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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프랑스 대선 읽기

[취재파일] 프랑스 대선 읽기
프랑스가 대선 1차 투표를 치렀습니다. 당초 여론 조사대로 28.63%를 얻은 사회당 올랑드 후보와 27.18%를 얻은 사르코지 대통령이 각각 1, 2위로 결선투표에 진출하게 됐죠. 프랑스 대선을 가까이서 지켜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여러 가지 측면에서 한국의 상황과 많이 달랐지만 우리가 참고할 만함 점들이 꽤 있는 것 같았습니다.

우선 가장 인상적인 것은 80%에 이르는 투표율입니다. 정확하게는 79.47%였는데요, 지난 14일부터 오는 29일까지 보름 동안의 부활절 바캉스 기간 한 가운데 투표일이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말 놀라운 수치입니다. 더구나 프랑스는 우리처럼 날짜를 잡아 공휴일로 지정하는 것이 아니라, 일요일에 투표를 합니다. 그만큼 정치에 대한 관심과 주인의식이 높다는 반증이겠죠. 그래서 그런지 방송사들의 개표방송 과정에서도 화면에 표시되는 수치가 투표율이 아니고 기권률이었습니다.

여론조사와 출구조사의 정확성 또한 대단하더군요. 유일하게 오차범위를 벗어난 것은 3위를 차지한 극우성향의 후보 마린 르 펜이었습니다. 보통 15~16%가 예상됐는데, 막상 17.9%를 얻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세에 큰 지장이 없는 차이였겠지만, 여기서는 이변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11.11%를 얻어 4위로 쳐지기는 했지만 좌파연합의 장-뤽 멜랑숑 후보의 약진 또한 놀라웠습니다. 공산당과 극좌파 등이 연합해서 후보를 냈는데, 선거 운동 내내 옥외 유세에서 엄청난 인파를 불러 모으며 젊은이들을 투표장으로 끌어내는데 일등공신 역할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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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와 2차로 나누어서 투표를 하는 것도 나름대로의 의미가 있어 보였습니다.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1, 2위가 결선투표를 치른다는 것인데, 과반을 득표하지 못할 경우 나라를 통치하는데 정당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취지였겠죠. 물론 이견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굳이 두 번 투표를 하는 대신, 처음에 투표할 때 두 명을 적어 넣도록 해서 한 번에 끝낼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프랑스처럼 정치적 스펙트럼이 다양한 경우에는 1차 투표와 2차 투표 사이의 2주일 동안 상황이 충분히 달라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실제로 1981년 지스카르 데스탱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으로서 1차 투표에서 1위를 차지하고도, 결선투표에서 사회당 미테랑 후보에게 역전패를 당했습니다.

그러면, 2주 뒤인 5월 6일 치러지는 이번 결선투표는 어떻게 될까요? 1차 투표 결과 범 우파는 47.12%로, 43.76%를 얻은 범 좌파보다 지지율이 높았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모든 여론조사를 종합해 보면 10% 내외의 차이로 오히려 사회당 올랑드 후보가 당선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일반 상식과 다른 정치공학적인 계산이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좌파연합과 녹색당 등 좌파계열의 정당들은 1차 투표 이전부터 이미 결선투표에서는 사회당 올랑드 후보를 지지한다거나 최소한 사르코지에 반대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은 반면, 우파계열 정당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특히 17.9%의 상당한 지지율을 얻은 극우성향의 국민전선 르 펜 후보의 경우, 사르코지 보다 올랑드의 당선이 이후 정치 행보에서 유리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사르코지가 패배한 뒤 집권당이 분열하게 되면 국민전선이 일약 제1 야당으로 올라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지자들의 성향 역시 르 펜 지지자들의 경우 결선투표에서 사르코지를 지지하겠다는 사람들이 60%나 되지만, 올랑드를 지지하겠다는 사람들도 20%가 넘습니다. 중도파로 9.13%를 얻은 바이루 후보 지지자들의 경우 올랑드 후보 지지자가 더 많습니다.

그래서 현실적으로 올해 프랑스 대선은 결선투표를 통해 올랑드가 당선될 확률이 상당히 높습니다. 미테랑 대통령 이후 17년만의 사회당 집권이고, 프랑스 제5공화국 이후 두 번째 좌파 대통령이 탄생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요인은 경제위기입니다. 사르코지 대통령의 경우 집권 이후 터진 재정위기로 끊임없이 시달렸고, 프랑스의 신용등급이 강등되는 시련을 겪어야 했습니다. 본인의 여러 가지 실수도 분명 있었지만, 재정 위기 이후 치러진 모든 국가들에서 예외 없이 정권이 교체되는 유로존 도미노 현상을 피해갈 수 없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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