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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김정은, 할아버지의 이름으로

- 외모부터 목소리까지 김일성 따라하기

'김정은 북한노동당 제1비서는 철저히 만들어진 지도자다.' 지난 15일 김일성 주석 100회 생일(태양절)을 맞아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낸 김정은 비서를 보고 난 느낌입니다. 1984년생, 우리 나이로 29살인 이 청년대장은 용모와 몸동작은 물론 연설 태도와 목소리까지 철저하게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을 본떴습니다.

먼저 김정은 비서와 김일성 주석의 외모를 비교해보겠습니다.

                



큰 몸집에 뒤로 쓸어올린 머리 스타일, 짙은 색깔의 인민복과 박수치는 모습까지 닮아도 너무 닮았죠. 지난 15일 열병식에서의 손동작을 보면 오른손을 펴서 11시 방향으로 세웠는데 이는 김 주석이 평소 군중에게 답을 하던 모습 그대롭니다. 이정도 되면 '이건 닮아서 닮은게 아니라 복사할 정도로 연습에 연습을 더한거다' 라는 생각이 듭니다.

김 주석과 김 비서의 자세를 살펴보시면 더 재미있습니다. 김 주석처럼 김 비서도 앞뒤 좌우로 기우뚱기우뚱 몸을 흔들어가며 글을 읽습니다. 뭔가 좀 주의가 산만한게 아니냐는 인상도 주는데요. 사실 이렇게 기우뚱기우뚱하는 건 젊은 나이에 무리하게 체중을 불리다보니 허리디스크를 앓는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아래 사진을 보시면 지난 90년대 스위스 유학시절에 비해 최근이 훨씬 '후덕'해진 모습이죠.

                


다음으로 목소리입니다. 15일 연설에서 김정은 비서는 다소 빠른 속도로 나지막히 연설문을 읽어 나갑니다. 젊은이답지 않게 성량을 조절해가며 일부러 톤을 낮춰 읽는다는 느낌입니다. 김일성 주석의 지난 1948년 인민위원회 연설 때 육성과 흡사합니다. 김 주석은 평소 연설을 즐겨했습니다. 해마다 신년사도 직접 읽고 주민들과도 스스럼없이 접촉했습니다.

김 비서의 아버지 김정일 위원장은 어땠을까요? 김 위원장은 지난 74년 후계자로 공식 지명된 이후 단 한차례 연설만 했습니다.

                  



지난 92년 인민군 창건기념일 때 일인데요. 그것도 "영웅적 조선인민군 장병들에게 영광 있으라"라는 딱 한 문장이 전부입니다. 들어보시면 김 주석이나 김 비서와는 달리 상당히 높은 톤의 다소 신경질적인 목소리입니다. 목소리로 봐서는 격세유전(隔世遺傳)이라고 할까요? 비록 쓰여진 글을 읽는 수준이라고 하지만 김정은이 20여분간 대중 연설에 나선 건 분명 아버지보다는 할아버지식의 소통을 하겠다는 걸로 보입니다.

이런 연출설이 더욱 설득력을 얻는 이유는 태양절 행사에 참석한 등장 인물과 부대의 면면 때문입니다.

               



주석단 무대에서 김정은 비서 왼쪽에 최룡해 총정치국장 등 군부 인사들이 자리잡았는데 최 국장의 둥근 모자와 흰색 예복은 김일성 주석이 해방 이후 처음으로 평양에 들어와 연설할 때 복장 그대롭니다. 또 이날 열병식에서는 흰색 망토를 휘날리며 백마부대가 등장했는데요.

               

 
역시 김일성 주석 생전에 있었던 열병식에서 자주 보여지던 모습입니다. 드러내놓고 김일성 시대의 향수를 자극한 것이죠.  

보신 것처럼 태양절 무대가 '이미지 메이킹'의 정점이긴 합니다만, 이런 움직임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었습니다. 지난 2010년에는 김정은이 '3년 안에 주민들이 쌀밥에 고깃국을 먹도록 하겠다'는 구호를 내걸었는데요, 이는 지난 62년 최고인민회의에서 당시 내각 수상이었던 김일성이 했던 약속을 48년만에 들고 나온 겁니다. 또 김일성이 솔방울로 수류탄을 만들었다는 신화처럼 김정은도 3살 때부터 백발백중의 명사수였고 7개 언어를 구사한다는 등 허황된 선전도 이어져왔습니다.

이렇게 억지스러워까지 보이는 김정은의 할아버지 따라하기의 이유는 뭘까요? 짐작하신 대로 할아버지의 업적에 기대 3대 세습체제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애처로운 노력이라는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입니다. 권위주의적인 아버지 김정일식 리더십보다는 주민과 병사들을 챙기는 김일성식 수령 리더십을 차용하겠다는 것이죠. 이제 29살 청년대장에게 천만 인민이라는 짐은 혼자서 지기에는 천근만근, 무겁고 무거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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