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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혼돈 속의 이집트 대선…그 향방은(?)

전 세계가 권력 교체를 위한 선거로 들썩이는 한 해입니다. 한국도 얼마 전 총선이 끝났습니다만, 지난 해 잇따라 독재 권력들이 무너진 아랍권은 여러 나라가 총선과 대선을 치렀거나 앞두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서방과 아랍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게 바로 이 곳 이집트 대선입니다. 아랍권의 대표적 친미국가로 이스라엘과의 평화협정과 외교관계를 맺은 이집트의 향후 행보가 전체 중동질서를 재편하는 데 엄청난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이집트 대선 한 달 앞으로..

다음 달 23일과 24일로 선거 일정이 확정된 상태인데, 후보 출마를 둘러싸고 반전에 반전이 거듭 이어지고 있습니다. 아무르 무사 전 아랍연맹 사무총장이 여론조사에서 선두로 나선 가운데, 이슬람근본주의자인 아부 하젬 이스마일과 최대 정치조직 무슬림형제단의 지원을 받는 샤테르 국회 부의장, 슐레이만 전 부통령, 아불 포투 전 무슬림형제단 위원 등이 경합하는 구도였습니다.

유력 후보 자격 박탈 논란

그런데 최근 이집트 선관위가 강경한 이슬람 성향의 이스마일과 샤테르 , 그리고 무바라크 정권에서 핵심적 역할을 했던 슐레이만 전 부통령 등의 후보자격을 박탈했습니다. 이스마일은 자신의 모친이 미국과 이집트 이중국적자라는 이유였고, 샤테르는 돈 세탁 등 범죄혐의, 그리고 슐레이만은 과거정권 부역 혐의 등을 적용 받았습니다.

슐레이만의 영향력은 논외로 하더라도 하젬 이스마일과 샤테르는 각각 여론조사 2위와 무슬림형제단의 조직력을 바탕으로 상당한 득표 가능성이 있는 후보들이었습니다. 자격이 박탈된 이스마일 등의 후보 지지자들이 연일 항의시위를 벌이고 있지만 이집트 선관위는 이들의 이의신청마저 기각했습니다.



대선 구도 재편…온건 이슬람 세력간 경쟁

유력 후보들이 출발선에 서보지도 못하고 탈락하면서 대선판은 처음 예상과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요동치고 있습니다. 당초 강경 이슬람 세력과 비이슬람 세력간의 각축장이 될 것으로 예상됐습니다만 아부 하젬 이스마일과 샤테르 등 1차 투표 이후 합종연횡 가능성이 있는 이슬람 강경파들이 대선 선거전에서 제외되면서 온건 이슬람주의자인 아무르 무사, 아불 포투 등의 경쟁구도로 뒤바뀐 것입니다.

상대적으로 강경한 입장의 이슬람계 후보들이 입지를 잃으면서 이집트 대선 이후 급격한 정세변화를 우려했던 미국과 서방은 공개적으로 입장을 내지는 않고 있습니다만 안도의 한숨을 쉬는 분위기입니다. 근본주의자인 아부 하젬 이스마일과 무슬림형제단이 내세웠던 샤테르 모두 이집트의 새 헌법이 이슬람 율법의 샤리아를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고 또 중동평화협정 재검토 등 이스라엘과의 관계 재검토를 공개적으로 밝혀왔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들 실격 후보들이 1차 투표 이후 결선투표가 벌어질 경우 합종연횡을 통해 과반 이상 득표도 가능한 상당한 지지세를 확보해 왔기 때문에 선관위의 결정을 지지자들이 순순히 받아들일 지 의문인 상황이고 또 다른 정치적 불안요인으로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동시에 제기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슬람후보 자격 박탈 놓고 ‘음모론’ 제기

그리고 일각에선 급격한 이슬람국가화를 우려한 이집트 군부와 미국 등의 외세가 교묘하게 선거 상황에 개입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음모론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특히 근본주의자인 아부 하젬 이스마일이 모친의 미국 이중국적 문제로 실격하자 지지자들이 오바마 대통령의 페이스북에 몰려가 시위를 벌이는 등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습니다. 무바라크 축출 이후 1년 이상 지속된 무정부 상태와 혼란을 수습할 계기가 될 지, 아니면 또 다른 정정불안과 내부 분열의 씨앗이 될 지를 가늠할 이집트 대선의 향방이 자못 궁금해 집니다.

정치열기 밀린 민생 경제난…빵 파동 우려

이집트 정치인들, 온통 대선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사이에 이 곳 서민들의 민생문제는 점점 더 심각한 양상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3개월째 계속되고 있는 석유와 가스 파동 때문입니다. 특히 경유와 부탄 가스 공급 부족으로 제 2, 제 3의 파동을 낳을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산업생산 차질은 물론이고 서민들의 주식인 ‘아에시’라는 빵 공급이 타격을 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특히 이집트는 지난 수십년간 정부 보조금으로 운영되는 국영빵집을 통해 시중가격의 1/4 수준으로 저렴하게 아에시를 서민들에게 공급해 왔는 데, 빵을 굽는 주연료인 디젤과 가스 가격이 폭등하고 공급이 달리면서 곳곳에서 빵을 굽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곳곳에서 서로 먼저 빵과 연료를 차지하려는 다툼이 폭력사태로 비화되고 있습니다.

정치 일정은 조금씩 정상화 수순을 밟고 있지만, ‘빵을 달라’는 시민혁명의 기본적 요구가 채워지기 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필요하다는 걸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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