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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내 돈 내가 대출받는데 13.5% 이자라니"

급히 쓸 생활 자금 때문에 들고 있던 보험을 해약하려고 할 때 보험사에서 주로 권유하는 상품이 있습니다. 바로 보험계약대출, 과거 약관대출이라고 부르던 겁니다. 보험계약자가 그 동안 낸 보험료를 산정해서 지금 당장 해약할 경우 돌려받을 수 있는 해약환급금의 70~80% 한도에서 보험사가 대출을 해 주는 상품입니다. 장래의 위험을 대비하기 위한 보험 계약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당장 급한 돈은 쓴 뒤 다시 채워 넣는 방식입니다.

가계 빚이 912조 원을 넘어서면서 우리 경제의 부실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안팎에서 나오고 있고 이 때문에 금융당국의 규제가 강화돼 은행, 저축은행, 카드론 등에서 돈 빌리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서민들의 대출 수요가 급격히 약관대출 쪽으로 쏠리고 있습니다. 1년 전보다 4조 원 가까이 증가했는데 여기에는 보험사들이 사실상 365일, 24시간 대출이 가능하도록 해 놓는 등 적극적인 영업에 나서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말 기준 보험사의 전체 대출 가운데 61%를 약관대출이 차지할 정도입니다. 이유는 물론 수익이 짭짤해서입니다.

생명보험협회 비교 공시 사이트 자료를 보면 24개 생명보험사 가운데 18개나 확정 금리형 약관대출 이자를 10% 이상씩 받고 있습니다. 알리안츠, 대한생명, 흥국생명, 교보생명, KDB 생명의 경우 일부 상품에 대해선 13.5%의 이자를 받고 있습니다. 약관 대출이 보험계약자가 이미 낸 보험료 가운데 보험사의 주주에게 돌아가는 사업비 등 수수료를 모두 제외하고 난 돈에서 대출해 준다는 점에서 사실상 보험계약자가 자기 돈을 자기가 쓰는 셈인데 이런 고금리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약관대출 이자는 보험사가 정한 예정 이율에다가 가산금리를 부과해서 책정되는데 생명보험사들의 확정 금리형 상품 가산 이자는 대부분 3%~3.75%까지 부과하고 있습니다. 같은 약관대출 상품을 운용하는 손해보험사들이 금융감독 당국의 지적 이후 가산금리를 최고 2%로 낮췄고, 비슷한 성격의 상품인 은행 예금담보대출의 가산금리가 1.25%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2배 이상 높은 수준입니다.

보험사들이 채권 투자 등 자산운용을 했을 때 올릴 수 있는 수익률보다 높은 편이다 보니까 토요일, 공휴일에도 약관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보험사까지 등장했지만, 한 푼의 이자라도 부담되는 보험계약자들이 급전을 쓴 뒤 돈을 모아 갚으려 할 때는 토요일이나 공휴일에 갚지를 못합니다. 이자는 그대로 부과되는데 말입니다. 이러면서 보험사들은 약관대출 이자로 적게는 연간 수천억 원 많게는 조 단위 수익을 올리고 있습니다.

물론 보험사들도 할 말은 있습니다. 확정 금리형 대출 상품의 경우 대부분이 외환위기 이전 계약된 고금리 상품들이 많기 때문에 상품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역 마진이라고 설명합니다. 7~8% 이자를 줘야 하는 상황에서 이 계약자들이 약관대출을 받을 때라도 가산금리를 어느 정도 부과하지 않는다면 보험사는 어떻게 장사를 하느냐는 겁니다.

'약탈적 대출' 아니냐는 지적이 끊이질 않자 금융감독당국이 지난해 말부터 행정지도에 나서 올 4월부터 이자 수준을 낮추기로 했다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실상을 살펴보니 보험사들은 여전히 시간을 끌면서 버티고 있고, 일부 낮추기로 한 보험사들도 생색내기 인하 수준에 그치고 있습니다.

일부 소비자 단체에서는 어차피 약관대출 자체가 보험계약자가 낸 보험료를 급할 때 잠시 쓰는 것인 만큼 보험계약 안정성을 유지하는 장치를 마련하는 조건으로 해약 환급금 내에서 일정액을 계약자들이 급할 때 쓰도록 하고, 이후 보험계약 유지를 원하면 채워 넣는 방식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지만 아직은 진지하게 검토되지 않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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