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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 CSI'가 뜬다! 과학적으로 발화 원인 밝혀

<앵커>

나들이객이 많은 봄철엔 늦가을만큼이나 산불이 많이 발생하는데, 그 원인을 찾아내기는 쉽지 않습니다.

산불의 원인을 과학적으로 규명하는 이른바 '산불 CSI'를 정형택 기자가 동행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난 6일 경남 양산의 한 야산.

거센 불길이 바람을 타고 번집니다.

3시간 만에 불길을 잡았지만 6㏊, 5천여 그루의 나무가 사라졌습니다.

소방당국이 나섰지만 화재 원인은 끝내 밝혀내지 못했습니다.

일명 '산불 CSI', 산림과학원 산불방재팀이 출동해 원인 규명에 나섰습니다.

먼저 시커멓게 그을린 솔잎의 모양과 방향을 살펴봅니다.

[이병두/산림과학원 연구원 : 일정하게 잎들이 한 곳을 가리키고 있으니까, 산위를 가리키고 있기 때문에 불이 밑에서부터 올라와서 산 위쪽으로 갔다는 것을 저 잎들이 말해주고 있는 거죠.]

불길의 방향을 계속 추적해 가다가 소나무 앞에서 발길을 멈춥니다.

나무 앞면과 뒷면, 불에 탄 흔적이 확연히 다릅니다.

[이병두/산림과학원 연구원 : 바람이 여기서 흩어지잖아요. 흩어지면 뒷면에서 와류가 생기잖아요. 그러다 보면 지체현상이 나타나는 거죠. 앞으로 왔던 불이 뒷면에서 지체현상이 있으면서 불이 위로 올라가게 되는 거죠.]

작은 돌까지 세밀하게 관찰하고 추적한 끝에 마침내 발화지점을 찾아냈습니다.

아이들의 불장난이 원인이었습니다.

화재 현장의 나무와 돌 하나하나는 산불 원인을 규명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지표가 됩니다.

때문에 이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습니다.

경기도 포천의 산불 시험장.

바람의 세기에 따라 어떻게 타들어 가는지, 또 그을음은 어떤 형태로 남는지 확인합니다.

계곡 모형을 만들어 활엽수와 침엽수 잎에 불을 붙여봤습니다.

불길이 꺼졌을 때 초속 3m의 바람을 가했더니 활엽수는 재만 날리지만 침엽수의 경우 다시 불길이 살아납니다.

[구교상/산림과학원 연구원 : 침엽수잎에는 정유 물질이 많이 들어 있는데, 이 정유물질들이 산불이 났을 때 모두 다 연소하는 것이 아니라 약 70~80% 정도만 연소 됐다가, 공기가 공급되면 (나머지가) 다시 발화됩니다.]

산불 10건 중 4건은 아직도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전문 인력을 육성하고 우리의 지형과 기후, 식생을 고려한 한국형 산불 지표를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는 지적입니다.

(영상취재 : 강동철, 배문산, 영상편집 : 김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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