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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수천만 원짜리 태양열 온수기 달았다가…

저질 제품, 전기요금 폭탄까지…농촌 노인들 애태워

<앵커>

요즘 태양열 온수기를 설치하라는 사기가 극성을 부리고 있습니다. 주로 연세 많은 어르신들에게 정부지원도 받을 수 있고, 전기요금도 아낄 수 있다며 설치를 권하는데요, 이말 믿고 수천만 원씩 들여 태양열 제품을 설치했다가 오히려 전기요금이 더 나오는 피해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이경원 기자의 단독보도입니다.



<기자>

태양열 온수기를 설치한 경기도의 한 농가.

하지만 태양열 온수기는 꺼져 있습니다.

설치하기 전보다 전기요금이 2배 넘게 나오기 때문입니다.

태양열 온수기를 설치하면 심야 전기보일러의 사용요금이 월 5000원도 나오지 않는다는 업체의 말을 믿은 게 화근이었습니다.

열효율이 턱없이 낮은 중국산 저질 제품이었던 겁니다.

1600만 원 빚까지 내 설치한 온수기는 애물단지가 됐습니다.

[피해자 : 한 30만 원, 35만 원 그 정도 밖에 안나왔어요. (그런데) 80만 원이 나오는 거예요. 아, 몰라요. 저 지금까지 머리가 아프고 정신이 하나도 없어요.]

문제가 된 태양열 온수기입니다.

관 속에 물을 넣어 직접 데우는 수관형 제품을 사용하고 있는데요, 수관형 제품은 이런 진공관식과는 달리 열효율이 낮아 정부인증 대상 품목이 아닙니다.

정부인증을 받은 제품이래야 정부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단 사실을 농촌 노인들이 잘 모르는 점을 노린 겁니다.

[피해자 : 정부 보조가 50%고, 소비자 자부담이 50%고. 그런데 4000만 원짜리 공사라고 (했어요.) 돈만 2000만 원 가져갔죠.]

업체가 설치한 온수기는 6, 700만 원 짜리 제품.

설치한 농가는 1000만 원 이상 바가지를 썼습니다.

[인근 태양열 인증업체 사장 : 이 제품은 시공비에 마진까지 다 합쳐서 600~700만 원이면 가능합니다. 특히 수관형은 저질 중국산이 많습니다.]

지난해 불량 태양열 온수기 사기로 소비자 보호원에 접수된 신고 전화는 645건.

전년도 223건에 비해 3배 가까이 급증했습니다.

[에너지관리공당 관계자 : 인증 품목에 소비자 불만이 있다면 직접 나서 제품 회수해서 시험 의뢰를 하는 등 조치를 하는 데 비인증 제품은 저희가 (단속할) 권한이 없습니다.]

경찰이 수사에 착수해 해당 업체의 계좌를 압수수색했더니, 지금까지 수십 명이 모두 1억 5000만 원 이상의 피해를 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대부분 농촌 노인들이라 신고 조차 제대로 하지 않아 경찰은 정확한 피해 규모를 파악하기 위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배문산, 설민환, 영상편집 : 이정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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