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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돈 되는 곤충산업

지구상에는 약 180만 종의 동물이 살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72%에 해당하는 130만 종이 바로 곤충입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곤충은 주로 박멸의 대상으로만 여겨져 왔을 뿐, 그 가치는 경시돼왔습니다. 최근 전 세계가 그 무한의 가능성에 주목하기 시작하면서 곤충 산업이 떠오르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곤충이 돈이 된다는 얘기입니다. 현재 곤충이 가장 활발하게 활용되는 분야는 바로 농업입니다. 쉽게 생각해 꽃과 꽃을 옮겨 다니며 꽃가루를 옮기는 벌과 나비를 들 수 있는데요, 이런 곤충들을 '화분매개 곤충'이라고 합니다. 최근에는 추위에도 강하고, 활동이 왕성한 '뒤영벌'이 주로 사용되는데요, 사람이 일일이 손으로 하는 것 보다 인력도 덜 들고 과실도 잘 맺히게 되니 그야말로 일석이조입니다. 농촌진흥청 분석 결과, 화분매개 곤충을 이용할 경우 농가 소득이 5~20% 정도 느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곤충이 농업에서 활용되는 또 다른 영역은 바로 '천적'입니다. 최근 유기농과 친환경 농법이 대세를 이루면서 천적에 대한 관심과 그 활용 가능성이 새삼 강조되고 있습니다. 작물을 갉아먹어 상품성을 떨어뜨리는데다가 그을음병 같은 각종 질병을 유발하는 총채벌레나 진딧물 같은 해충을 천적인 애꽃노린재와 풀잠자리 유충, 무당벌레를 이용해 박멸하는 겁니다. 일일이 농약을 치지 않아도 돼 일손이 주는 것은 물론이고, 농약 중독 같은 부작용도 막을 수 있습니다. 또 농약을 쓰지 않는 만큼 안심하고 작물을 먹을 수 있고, 가격 역시 약을 쓸 때보다 30% 정도 더 비싼 값에 팔 수 있습니다. 게다가 농약에 대한 내성이 생기지 않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장점입니다.

             

곤충의 쓰임은 농업 분야에만 국한되지 않는데요, 대표적인 게 동물 먹이용 곤충을 들 수 있습니다. 귀뚜라미나 밀웜 같은 곤충은 잘 알려진 대로 단백질과 아미노산이 풍부해 포유류나 파충류, 조류의 먹이로 쓰이고 있습니다. 또 사슴벌레와 장수풍뎅이 등은 애완용이나 학습용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잘 키운 사슴벌레 한 마리 값은 최대 수십만 원에 달할 정돕니다. 이렇게 곤충이 돈이 되다 보니 곤충을 집단으로 사육하는 농가도 꾸준히 늘고 있는데요, 지난 해에는 310곳에 달했습니다. 시장 개방의 여파로 기존 축산농가들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는 현실에서 곤충 사육농장이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최근에는 IT와 바이오 기술을 접목한 곤충의 식용, 의료용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꿀벌의 독, 그러니까 봉독에서 천연 항생제 물질을 추출하고, 누에고치 단백질을 이용해 인공고막의 원료를 만들고, 애기뿔소똥구리 유충에서 고기능성 항균물질을 찾아내는데 성공했습니다. 곤충은 130여만 종에 달하지만, 아직 제대로 연구가 이뤄지지 않아 신약 개발의 가능성도 무한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곤충이 신약의 보고인 셈입니다. 특히, 항생제 남용으로 내성이 생기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의약 분야에서의 곤충 활용 가능성은 더욱 커질 전망입니다.

이렇게 곤충의 가치가 부각되면서 정부도 각종 지원책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2010년 곤충산업 육성법을 제정한 데 이어, 최근에는 경상도와 경기도에 곤충자원산업화지원센터를 설립해 향후 3년간 150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이를 통해 지난 2009년 1,570억 원 정도였던 국내 곤충 시장 규모를 오는 2015년에는 두 배에 가까운 3천억 원으로 키울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수십조 원으로 추산되는 전 세계 곤충 시장 규모에 비하면 여전히 미흡한데다가 수출 역시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세계 최대 곤충 산업국인 일본의 경우, 애완 곤충의 먹이와 사육통 등 곤충에서 파생되는 모든 제품들을 이미 상업화해 수출하고 있습니다. 시장 선점에서 뒤쳐진데다가 우리나라의 곤충산업 기술 수준 역시, 일본의 80% 수준에 불과합니다.

따라서 만 4천여 종에 이르는 국내 곤충 자원의 확보와 발굴, 정보화 등 인프라 구축부터 시작해 그 활용 가능성을 넓혀나가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함평 나비축제처럼 곤충과 문화, 관광을 접목하는 등의 다양한 시도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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