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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골프 황제, 꼴불견 매너도 '황제감'

미국 PGA 마스터스골프는 두 말이 필요없는 최고의 대회이다. 명인 열전이라 불릴만큼 출전 선수들도 최고, 골프장도 최고, 주최측도 자존심을 걸고 최고만을 고집한다. 최고의 골프 경기력과 골프 정신이 살아있는 대회로 만들고 앞으로도 이어가기 위해 모두가 노력한다. 고가의 입장권을 사서 들어오는 갤러리들까지도 최고의 매너를 강요(?)받는다. 휴대전화나 카메라는 사용 자체는 물론이고 아예 코스에 반입조차 할 수 없다. 최고 선수들에 대해 예의를 지킨다는 의미다. 물론 선수들도 갤러리들에게 최고의 경기력과 깔끔한 매너를 선보여야 하는 의무가 있다.

그런데 이런 자명한 사실을 잠시 잊은 듯한 선수가 있다. 바로 황제님 타이거 우즈.

우즈는 2라운드 파3, 16번홀에서 이해할 수 없는 추태를 보였다. 130미터 거리에서 9번 아이언으로 친 샷이 오른쪽으로 밀려나가자 골프채를 티박스 바닥에 내동댕이 치더니 그것도 모자라 발로 차기까지 했다. 가끔 화가 치밀 경우 골프채로 페어웨이를 내리치는 장면은 종종 있어도 우즈처럼 발로 골프채를 차는 모습은 프로 대회에서 정말 보기 힘든 광경이다. 워낙 경기에 집중해 무의식적으로 나온 행동으로 이해하려 해도 너무 심한 행동이었다. 주말 골퍼들도 잘 하지 않는 행동이다.

16번홀을 지켜본 수많은 갤러리들과 동반플레이한 스페인의 마음씨 좋은 노장 선수 미구엘 앙헬 히메네스, 첫 출전이어서 경기 내내 긴장하고 있었을 한국의 신인 배상문도 황당했을 것이다. 골프를 쳐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골프의 특성상 동반자의 매너는 다른 선수들의 경기력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다. 우즈 다음에 샷을 날린 히메네스와 배상문은 과연 자기 샷에 집중할 수 있었을까?

그렇다고 자기 자신의 골프가 잘 된 것도 아니어서 우즈는 결국 40위로 초라하게 대회를 마쳤다. 경기전 기자 회견에서 "73승은 부산물일 뿐 무조건 그린재킷을 입기 위해 왔다"는 그의 말이 확대 해석된다. "갤러리나 동반자에 대한 예의나 매너는 중요하지 않고 무조건 내가 우승하기만 하면 된다"는 말로... 골프채를 발로 차다니. 골프 황제로 불리는 선수의 매너라기엔 너무 이기적인 행동이었다. 이럴 땐 참 꼴불견도 황제감이다.

               

우즈는 샷을 성공했을 때, 우승했을 때 강렬한 세리머니 만큼이나 이처럼 매너에 어긋나는 행동으로 이전에도 구설수에 오른 적이 여러 차례 있다. 골프채로 땅에 화풀이하는 모습은 다반사이고 2011년 2월 16일에는 두바이데저트클래식 경기 도중에 그린 위에서 라인을 살피던 도중 느닷없이 침을 뱉기도 했다. 정말 '세상에 이런 일이'에나 나올 법한 황당한 행동이었다. 그리고는 마음에 걸렸는지 침 뱉은 자리를 퍼터로 쓱쓱 누르는 추태도 보였다. 아~ 많은 골퍼들의 우상, 청소년 선수들에겐 신과 같은 존재인 타이거 우즈가 그린에 침을 뱉다니. 당시 우즈는 트위터를 통해 사과했지만 많은 골프팬과 동료 선수들에겐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PGA투어에서 13년째 활약하고 있는 한국 선수의 맏형 최경주는 골프에 대해 이런 정의를 내린 적이 있다. "골프는 잘 참아야만 잘 칠 수 있고, 성공할 수 있고, 모든 면에서 좋은 결과를 가질 수 있다"고. 우즈의 매너에 대해 얘기를 나눴을 때는 "나라고 공 치다 보면 승~질 날 때가 한두 번이겠습니까? 짧은 퍼팅이 안 들어가거나 OB 나면 미치죠. 그래도 절대로 골프채로 땅을 치거나 육두문자를 하지 않으려고 하고 그런 적 없습니다. 내가 그러면 거기 미국 갤러리들은 한국 선수들은 다 그런 줄 알 거 아닙니까? 한국말로 욕해도 욕은 만국 공통어라 다른 선수나 갤러리들이 귀신처럼 알아차립니다. 내가 욕하면 그 사람들도 공도 못치는 선수가 욕만 한다고 속으로는 분명히 욕할 겁니다. 결과적으로는 나한테 도움되는 게 하나도 없어요. 그 순간이야 나도 부글부글 끓지만 참아야지요."

그래서 최경주는 노력한단다. 경기 끝나고 상대 선수와 악수할 때는 잘 쳤든 못 쳤든 꼭 덕담을 건넨다. 컷 탈락하고 마지막 홀을 빠져나갈 때도, 꼴찌로 대회를 마쳤을 때도 누군가 사인을 요구하면 꼭 해주고 인사를 건네면 짧은 영어지만 꼭 답을 한다. 최경주는 우즈같은 톱스타는 아니지만 미국 내에서 꽤 알아주는 선수이고 친화적이고 매너좋은 선수로 통한다. 워낙 꾹꾹 잘 참으니까...

타이거 우즈는 정말 매력적인 선수이다. 호쾌한 샷, 강한 카리스마, 72승이라는 대위업, 전세계 골프의 위상과 인기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킨 대단한 선수임에는 틀림없다. 탄탄대로를 달리던 그가 불륜 스캔들과 이혼 등 필드 외적인 곳에서 문제가 생겨 꽤 긴 슬럼프를 겪었다. 지난달 아놀드파머 인비테이셔널대회에서 우승하긴 했지만 전성기같은 모습은 아직 아니다. 존경과 부러움의 대상이었던 골프 황제가 요즘 일부에서는 신기한 구경거리를 보는 듯한 시선을 받기도 한다. 황제님에게 골프에서나 골프를 떠나서나 유일하게 부족한 것, 부족했던 것이 있다면 아마 '인내심'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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