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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K-POP에 빠진 프랑스, 또다른 한류에 '흠뻑'

작년 5월 파리에서 열렸던 K-Pop 스타들의 공연을 계기로,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에서도 한류가 먹힐 수 있다는 가능성이 많은 관심을 끌었습니다. 아직 마니아층에 국한된 것이긴 하지만, 우리 가수들에 열광하는 유럽의 소년, 소녀들 모습이 신기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신기한 현상은 사실 K-Pop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오래 전부터 프랑스에서는 한국 영화가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해오고 있었고, 드라마 역시 불어 자막이 만들어져서 유통되고 있었습니다. 그런가 하면 파리 시내의 한식당은 최근 몇 년 동안 급속하게 늘면서 100개가 훨씬 넘는다고 하는데, 자고 나면 하나씩 생기는 바람에 정확한 숫자를 아는 사람이 없을 정도입니다. 이렇게 많은 한식당은 어딜 가나 식사 시간마다 프랑스 사람들로 빈 자리가 거의 없습니다. 식당 입장에서는 입맛이 까다로운 한국 손님들은 오히려 반갑지 않을 정도죠.

이렇게 우리 문화의 다양한 요소들이 프랑스 사회 전반에 퍼지고, 삼성과 LG,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등 글로벌 기업들의 활약까지 겹치면서 한국어에 대한 관심 또한 높아졌습니다. 우선 프랑스 대학의 한국어학과 인기가 급속하게 높아지고 있는 것입니다. 한국어 강좌가 개설된 대학이 계속 늘고 있는가 하면, 정식으로 한국어학과가 설치된 대학도 파리 시내 2개를 비롯해 프랑스 전역에 8개나 됩니다. 프랑스 교육부가 집계를 하지 않기 때문에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학생 수가 줄잡아 1,000명은 넘을 것으로 주불 한국교육원은 추정하고 있습니다. 동양권 언어 전문 외국어대학인 파리 이날코 대학의 경우 4~5년 전만 하더라도 한국어학과 학생 수가 100명이 채 안됐는데, 작년에는 280명, 그리고 올해에는 400명으로 급속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합니다. 대학전공은 취업을 비롯해 젊은이들이 평생 함께 하게 됩니다. 학생들을 만나 보니, 역시나 한국계 기업에 취직하거나 한국에서 일을 하고 싶어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한국 경제의 위상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반증이겠죠.

                   

이런 정규 교육기관 말고도, 거의 무료(등록비 30유로/6개월)인 주불 한국문화원의 한국어 강좌 또한 지원자로 넘쳐납니다. 매년 두 번씩 등록하는 선착순 접수를 위해서 꼭두새벽부터 문화원 주위로 길게 늘어선 줄이 만들어지곤 합니다. 한국 문화원은 6개월마다 초급, 중급, 상급 각 수준별로 15개 강좌를 개설해서 400명을 가르치는데, 보통 200명 내외가 등록을 못하고 발길을 돌린다고 합니다. 최근 들어 이런 줄서기의 불편함이 갈수록 커지니까 문화원 측은 이용자의 편의를 위해 올 하반기부터는 인터넷 접수를 실시하겠다고 합니다. 즐거운 비명인 셈이죠.

여기까지만 보면 우리 한국어가 정말 대단한 위상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일본이나 중국과 비교해보면 양상이 달라집니다. 일본어의 경우 전국 수십 개 대학에서 1만여 명이 전공하고 있고, 중국은 지금 무섭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우리가 그 동안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었던 일본이나, 지금 2위이고 인구도 20배가 넘는 중국과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습니다. 지금은 한국어 위상의 현재를 인식하고 앞으로의 가능성을 보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한때 전국의 모든 대학에 불문과가 있었고 프랑스를 문화의 종주국이라고 생각해왔던 우리가, 이제는 우리 문화를 프랑스에 뿌리내리게 하고 우리말을 가르친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한 것이죠.

이 대목에서 가끔 질문을 받기도 하고 스스로 질문을 던지기도 하는 것이, '이런 현상이 얼마나 지속될 것인가?' 그리고 '더 발전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입니다. 우리 정부가 나서서 좀더 드라이브를 걸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한국어 배우기는 목표가 아니라 결과적인 현상이라는 사실입니다. 억지로 우리가 배우라고 해서 배우는 것은 아닐테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K-Pop과 드라마, 영화, 한식의 인기가 지속되고 우리 기업들의 활동이 활발해지는 한 한국어 배우기 열기는 계속될 것입니다. 우리 문화 각 분야에서 활동하는 분들과 기업에서 계신 분들이 열심히 일하시는 것이 한국어 배우기 현상을 발전시기는 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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