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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SPA와 동대문, 그리고 공동브랜드

"요즘 외국에서 들어온 패스트 패션 SPA 브랜드 인기가 많죠? 그런데 이런 브랜드가 들어오기 훨씬 전부터 동대문 옷가게들이 패스트패션을 선도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왜 성공 못 했을까요?"

한 마케팅 전문가의 질문입니다. 자금과 기획력 등등 여러 가지 문제가 있었지만 이 전문가는 브랜드와 협력의 문제를 큰 문제점으로 꼽았습니다.

"규모가 작다 보니 현실에 안주하기가 쉬운 것 당연하다고도 할 수 있지만 동대문 업체들의 기술력과 디자인을 보면 충분한 잠재력이 있습니다. 그런데도 서로 협력해 브랜드 사업을 하지 않다 보니 대부분 동대문 옷, 거기서 멈췄습니다."

작은 기업이 살아남는 방법 '공동브랜드'

'공동브랜드'라는 것이 있습니다. 공동브랜드는 예를 들어 "LG with IBM"처럼 두 브랜드가 뭉치는 것을 일컫기도 하지만 기술은 있지만, 인지도가 낮은 중소기업들이 마케팅 목적으로 함께 공동으로 상표를 개발해 사용하는 것을 말하기도 합니다. 미국이나 유럽, 일본 등에서는 역사가 오래됐는데 우리에게 많이 알려진 공동브랜드를 보면 미국 오렌지 썬키스트, 뉴질랜드 키위 제스프리, 미국 아몬드 블루 다이아몬드 같이 협동조합 형태로 함께 모여 만든 브랜드들이 있습니다.

하나의 브랜드를 여러 업체가 같이 사용하면 당연히 비용을 나눠 분담하니 개별 중소기업의 부담은 많이 줄어듭니다. 또 잘만 되면 제품을 널리 알릴 수 있게 되니 마다할 이유가 없죠.

                   


제가 취재한 펌프 공동브랜드의 경우를 보면 펌프조합이 중심이 돼서 30여 개 업체가 참여하고 있는데 단순히 하나의 브랜드를 같이 쓰는 것을 넘어서 시장 정보뿐 아니라, 기술과 심지어 특허까지 공유하고 있었습니다. 여기에 개별 업체로서는 뚫기 어려웠던 수출이라든지, 정부 납품도 이 공동브랜드와 조합의 지원을 통해서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또 편의점과 슈퍼마켓도 공동브랜드들이 있는데요, 인지도는 높이면서, 일정 수수료만 내면 가맹 본부에 떼이는 것 없이 내가 번 만큼 가져갈 수 있다는 게 장점입니다.

뭉치기만 하면 다 살까?

우리나라에도 잘 찾아보면 많은 공동브랜드들이 있습니다. 서울우유와 장수막걸리, 임금님표 이천쌀, 안성맞춤 등 주로 먹거리, 지역 생산품 중심으로 된 브랜드들이 유명합니다. 최근에는 편의점, 무인경비 회사, 미용실, 약국 등 서비스 관련 분야에서도 공동브랜드의 분야가 급속히 넓어지고 있습니다.

현재 공동브랜드가 얼마나 되는지 수치를 알고 싶어서 중소기업 관련 기관에 문의했지만 정확한 통계 수치를 가지고 있진 않았고 다만, 추산되는 것으로는 지금까지 만들어진 공동브랜드가 대략 2천여 개 수준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역시 추산이지만 지금까지 살아 있는 공동브랜드는 약 900개 정도 전체의 절반 정도밖에 안 된다고 합니다. 의욕적으로, 살아남기 위해 힘을 뭉치지만 성공하기가 쉽지 않다는 말입니다.

                   


물론 가장 큰 관건은 브랜드를 키워나가고 알리는 겁니다. 대기업도 막대한 돈을 쏟고도 실패하는 경우가 종종 있을 정도니 브랜드 작명부터, 타겟층, 활용방법, 사용 범위를 자세하게 정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보다 더 큰 관건은 협력을 유지해 나가는 것입니다.

브랜드 개발은 전문인력과 자금력의 도움이면 어느 정도 해결해 나갈 수 있지만 참여업체들이 계속해서 노력하지 않으면 브랜드 이미지는 한순간에 무너지게 됩니다. 특히 이익배분 문제로 협력이 깨지는 경우가 빈번하고 '나 하나쯤'이야 하는 생각에 개별 업체들이 자기 이익만 채우다 품질이 떨어지기도 합니다. 실제로 공동브랜드로 유명했던 한 피혁 공동브랜드의 경우 이런 문제점들과 트렌드를 읽지 못하면서 결국 도태되기도 했습니다.

썬키스트나 제스프리 같은 외국의 공동브랜드들이 성공할 수 있던 이유도 '협동조합'이라는 공고한 조직체가 있고, 명확하게 이익배분이나 조직운영에 대한 규정이 있었기 덕분이었습니다. 뭉치기만 해서는 골리앗 대기업에 맞설 수 없다는 건데요, 그래도 공동브랜드가 중소기업의 유용한 돌팔매가 되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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