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서트장을 방불케할 만큼 일본과 중국 등 동남아시아에서 온 한류 팬들로 극장은 발 디딜 틈이 없었습니다. 뮤지컬 '캐치 미 이프 유 캔'이 공연되고 있는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외국인 관광객들은 뮤지컬 포스터 앞에서 사진 촬영도 하고, 기념품을 사기 위해 긴 줄을 서는 것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캐스팅을 봤더니, 슈퍼주니어의 '규현'과 소녀시대의 '써니'가 남녀 주인공으로 출연하는 날입니다.
외국인 관광객들은 오로지 이 뮤지컬 하나를 보기 위해 비싼 비행기표를 끊고 한국을 찾았습니다. 인터넷 공연 예매 사이트를 통해 공식 집계된 외국인 관광객의 객석 점유율만 35%가 넘고, 다른 사람의 ID 사용과 현장 구매 등을 변수로 넣어 고려하면 이날 '캐치 미 이프 유 캔'을 보러온 외국인들은 전체 관객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습니다.
뮤지컬 내용은 어떻게 이해할까? 공연이 시작되자 외국인 관객들의 눈은 무대 좌우로 향했습니다. 일본어로 된 자막이 제공되기 때문입니다. 어떤 관객은 낮 공연에는 배우들의 동선과 춤을, 저녁 공연엔 자막만 집중적으로 본 뒤 전체적인 극의 흐름을 이해한다고 합니다. 그야말로 열성 팬입니다.
아직 일본어 외에 중국어나 영어 등 다른 외국어 자막은 제공되지 않지만, 관광객들로부터 큰 불만이 제기된 것은 없습니다. 우리가 뉴욕 브로드웨이에 가서 한국어로 된 자막이나 해설이 나오지 않는다고 투덜대지 않는 것처럼, 그들에겐 '한국 뮤지컬'을 보는 것 자체가 굉장히 즐거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공연장에서 만난 한 외국인 관객은 한국 아이돌 스타가 나오는 뮤지컬을 보러다니다 아예 한국어를 본격적으로 배워 능숙하게 우리 말을 구사했습니다. 뮤지컬 자체에 매료돼, 슈퍼주니어의 '규현'이 나오는 공연 이외에 배우 엄기준 씨 등 다른 남자주인공이 나오는 공연까지 전부 봤다는 일본 팬도 만났습니다. 공연 시간에 5분 정도 늦은 일본 여성은 앞 부분을 놓친 안타까움에 눈물을 흘리며 극장 안으로 뛰어 들어오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슈퍼주니어나 소녀시대 등 아이돌 가수들이 나오는 공연만 인기가 많은 건 아닌지 의심도 듭니다.
빨래와 햄릿, 쓰릴미, 잭더리퍼, 커피프린스, 드림하이, 파리의 연인, 스트리프트 라이프, 광화문연가. 이 9편의 뮤지컬은 전부 올해 일본에 수출됐거나 수출 예정인 한국 공연들입니다. 이 가운데 무려 6편이 순수 국내 창작 뮤지컬입니다. 인기 K-POP 스타가 아니라, 현지 배우(일본인)가 출연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배우의 스타성이 아니라, 공연 자체가 지니고 있는 힘이 더 큰 경쟁력을 갖는다는 뜻입니다. 더군다나 일본 뮤지컬 시장은 관객이 한국보다 3배 이상 많은데다 평균 티켓 가격도 2배 높아 국내 뮤지컬 제작자들에겐 매력적인 시장입니다.
그럼 한국 뮤지컬도 브로드웨이의 대작들 처럼 '판권(라이선스)'을 수출하고 세계 무대로 나아가는 게 정말 가능한 일일까요? 아직 우리 뮤지컬의 해외 진출은 걸음마 단계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지난해 일본에 수출한 한국 뮤지컬이 고작 2편이었음을 감안해 볼 때, 국내 뮤지컬의 해외 진출이 그야말로 비약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확실합니다.
국내 공연기획사들은 이제 판권 수출이나 한국 배우 투어 형식의 해외 진출을 넘어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아예 제작 단계에서부터 일본 시장을 공략한 뮤지컬을 직접 설계하는 겁니다. 국내 연출가와 제작진이 현지 배우들과 기획 단계에서부터 함께 소통하고, 같은 작품을 우리나라와 일본 시장에서 동시에 선보이는 방안도 고려 중입니다.
한류 스타를 앞세운 K-POP 공연에 이어 소극장에서 탄탄히 입지를 다신 국산 뮤지컬까지 우리만의 창작 콘텐츠들이 아시아 시장을 넘어 세계 무대로 활발히 진출하는 날이 머지 않아 보이는 이유입니다.
[취재파일] 아이돌 스타만? No! 창작 뮤지컬도 인기
뮤지컬에도 한류 바람 거세…해외 수출도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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