니다. 그 순간, 대체 이 안에 뭘 어떻게 만들어 놨길래 이렇게 사람을 속이나 싶어서 뉴스로 한 번 다뤄보기로 마음을 먹은 것이죠.
눈에 확 띄는 것은 크림병이더군요. 보기엔 제 주먹보다도 큰데, 뚜껑을 열어보면 정작 크림은 계란 노른자만큼만 들어 있었습니다. 수입 화장품들은 대부분 딱 맞는 크기의 용기만 쓰고 있었고요. 스킨병 같은 경우도 마찬가지였는데요. 수입 화장품의 플라스틱 스킨 병은 40g 밖에 안됐는데, 국산 화장품은 안에 들어있는 화장품보다도 그 병이 1.5배 이상 더 무거웠습니다.
요 병을 반으로 쪼개주실 분을 찾는 것은 쉽지 않았는데요, 사정사정해서 한 공업사에서 겨우 겨우 쪼개보니 두께가 4.5mm나 됐습니다. 건물 외벽의 강화유리가 그 정도 두께가 되거든요. 작년에 학생들이 옥상에서 돌이나 공을 던져서 지나가는 행인에게 피해를 준다는 뉴스를 만들면서 제가 사실 그 5mm 짜리 유리를 바닥에 깔고 10층 높이에서 야구공을 던져봤었습니다. 잘 안 깨지더군요. 결국 벽돌을 던져서야 깰 수 있었는데, 여튼 그 정도 두께와 강도의 유리를 가지고 화장품 병을 굳이 만들어야 하나, 좀 답답했습니다.
왜 그러면 국산 화장품 회사들은 이런 과대포장을 고집할까요? 나름 ‘고급화 전략’이랍니다. 겉 보기에 크고 무겁고 화려하면 아무래도 소비자들 눈길을 더 끌어서 더 비싼 값에 팔 수 있다는 이야기죠. 문제는 그러다보니 정작 화장품 원료비보다 병 값에 더 많은 돈을 쓰고 있다는 겁니다. A 화장품의 경우에 화장품 원료비가 만 원이면 병과 포장에 만 8천 원, B 화장품은 만 7천 원을 쓰고 있었습니다. 이 정도 되면 "화장품 병 사니까 안에 화장품도 끼워주더라"고 할 수 있는 수준이죠.
그래서 화장품 회사에 전화해서 물어봤습니다. 포장만 다른 것이냐, 아니면 내용물도 약간 저렴한 화장품과 다른 것이냐고 말이죠. 에둘러 이렇게 말하더군요. 고급 포장을 원하시는 분들이 있어서 사용하고 있는데, 단순한 포장에 담긴 것도 찾으면 있으니 취향에 맞게 쓰면 된다고 말이죠. 다시 말하면 정작 그 성분이나 효과가 큰 차이가 없다는걸 인정한 셈입니다.
저도 생각 못한 부분이었는데, 이 뉴스는 여성 분들이 눈여겨 보셨더군요. 병 상표를 가렸는데 어느 화장품이냐, 알려주면 앞으로는 쓰지 않겠다는 분들도 계셨고요. 그동안 화장품 고르실 때 눈여겨 보지 않으셔서 그렇지, 매장에서 한 번 만 잘 살펴보시면 과대포장 화장품을 쉽게 구분해 내실 수 있습니다. 현명한 소비자가 현명한 생산자를 만드는 것이니까요, 같은 값이면 쓸데 없는 화장품 포장비 크게 낭비하지 않는 단순한 용기의 화장품을 찾아 써 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저부터도 생활 방식을 좀 바꿀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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