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18일 인천에선 지하철 공사 도중 6차선 도로가 꺼져 추락한 오토바이 운전자가 숨졌고요, 지난달 6일에는 서울 성북구의 주택가 경사면이, 19일에는 부산 해운대구의 인도가 내려앉아 보행객 한명이 다치기도 했죠. 또 31일에는 서울 양재역 사거리 부근과 성남시 정자동의 도로 지반이 붕괴돼 이곳을 지나던 택시가 추락하기도 했습니다.
갑자기 지반이 약해지기라도 한 걸까요? 지진이 난 것도 아니고 요즘 왜 이렇게 많이 무너져내리는 걸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지반이 약해진 게 맞습니다. 최근 잇따르는 지반침하 원인을 두고 말들이 많지요. '인재냐' 아니면 '천재냐', '상수도관이 터져 물이 새어나와 침하된 거다', 아니면 '보강재를 설치하지 않아 무너진 거다'라는 등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는데, 다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원인을 따져보면, 최근 일어나는 지반침하는 해빙기에 땅이 녹으면서 지반 자체가 약해졌기 때문입니다. 겨울 동안 땅 속에 있는 수분은 경사면 쪽으로 쏠려 얼어붙으면서 부피가 평균 9% 정도 팽창하게 되는데요, 날씨가 따뜻해지니 물이 녹아 아래로 흐르게 되고, 땅 속에는 물이 팽창했던 부피만큼 빈 공간이 생겨 땅이 무너지기 쉬워지는 겁니다.
또 도로면에서도 땅 속보다 상대적으로 기온이 낮은 지면쪽에 수분이 모이면서 얼음을 형성하게 되고, 이 경우 도로가 울퉁불퉁해지면서 차량 타이어 충격 등으로 파손이 생기게 됩니다. 이런 식으로 얼어붙었다 녹은 땅은 녹기 전에 비해 강도가 평균 11% 정도 약해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상수도관이 터진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상수도관이나 하수관이 터지면, 물이 새어나오게 되죠. 물이 새어나온다 해도 겨울 동안에는 땅 속에서 얼어붙기 때문에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물이 녹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문제가 발생하는 거죠.
"해빙기 침하는 당연한 것이다. 보강재를 설치하지 않아 무너진 것이다"라고 단언하는 일부 주장은 조금 무책임해보입니다. 물론 당연히 보강재가 설치된 지역은 해빙기에도 지반 침하가 상대적으로 덜 일어나겠지만, 과연 최근 지반 침하가 일어난 지역이 모두 보강재가 없었을까요? 피해 지역마다 모두 보강재가 있는지 없는지 일일이 조사해보고 따져보고 낸 의견일까요?
그렇다면 지반침하는 인재일까요? 천재일까요? 사실 둘다 맞습니다. 해빙기에 지반 침하가 일어나는 건 자연적인 현상이고, 이를 막기 위해선 인위적인 보강이 필요한 게 사실이니까요.
전문가들은 경사면의 경우엔 배수로를 파내 물의 흐름을 돌리거나 사면을 보강하는 심을 박으면 침하를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다고 조언합니다. 또 도로면의 경우엔 직경 19밀리미터 정도의 자갈로 이뤄진 동상방지층을 도로 밑에 깔면, 애초에 땅 속 수분이 도로 위로 올라와 얼어붙는 걸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물론 이런 예방책들이 지반 침하를 100% 막을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낫겠죠?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전에 지반침하를 기온변화에 따른 자연적인 현상으로만 치부하지말고, 적극적으로 예방책을 마련하는 게 시급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