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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처방약값 내리자 일반약값 인상…제약사의 '꼼수'

약에는 처방전 유무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의사의 처방전이 있어야만 사는 전문의약품이 있고 처방전 없이도 살 수 있는 일반의약품이 있습니다. 일반의약품은 예를 들어 활명수와 타이레놀, 우루사, 쌍화탕 등을 생각하시면 되겠죠. 전문의약품은 상당수가 의료보험수가와 연동이 되어 있어서 정부가 가격을 통제할 수가 있지만 일반의약품은 제약사가 수요와 공급의 원칙에 따라 마음대로 가격을 정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약국을 가면 이런저런 일반의약품들이 앞다퉈 가격이 오른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약국이 공급받는 도매가를 기준으로 지난해 말과 올해의 가격변동을 살펴봤습니다. 우황청심원은 3600원에서 5000원으로 39%나 올랐고, 타이레놀은 1400원에서 1800원으로 29%가 인상됐습니다. 가스활명수도 580원에서 630원으로 9%정도 올랐고, 센트룸도 28000원에서 32000원으로 14%가 뛰었습니다. 다국적 기업에서 내놓은 유아용 연고인 비판텐의 경우 2500원에서 4500원으로 두 배 가까이 가격이 뛰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지난해 기준으로 가장 많이 팔리는 일반의약품 50가지를 놓고 가격인상을 조사해봤습니다. 그랬더니 50가지 품목가운데 21가지 품목이 올해 가격이 올랐더군요. 인상폭은 평균 15%였습니다. 도매가를 기준으로 15%이니 약국에서 파는 소매가는 더 큰 폭으로 인상이 됐겠죠? 실제로 아로나민골드를 따져볼 때 도매가는 20000원에서 22000원으로 10%가 올랐지만 약국판매가는 25000원에서 30000원으로 20%가 뛰었습니다.

문제는 가격인상이 여기서 끝이 아니라는 겁니다. 다음달 1일에 또 뜁니다. 변비약인 둘코락스와 영양제인 삐콤씨, 감기약인 판콜과 판피린까지 가장 많이 팔리는 50가지 일반의약품 가운데 아직 오르지 않은 29개 품목에서 10여개 정도의 도매가가 10%이상 오른답니다.

따져보니 5월이면 그야말로 오르지 않는 약값이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실제로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들도 올라도 너무 올랐다고 합니다. 지난해에 비해 오른 품목수도 2~3배 정도는 된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오르기 전에 필요한 약을 미리 사두면 되지 않겠는가? 라고 생각하죠. 제약사와 약을 취급하는 도매상도 바보가 아닙니다. 약값을 올리기 전에는 한동안 그 약을 유통시키지 않는 거죠. 그런 뒤 약값 인상일에 맞춰 제품을 유통시키는 겁니다. 사재기를 막겠다는 명목인데 정말 그런 이유인지는 장담 못하겠습니다.

그렇다면 왜 일반약의 가격이 무더기로 오르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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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들은 제약사의 꼼수라며 따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번 달 4월 1일부터 정부에서 전문의약품의 가격을 강제로 내렸습니다. 6천 5백여 개 품목에서 평균 14%의 가격이 내렸죠. 제약사는 손해막급이라고 울상입니다. 그런데 전문의약품 가격인하 시기를 전후로 해서 일반의약품이 줄줄이 인상되고 있습니다. 전문약에 대한 손실을 보존하기 위해 일반약값을 올리고 있다는 겁니다. 
 
제약업계는 발끈합니다. 그동안 물가인상과 원료인상과 같은 인상요인이 있어 올리는 것뿐이라는 겁니다. 그러면서 일반약의 비중이 전체 매출의 15%밖에 안 되기 때문에 이 정도 올려서는 전문약에서 오는 손실을 상쇄하기 어렵다고 주장합니다. 몰매를 맞았는데 파스 한 장 붙인다고 낫겠냐는 말이죠. 그러면서 한 관계자는 아예 직설적으로 이런 말을 내뱉더군요. “TV의 값은 누가 정하죠? 제조사가 알아서 정하지 않습니까? 약도 마찬가지로 많은 제조사가 정하는데 무슨 문제가 있는거죠?” 라고요. 한마디로 가격을 정하는 건 내 마음인데 왜 따지고 드느냐는 거죠.

제약업계는 중요한 걸 잊고 말하고 있습니다. 왜 전문약값을 내렸느냐에 대한 이유는 쏙 빼고 표면에 나타나는 현상만 가지고 말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동안 제약사와 의사.병원간의 리베이트가 큰 문제가 되어 왔었죠. 이른바 판매관리비의 문젭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글로벌과 국내 제약 상위 10대 기업의 매출액 대비 판매관리비를 따져봤더니 글로벌 기업은 30%를 차지했고 국내 기업은 36%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이것도 그나마 2007년 40%가 넘었다가 겨우 겨우 줄인 수치가 이렇다는 겁니다.
반면에 연구개발비는 글로법 기업이 15.6%, 국내 기업은 8.2% 였습니다. 국내 기업 대부분이 신약개발보다는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복제약 판매에 매달리고 있는 게 아니냐... 그리고 복제약을 팔다보니 이른바 리베이트와 같은 마케팅 비용을 늘릴 수 밖에 없는 구조가 아니냐는 거죠. 결국 과도한 판매관리비를 효율적으로 줄여서 약값의 거품을 빼는 차원의 전문약 인하를 그저 제약사는 매출에 치명적인 감소라는 현상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겁니다.

물론 제약사는 35%의 판매관리비가 결코 과다한 것이 아니라고 합니다. 그 안에는 제조허가부터 생산과 유통 및 사용에 대한 비용까지 여러 가지 내역이 포함됐다는 거죠. 다국적 제약사와 비교할 때 5%p정도 많을 뿐이라는 겁니다. 그러나 일반 제조업의 판매관리비 비율은 12%입니다. 그 가운데 마케팅 비용이 절대적으로 많이 소요되는 제과업계도 많아야 15%입니다. 35%는 거의 주류업계의 판매관리비와 비슷한 수치가 아닌가 생각듭니다.

끝으로 전문약 인하에 관해 제가 들은 이야기 하나 전합니다. 제약사가 전문의약품의 가격인하로 생긴 손해를 메꾸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어떤 뇌경색 환자가 있습니다. 항상 복용해야 할 약이 있습니다. 같은 병원에서 때 마다 처방을 받았는데 어느 날 약의 이름이 바뀌었더랍니다. 이유를 물었더니 원래 복용하던 약은 가격인하 품목인데 제약사에서 가격 인하와 동시에 약의 생산을 아예 중지했다는 거죠. 그럼 처방전 코드에서 사라지게 되죠. 의사는 할 수 없이 같은 효능이지만 더 비싸고 가격인하에 포함되지 않는 같은 제약사의 약을 처방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고요. 대단한 꼼숩니다.

보건복지부가 많이 팔리는 200여개의 일반의약품에 대한 가격변동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정말 물가인상 때문인지 보겠다는 거죠. 그리고, 제약사끼리 짜고서 가격을 올렸는지도 살펴보겠다는 겁니다. 약값이 올랐다는 말이 들리니까 행동에 나선 건데 앞에서도 말했듯이 일반의약품은 대부분 의료보험과 상관이 없기 때문에 정부가 가격 인상을 억제할 권한이 없습니다. 이런 가운데 어떤 방법으로 일반의약품의 가격 인상에 제동을 걸 수 있을 지 의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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