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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병원 후기…어디까지 믿으세요? ①

구린내 풀풀 나는 '바이럴 마케팅'의 세계

[취재파일] 병원 후기…어디까지 믿으세요? ①
취재는 제가 충치를 치료하고 있는 치과 원장님으로부터 시작됐습니다. 치료 중에도 전화를 받는 일이 많고, 예약 시간을 잡느라 낑낑대는 모습 때문이었는지 우연히 직업을 말하게 됐거든요. 마침 원장님의 딸도 언론계에 들어오고 싶어한다고 해서 이것저것 이야기를 나누었던 적도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원장님이 특유의 조근조근하고 침착한 말투로 의료 업계에서 '바이럴 마케팅'이 아주 문제라는 말을 해 오셨습니다. 내용을 간추린 즉슨,  바이럴 마케팅이 병원 홍보의 기본으로 자리잡아 갈 정도로 성황을 누리고 있는데 경쟁이 과열되다 보니 거짓이 넘쳐난다는 이야기었습니다. 모르던 사람이 그 말을 했다면 그런가 보다 했을 수도 있을텐데, 원장님의 꼼꼼한 평소 모습을 몇 달간 치료 받으면서 봐 온 데다 내용이 상당히 구체적이어서 바로 취재에 들어갔습니다.

바이럴 마케팅. 이 말은 '바이러스'와 '오럴'을 합성한 말입니다. 네이버 지식 사전에는 '누리꾼이 이메일이나 다른 전파 가능한 매체를 통해 자발적으로 어떤 기업이나 제품을 홍보하기 위해 널리 퍼뜨리는 마케팅 기법으로, 컴퓨터 바이러스처럼 확산된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2000년 말부터 확산되면서 새로운 인터넷 광고 기법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라고 나와 있는데요. 간단히 정리하면 입으로 소문을 마치, 바이러스 퍼지듯이 마구 내서 여러 사람이 알고 또 구매에 이르도록 하는 홍보 전략입니다.

그런데, 왜 벌써 10여년 전부터 시작된 이 마케팅 기법이 이제 와서 문제라는 걸까. 처음에는 아리송했습니다. 하지만 원장님이 소개시켜주신 다른 의사 선생님이 어렵사리 모아두신 자료를 읽어보고, 또 이 사이트 저 사이트 뒤지다 보니 뭔가 짚이는 게 있더라고요. 가장 먼저 눈에 걸려 들은 것은 짜고 치는 고스톱, 질문자와 답변자가 사전에 어떻게 질문하고 대답할 지 정한 후에 아닌 척 글을 쓰는 '자문자답'형 광고였습니다. 실례를 들어볼까요. 검색어에 스케일링을 쳐 봤습니다. 수백건 정도가 아니라 몇 건인지 조차 가늠할 수 없는 글이 나옵니다. 이 중에 뭔가가 있긴 있을까 싶었지만 한 번 찾아본다는 마음으로 하나씩 읽기 시작했습니다. 2백여 건의 글을 읽었을까, 소위 말하는 '광고 냄새나는' 의심스러운 글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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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새나는 글의 형태는 대체적으로 이랬습니다. 예를 들어 치과의 경우, 질문자가 이렇게 묻습니다. '임플란트를 하려고 하는데 임플란트는 어떤 것이고 어디가 잘하나요?' 그럼 5분도 안 돼 잽싸게 댓글이 달립니다. 바로 이런 식으로요. '군대 제대하고 임플란트를 몇 개 해 본 사람입니다. 서울 00동에 있는 xx병원에서 했는데 가격은 이렇게 싸고, 원장님 너무 친절해요. 추천합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뭐 그냥 평범한 질문과 답변이라고 할 수 있지만 하나하나 뜯어보면 그게 아닙니다. 일단 질문자와 답변자의 아이디, 보통 사람들이 어떤 사이트에 가입하고 아이디를 만들때는 나름 의미있는 알파벳을 적죠? 수상쩍은 글을 쓰고 답변하는 사람들의 아이디는 대체적으로 아무 의미없는 알파벳의 나열입니다. 한글로 변환해도 아무 단어도 되지 않는 예를 들어 'hkysdw' 이런 식이죠. 뭐, 백번 양보해서 아이디를 아무렇게나 만드는 사람도 있겠죠. 이 때는 아이디를 통해 나이를 확인해 보면 되는데 여지 없이 미성년자라고 뜹니다. (확인 방법은 불법은 아닐 뿐더러 간단하지만 나쁜 사람들이 역이용할까봐 적지 않을게요.) 답변 글에는 군대 갔다온 어른 처럼 해 놓고선 알아보니 만 14세 미만이라면...개그 유행어처럼 '백프로'가 되는 거죠. 이런 글들은 놀라우리만큼 많았습니다. 어이가 없을 정도로요.

이런 글을 찾아내는 방법을 알게 된게 지난 1월. 그런데 취재가 여기서 막혀버렸습니다. 인터넷에 조작 글 쓰는 게 어제 오늘 일도 아니고, 조작된 후기 글 몇 개 찾아냈다고 해서 이걸 토대로 방송을 어떻게 하지? 인터넷 화면만 주야장천 내보낼 수는 없는데...이런 고민 저런 고민을 하던 차 한 선배와 이야기를 나누게 됐습니다. 어머나, 이래서 고민은 나누라고 하는 것일까요. 마침 선배도 의료 관련 아이템을 멋지게 한 적이 있던 차라 취재원 한 명을 소개시켜 주는 겁니다. 그것도 밤 늦은 시간에 전화를 하는 실례를 무릅쓰면서 말이죠. 고민할 것도 없이 다음 날 당장 전화를 걸었습니다. 한 시간 가량 이어지는 전화 통화에서 알게 된 내용은 너무 역겹고 더러워서 만나지 않고는 안되는 수준이었습니다. 바쁜 그 취재원에게 사정을 해서 인터뷰를 담을 수 있었습니다. 물론, 바이럴 마케팅이 얼마나 구역질나게 이러지고 있는지에 대해서요. 가문 땅에 단 비요, 흐린 하늘에 비치는 한 줄기 햇살이 따로 없었습니다.

병원 홍보를 담당했던 그 취재원은 자신들이 어떻게 바이럴 마케팅을 해 왔는지부터 설명했습니다. 가장 쉬운 방법은 역시 직원들을 총동원 하는 일. 사전에 질문과 답변을 미리 정해둔 뒤 (당연히 자기네 병원 홍보 답변이겠죠.) 일사분란하게 각 포털 사이트에 묻고 답하기를 시작하는 겁니다. 그 병원은 큰 병원이었고 직원수가 엄청났으니 분량이 어마어마하게 쏟아졌겠죠. 쉬운 말로 인터넷 도배를 했다는 이야깁니다. 동참 안하는 직원은 급여에서 불이익을 받기 때문에 안 할래야 안 할 수가 없었다고 하더라고요.

여기서 직원이 없는 병원은 어떻게 할까, 궁금증이 당연히 생깁니다. 답은 더 당연했습니다. 이런 바이럴 마케팅만 전문으로 하는 업체나 사람들이 있다는 것. 지난 해 돈을 받고 홍보에 가담한 파워 블로거들이 수사 선상에 올라서 사람들에게 충격을 준 일이 있었죠? 그런데 이 취재원은 파워 블로거들을 끼고 있는 프로 블로거의 존재에 대해 언급했습니다. 이 프로 블로거들이 어떻게 인터넷을 도배해야만 상위 검색어에 노출이 되는지를 손바닥 보듯 알고 있다는 겁니다.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는 미스테리하지만요. 그리고 그 지식을 바탕으로 파워 블로거, 대행사 등등을 제자 아닌 제자로 삼아 인터넷이라는 광활한 무대를 상대로 작업을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들이 받는 보수는 상상 이상이었습니다. 경쟁자와 검색 결과도 많은 검색어, 예를 들어 '00치과'가 검색했을 때 무조건 상위에 오르게 해주는 대가는 몇 천 만원. 비교적 간단한 편에 속한다는 트위터나 블로그, 지식인 등의 홍보는 한 달에 몇 십만 원 선이었습니다. 이들이 올리는 이야기가 사실이었다면 화는 덜 났을 텐데, 거짓을 올리면서 수많은 돈을 벌어가다니. 이거야 말로 신대륙 발견에 맞먹는 시장 개척이라고 해야하나 어이가 없었습니다.

받는 사람들이 음지에 있으니 세금은 안 낼 것이고...주는 사람의 회계는 어떻게 처리하나?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역시나, 현금으로 거래한답니다. 합법적인 광고 대행사를 차려놓고 영업을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렇게 소위 검색어 상위에 항상 나오는 작업을 해주는 (이 업계 용어로는 알박기라고 한답니다. 땅 투기로 돈 벌어보려고 노른자위 땅에 떡하니 땅 사놓고 버티는 사람들처럼 주문을 한 병원의 이름을 인터넷 상에 1-2위에 항상 있도록 한다는 의미예요.) 이 사람들은 전액 현금거래가 기본이라는 겁니다. 계약도 회사 사무실 같은 공간에서 만나는 게 아니라 비밀리에 접선하듯 특정 장소를 정하고 그 곳에서 이뤄진다고 해요. 연락을 주고 받는 휴대전화는 추적이 불가능하도록 대포폰을 보통 쓰는데 한 달에 한 번씩 바꾸는 치밀함을 보이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털어놓았습니다. 나쁜 짓도 머리가 팽팽 돌아야 제대로 할 수 있는 세상입니다. 정말.

몰랐던 이야기를 듣게 되는 데서 오는 충격도 있었지만, 그들이 작업하는 방법론이 제 어안을 벙벙하게 만들었습니다. 아무리 유능한 작업자라고 해도 어쩌면 일일이 글 올리고 답변 달고 업데이트 하는 일은 오랜 시간이 걸리고 사람도 많이 필요할 것이라는 것 당연지사. 도대체 어떻게 그 짧은 시간 안에 검색어를 상위에 올리고, 많은 사람들이 읽은 글로 만들고, 인터넷을 도배할까? 잠을 안 자는 걸까? 보수를 많이 받으니 컴퓨터 타수가 무척 빠른 사람들 수십 명이 있을까? 바이럴 마케팅이 이제는 흔한 기법이 돼서 경쟁 업체들도 많은 데 무슨 비결로 살아남은 걸까? 아무리 선배가 소개시켜 준 사람이라지만 이 사람은 정말 내게 근거 있는 이야기를 하는 걸까?

정답은 의외의 곳에 있었습니다. (2편으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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