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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양평 수산 대통령…현대판 탐관오리

[취재파일] 양평 수산 대통령…현대판 탐관오리
수산 대통령. 경기도 양평군의 한 6급 공무원 별명입니다. 별명을 지어준 사람은 어민들입니다. 어민들이 6급 계장을 대통령이라고 부르는 겁니다. 정말 수산 대통령이라고 불러요? 물었더니, 그 사람이 남한강의 법이라고 했습니다. 아무 죄 없는 어민들한테 어 그러면 안 되는데~ 하면서, 무언의 사인을 보낸다고 했습니다. 뇌물의 사인, 현금의 사인입니다. 조선시대 탐관오리가, 옷만 갈아입고 미래로 건너온 듯 했습니다. 옥탑방 드라마처럼.

그의 얼굴이 용안이 되고, 그의 말이 어명이 된 것은, 오래 전이라고 했습니다. 10년도 훨씬 넘은 일이라고, 어민들은 말했습니다. 모든 뇌물 공여-수수가 그렇듯, 처음엔 형님 아우에서 시작했습니다. 인간적 신뢰에서 싹트는 부패. 새벽까지 수도 없이 술잔을 기울이며, 형님은 아우로부터 떡값을 챙겼다고, 아우는 이제 와서 실토했습니다. 더 이상 견딜 수 없었다고 했습니다.

아우는 한때 형님을 ‘그 XX’라고 불렀습니다. 수산 대통령은 어민들의 심장에 빨대를 꽂아 쪽 빨아 먹고, 그걸 갈가리 벌리는 기술을 가졌다고 평가했습니다. 어민의 성토에서는 증오의 냄새가 났습니다. 떡값은 차차 몸을 불려, 나중에는 거액이 됐고, 심지어 땅이 되기도 했습니다. 강원도 횡성에 있는 땅을 줬다고 했습니다. 어떻게 땅을 줬어요? 물었더니, 도장을 다 넘겨줬다고 했습니다. 알아서 계약서 쓰라고요.

수산 대통령은 심지어, 현금 가운데 일부를 본인 계좌로 받았다고 했습니다. 수천만 원을 현금 전달하고, 나머지 몇 푼을 계좌 이체했다는 것입니다. 계좌에 돈을 쏴줄 때, 다시 말해 뇌물 공여자가 뒷돈의 흔적을 고의적으로 남겼을 때, 수산 대통령은 알아차려야 했습니다. 계좌 사본이 돌고 돌아, 결국 언론과 사정기관에 가게 되리라는 것을. 근데 너무 무뎠습니다.

군청의 6급 공무원이 가진 권력. 크지 않아 보입니다. 그러나 그 권력을 양평에서 혼자 가졌다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별 것 아닌 권력도, 집중되고 견제 받지 않으면 막강해집니다. 권한이 횡포로 돌변하는 건 순간입니다. 그가 가진 건 남한강의 어업 인허가와 관련한 모든 것이었습니다. 담당자는 ‘김 계장=김 대통령’ 혼자였습니다. 수산 대통령의 결재 라인에 있던 공무원들도 그를 막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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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평군의 외래어종 수매사업에도 그가 검은 손을 뻗쳤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베스, 블루길 같은 외래어종. 남한강에 너무 많으면 안 되니까, 어민들이 이걸 잡아 놓으면 양평군이 예산을 투입해서 대신 사줍니다. 그러면 액체 비료공장 등에 무상 제공되죠. 그런데 비료공장에 실려 가던 외래어종을, 일부 어민이 중간에 빼돌린 다음에, 내년에 또 팔고, 내후년에 또 팔아 돈을 챙긴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지금도 어딘가에 외래어종이 보관돼 있겠죠. 수소문했습니다. 양평군 어민 황 모 씨. 황 씨 집에서 50km 떨어진 곳의 남의 집에서 냉동고를 찾아냈습니다. 취재하면 다 나옵니다. 주인한테 대뜸 고기 구경하자고 했습니다. 중언부언 설명하면 냉동고 문 걸어 잠급니다. 다행히 그냥 문 열어주십니다. 이 고기 언제 잡은 거예요? 물어 보니까, 그제야 눈치를 챘는지, 작년 11월 12월에 잡았다고 주장했습니다. 겨울에 고기 잡지도 않으면서.

수산 대통령 아저씨, 마을에서 하도 시끄러우니까, 지금은 면사무소에 가 있었습니다. 승진까지 해서. 전화 걸어, 차 한 잔 하자고 했습니다. 뜻밖에도, 오라고 합니다. 머릿속이 복잡해집니다. 그만큼 뒤처리를 깔끔하게 했다고 자신하는 건가? 아니면 정말 ‘차 한 잔’이라고 생각하는 건가? 확인 결과 후자. 취재기자는 고발 대상자를 만나기 전에, 대단히 많은 양을 취재하고, 만반의 준비를 한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 같습니다. 횡설수설, 중언부언. 대통령답지 않은 발언들. 다른 직원들 눈 피해 촬영했던 것이, 제 나름 배려였습니다.

사회가 깨끗해진 건지, 비리가 교묘해진 건지, 요즘엔 이런 아이템이 귀해졌습니다. 경찰이 내사하는 사안이었고, 수사 결과를 발표하기 전에 제작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경찰이 6급 공무원을 조사하고 구속했더라도, 방송되기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고발 타깃을 화면에 담지 못하고, 뇌물을 ‘줬다’는 진술도 담기 힘드니까요. 앞으로도 이런 비리는 끝까지 추적해 고발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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