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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버바 왓슨, '끼'도 '정'도 많은 챔피언

[취재파일] 버바 왓슨, '끼'도 '정'도 많은 챔피언

지난해 6월, 골프를 소재로 한 뮤직비디오 한 편이 화제가 됐습니다. 제목은 "Oh Oh Oh"로 버바 왓슨과 벤 크레인, 릭키 파울러, 헌터 메이헌 등 현역 PGA 골퍼 4명이 'Golf Boys' 라는 이름의 그룹을 결성해 발표한 노래입니다.

평소 친분이 있던 이들 4명이 SNS를 통해 음악 얘기를 나누다가 의기투합했다고 합니다. 가사 내용은 "내가 볼을 멀리 치면 사람들이 '와'하고 함성을 외친다. 난 하루 종일 버디를 원한다. 보기는 가라!" 같이 자신들의 경험을 담은, 프로골퍼의 삶을 위트있게 다뤘습니다. 뮤직비디오에는 4명이 직접 출연해 재미있는 의상과 코믹 연기를 선보였는데, 특히 버바 왓슨은 상의 탈의에 멜빵 바지만 입고 수북한 가슴털까지 그대로 노출(?)했습니다.

유명 골퍼들의 이 '색다른 도전'은 좋은 일에도 쓰이고 있습니다. 유튜브에서 "Oh Oh Oh" 뮤직비디오가 10만 번 클릭될 때마다 미국의 대형 보험사 파머스 인슈어런스가 1000달러씩 어려운 농가와 자선단체에 기부하고 있습니다. 꾸준히 인기를 끌던 이 동영상은 버바 왓슨이 마스터스 챔피언이 된 후 더욱 화제를 모아 드디어 조회수 400만 건을 돌파했습니다. 기부액도 4만 달러를 넘어섰습니다.

버바 왓슨은 지난 월요일(9일) 최고 권위의 마스터스 최종 라운드에서 남아공의 루이 우스투이젠을 연장 끝에 꺾고 PGA 통산 4승과 함께 생애 첫 메이저대회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흔치 않은 왼손잡이에 소문난 장타자인 왓슨은 늘 색다른 볼거리로 팬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선수입니다. 유튜브에서 'Bubba Watson'을 검색해보면 뮤직비디오 외에도 많은 동영상을 찾아 볼 수 있습니다. 타이어 위에 올라서서 샷하기, 지붕 넘겨 샷을 해 욕조에 빠뜨리기, 진짜 '나무'로 만든 우드와 펌프킨(커다란 호박) 가운데 어떤 게 더 센지 직접 때려보기 등 기상천외한 시리즈들이 있습니다.

              


 
넘치는 장난기 만큼이나 눈물도 많은 왓슨은 '기부천사'로도 유명합니다. 왓슨의 티샷이 300야드를 넘길 때마다 후원업체가 300달러씩 암환자에게 기부합니다. 현재 왓슨의 드라이버샷 평균 비거리는 313.1야드로 PGA 전체 1위입니다. 공식 대회에서 422야드까지 날린 기록이 있습니다. 기부액이 상당하겠죠? 일종의 '재능 기부'인 셈입니다. 왓슨은 지난해 일본 대지진 때는 구호 성금으로 5만 달러를 내놓았고, PGA에 데뷔하기 전 무명 선수 시절 패스트푸드점에서 끼니를 때우고 값싼 호텔에 묵으면서 2,000달러를 모아 대학여자골프대회를 여는 친구를 도와준 일화도 있습니다. 지난 2010년 10월 식도암으로 투병하던 아버지와 작별한 뒤 자선 활동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왓슨은 올해 마스터스 개막 2주 전에 아버지가 됐습니다. 생후 1개월 된 남자 아기를 입양했는데, 농구선수 출신인 아내의 건강이 좋지않아 임신 대신 택한 입양이었습니다. 왓슨의 아내는 갓난 아기를 돌보느라 대회장에도 오지 못했습니다. 왓슨은 마스터스 우승 후 인터뷰 때도 빨리 아들을 보고 싶다며 눈시울을 붉혔고, 집에 돌아와서는 곧장 아들의 방으로 들어가 마스터스 우승자의 상징인 그린 재킷을 벗어 유아용 침대 곁에 정성스럽게 걸어뒀다고 합니다.

최고 장타자에 남성미 넘치는 외모와는 달리 핑크색을 가장 좋아해 드라이버까지 핑크빛으로 물들인 남자. 타이거 우즈같이 강한 카리스마로 주위를 압도하는 스타일과는 다른, 이웃집 청년(아니면 아저씨?)처럼 소탈하고 인간적이고 유머러스한 왓슨의 모습에 팬들은 또다른 매력을 느끼는 게 아닐까요?

세계 랭킹 16위에서 4위로 껑충 뛴 왓슨은 이제 장타만 날리는 선수가 아니라 실력과 개성을 겸비한 톱스타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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