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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묻지마 범죄'도 이유는 있다

'수원 살인사건'에 대한 불편한 이야기

4년 전이던 지난 2008년 봄 이야깁니다. 한 시간짜리 ‘뉴스추적’ 프로그램을 만들 때인데요. 너무나 안타깝게도 강원도 양구에서 저녁 때 동네 개천 변으로 운동을 나갔던 여고생이 아무 이유 없이 살해를 당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친구와 함께 달리기를 하고 있었을 뿐인데 갑자기 일면식도 없는, 그래서 아무런 원한도 있을 턱이 없는 한 30대 남자가 흉기를 들고 달려들었다는 겁니다. 바로 ‘묻지마 살인’이었던 것이죠. 바로 취재에 들어갔습니다.

대체 이 남자는 왜 이런 일을 저질렀을까. 같은 팀 후배가 어렵사리 범인의 집을 찾아갔습니다. 가족들도 전혀 생각도 못한 일이라고 했습니다. 정신 병력이 있긴 했지만 예전 일이고, 은둔형 외톨이처럼 집 안에서만 주로 생활하면서 가족들에겐 내성적이고 순한 아들이었답니다. 가족들과의 대화에서는 답을 찾기가 어려웠습니다.

다른 사례를 취재하면서 답을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광주에 사는 한 20대 여성을 어렵게 만날 수 있었습니다. 마트에서 일하던 이 여성은 어느 날 아침, 이어폰을 귀에 꽂고 음악을 들으며 출근길에 나섰습니다. 문을 나선 지 얼마 되지 않아 검은 옷을 입은 한 남자가 스쳐 지나갔습니다. 열 발 걸음 쯤 걸었을까 뭔가 느낌이 이상해서 뒤를 돌아본 순간, 그 검은 옷의 남자가 뒤에 서있었답니다. 흉기를 든 채로 말이죠. 그리고 남성은 그 흉기로 이 여성의 목을 찌르고 유유히 사라졌습니다. 목에서 피는 나는데, 성대가 다친 듯 목소리도 나질 않았다고 했습니다. 그 때 마침 차 한 대가 지나갔습니다. 손을 흔들어 도움을 요청했지만 자신을 보고는 그냥 지나쳐갔다고 했습니다. 겨우 겨우 집으로 돌아와 벨을 눌렀고, 뛰어나온 가족들에 의해서 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다행히 동맥은 비켜가서 큰 변은 없었지만 성대 한쪽이 상해서 목소리가 상당히 탁해졌고, 무엇보다 정신적인 충격이 너무 큰 것이 문제였습니다. 지나가는 사람 하나 하나가 무섭고, 세상이 무섭다고 털어놨습니다.

양구 사건과 광주 사건, 또 다른 대부분의 묻지마 범죄를 취재하다보니 공통점이 발견됐습니다. 범인은 대부분 3,40대 남성, 피해자는 주로 여성이었습니다. 프로파일러와 범죄심리학자들의 분석은 이랬습니다. 범인들은 사회에서 소외된, 그래서 열등감과 소외감에 시달리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억눌림이 너무나 심한 나머지, 자신보다 월등하다고 생각되는 대부분의 다른 남자들과 함께 있는 평소에는 공격적 성향을 잘 보이질 않습니다. 오히려 조용하고 수동적인 태도를 보이는데요. 그래서 주변에서는 범행이 난 이후에 “착한 사람이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이는 것이죠. 하지만 어느 순간, 여성 같이 자신보다 사회적으로 약하다고 생각되는 대상에게 그 분노를 쏟아내게 된다는 겁니다. 그 순간 범인은 그 여성을 어떤 사람이 아니라, 나를 그동안 무시해 왔던 세상, 사람들로 인식하고 덤벼들기 때문에 죄책감도 별로 없는데다 그 형태도 아주 잔혹해집니다. 

‘묻지마’ 형태의 범죄가 미국과 일본, 우리나라에서 주로 발생한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평소에는 얌전하고 조용조용하다가 갑자기 폭력적으로 변하는 성격이 있는 만큼, 사전에 예방하기란 거의 불가능합니다. 결국 이 소외되고 억눌린 사람들을 어떻게든 풀어내지 못하면 묻지마 범죄는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경쟁 위주 사회의 한 단면일 수 있고, 어떻게든 우리가 치유해 나가야 할 상처이기도 합니다. 

최근 수원에서 또 묻지마 살인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용의자의 행태로 볼 때 그동안의 묻지마 범죄자들과 비슷한 성향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일부 방송 등에서 ‘도를 넘은 외국인 범죄’ 등으로 이 사건을 전하고 있던데, “우리가 문제가 아니라 외부인이 들어와서 물을 흐리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한 단면만 보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됩니다. ‘묻지마 범죄’도 다 일어난 이유가 있고, 그 불편한 진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불행하게도 또 다른 피해자들이 발생할 수 밖에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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