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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괴물신인' 오세근과 족저근막염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시상식에 취재를 다녀왔습니다. 올시즌 프로농구 챔피언 결정전에서 인삼공사를 우승으로 이끈 오세근선수를 인터뷰 하기 위해 만났는데, 오른쪽 다리를 많이 절고 있더군요. 발바닥과 발목의 통증이 너무 심해서 진통제를 맞고 시상식에 참가했다더군요. 오세근 선수는 중앙대학 재학시절부터 족저근막염이라는 병으로 고생을 해왔습니다.

족저근막은 우리 발바닥의 움푹 들어간 곳 아치 부분에 있는 근섬유입니다. 뒤꿈치부터 발가락까지 연결돼 아치를 보호하고 충격을 완화 시켜주는 역할을 하는데요, 갑자기 먼거리를 뛰거나 상하 점프운동을 심하게 할 경우 이 근육에 염증이 생기는데 이게 바로 족저근막염입니다. 주로 마라토너나 배구, 농구선수들이 이 병으로 고생을 많이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마라톤에서 우승한 '몬주익의 영웅' 황영조 선수도 족저근막염으로 일본에 가서 염증 부위를 제거하는 수술을 받기도 했습니다.

저도 5년 전 풀코스 마라톤 완주를 위해 훈련을 하다 이 족저근막염으로 3년 가까이 고생을 했습니다. 심할 경우 통증이 어마 어마합니다. 많이 걷거나 무거운 것을 들면 발바닥을 바늘로 찌르거나 칼로 베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통증의 압권은 아침에 일어날 때입니다. 침대에서 첫 발을 딛고 일어서는 순간, 비명이 절로 나옵니다. 정말 기도를 하고 바닥을 짚을 만큼 아픕니다.

            

그래서인지 저는 늘 올시즌 내내 오세근 선수의 경기를 볼 때 동병상련의 마음이 있었습니다. 족저근막염은 수술과 약물치료, 스트레칭 등을 비롯해 다양한 치료법이 있지만 의사들은 무엇보다 휴식이 최고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오세근 선수는 쉴 수가 없죠. 더구나 일반인도 아니고 키 2m에 체중 105kg의 거구가 격렬한 경기를 치러야 하니 발바닥에 가해지는 충격도 어마어마했을 겁니다. 더구나 오세근 선수는 통증 때문에 경기 전 발과 발목에 하는 테이핑도 다른 선수들에 비해 살살 감았습니다. 단단하게 매야 부상을 방지할 수 있는데 말입니다. 때문에 발목도 많이 다쳤습니다.

한마디로 부상을 달고 살았는데요, 오세근 선수는 강한 정신력으로 이걸 이겨냈습니다. 결과도 좋았습니다. 지난 시즌 9위였던 인삼공사의 돌풍을 이끌며 정규리그 2위로 이끌었고요, 챔피언 결정전에서는 시즌 최강 동부를 잡고 창단후 첫 우승까지 일궈냈습니다. 신인왕은 물론 챔피언 결정전 MVP까지 상복도 터졌습니다. 그야말로 데뷔 첫해 자신의 시대를 화려하게 여는 데 성공했습니다.

            

지난해 9월 중국 우한에서 아시아농구선수권 대회가 끝난 직후 회식 자리에서 오세근 선수와 개인적인 이야기를 해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당시 오세근 선수는 기자와 만남이 부담스러웠던지 묻는 말에만 대답하고 약간 수줍어한다는 느낌을 받았는데요, 하지만 프로 첫 시즌을 성공적으로 끝낸 뒤 시상식에 다시 만난 오세근 선수는 전보다 더 유머 감각도 넘치고 더 당당해 보였습니다. 남은 휴식기간 부상 관리를 잘해서 다음 시즌에는 더 멋진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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