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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소비자만 몰랐던 변액연금의 불편한 진실

요즘 변액연금 가입자들은 혼란스럽습니다. 지금 들고 있는 변액연금을 해지해야 하는지 그냥 둬야 하는지, 새로 가입하기로 한 분들은 진짜 변액연금에 가입해야 하는지 속 시원한 답 없이 공방만 벌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발단은 공정위가 지원해 금융소비자연맹이 발표한 제2호 컨슈머 리포트 ‘변액연금’에서 시작됐습니다. 금융소비자연맹(줄여서 '금소연'이라고 합니다)은 변액연금 보험 상품 60개를 분석했더니 54개 상품의 수익률이 지난 10년 동안의 물가상승률 3.19%에도 미치지 못했다고 발표했습니다. 10개 가운데 9개 꼴로 수익률이 실질 수익률로는 마이너스라는 뜻입니다.

생명보험사들의 단체인 생명보험협회는 즉각 반박에 나섰습니다. 일선 보험모집인들의 불만과 회원사인 생명보험사들의 항의가 쏟아졌기 때문입니다. 금소연의 분석은 수익률 산정 기준이 잘못됐고, 보험상품은 발표 전에 생명보험협회 공시위원회와 협의하도록 한 보험업법을 위반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법적 대응까지 언급하며 양측의 감정이 격해졌습니다.
 
그러자 금소연은 변액연금 2탄 보고서까지 내면서 보험사의 취약점인 사업비를 공략했습니다. 저축성 보험 공시이율 평균인 4%를 매년 기록하는 펀드 수익률로 산정하더라도 가입한 지 10년 뒤 해약하면 46개 변액연금 상품 가운데 18개에서 원금 손실이 발생한다는 겁니다. 생보협회는 다시 장기 연금 상품인 변액연금의 특성을 무시한 채 임의적으로 중도해지 시점을 산정했다고 반박했습니다.

                 

  
 
자! 간략하게 정리했는데도 헷갈리시죠? 하나 씩 쟁점을 정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금소연의 변액연금 수익률 분석은 최대한 단순화를 시켰기 때문에 논란의 소지는 있습니다. 은행 적금처럼 적립식으로 불입되는 변액연금의 특성을 알면서도 한꺼번에 돈을 맡기는 거치식 방식으로 계산을 했습니다. 생보협회의 비교 공시 사이트에서 쓰는 같은 기준을 썼다고는 하지만 보험회사에서는 불만을 가질 만한 부분입니다.

변액연금에 편입된 펀드를 전부가 아니라 대표 펀드 3개의 수익률만 감안했다는 점도 ‘비교를 위한 단순화’라는 부분을 이해하더라도 공방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보험업 위반 여부는 어차피 최대 과태료 천만 원 부과에 그치고, 그 판단은 금융위에서 내릴 테니 지켜보면 될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소연의 이번 분석은 그 동안 복잡하게 암호 같은 수익률을 제시하며 소비자들에게 명확한 정보를 제시하지 않았던 변액 연금에 대해 비교의 기준을 마련해 줬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생명보험협회의 자체 분석에서도 10개 가운데 6개는 물가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익률을 기록한 만큼 수익률이 높다고 주장할 것만도 아닙니다. 금소연의 분석이 정확하지 않다고 주장하려면 이제 생명보험협회가 보다 알기 쉽고 정확한 수익률 비교 분석 정보를 제공해야 합니다. 현재의 비교 공시 정보는 대단히 미흡한데 비해 변액연금 구조는 너무나 복잡하기 때문입니다.
 
변액연금 상품은 고객이 보험료를 내면 그 가운데 일정액은 사망시 지급하는 보험금(위험보험료)으로 보험료의 1.2% 정도를 적립하고, 다시 보험사들이 챙겨가는 수수료인 사업비로 12% 정도를 제하고 그 나머지 금액을 모아서 일부 채권이나 주식에 투자해 수익이 나면 나중에 연금으로 지급합니다. 소비자들은 매월 자신이 내는 보험료가 대부분 채권이나 주식에 투자되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은 겁니다. 예를 들어 월 20만 원씩 보험료를 낸다면 17만 원 정도만 투자되는 것이기 때문에 고객이 낸 보험료 대비 수익률은 기대보다 낮을 수 밖에 없습니다.
 
물론 보험사들은 “변액 연금은 보험료 납입 기간인 7년~10년 사이에 사업비를 모두 회수하며 그 이후부터는 사업비를 공제하지 않기 때문에 누적 적립금에 대해 수수료를 제하는 은행 적금과 장기적으로는 그리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주장하지만 보험료 대비 수익률을 저하시키는 보험사의 사업비 규모가 적정한지는 의문입니다. 소비자가 펀드에 직접 투자 할 경우 수수료를 평균적으로 0.5%~1% 수준을 내는데 12%면 보험사가 하는 중개업무에 비해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보험사들이 고객 보험료에서 받은 사업비 가운데 실제 집행한 사업비를 제외한 액수가 최근 매년 2조 원 안팎으로 생명보험사 당기 순이익의 80%를 육박한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소비자들은 어떻게 해야 될까요? 앞서 설명 드린 대로 변액 연금의 이런 특성을 고려하면 가입한 지 10년도 안 된 분들이 보험을 해약하면 손해를 볼 수 밖에 없습니다. 심하면 원금의 절반도 못 건질 수 있습니다. 아는 분 권유로 잘 모르고 변액 연금에 가입하셨다고 하더라고 10년 이내에 해약하는 건 손해입니다. 노후 대비 보장 상품이고 연금이라는 점 때문에 펀드와 달리 원금 손실이 나더라도 연금 지급시 원금은 보장이 된다는 점에서 일단 유지하는 것이 좋습니다.

다만 수익률이 불만이시라면 편입된 펀드를 교체해 달라고 보험사에 요구하는 방법은 있습니다. 1년에 12번까지는 바꿀 수 있는데 너무 자주 바꾸면 수수료가 나가니 신중하게 결정하시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아직 가입하지 않으신 분들이라면 가입 목적을 분명히 해 상품을 선택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안정적인 노후 대비용인 지 공격적인 투자 목적인지, 공격적인 투자 목적이라면 어느 정도 투자할 것인지 기간을 정하고 수수료를 비교해 펀드 가입이 나을지 변액연금 가입이 나을지를 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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