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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말 정액이 다이아몬드보다 비싸다?

캐나다의 명품 경주마 종마였던 '노던 댄서'라는 말은 교배 비용이 1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12억 원에 달했습니다. 경주마는 '혈통'이 70%를 좌우한다고 하는데요, 이 때문에 경주 능력이 검증 안 됐어도, 우수 혈통을 이어받은 망아지들의 몸값은 최고 수십억 원에 달합니다.

우리나라도 이런 경주마 산업의 가능성을 인식하고, 경마에만 치중했던 데서 벗어나 최근 경주마 생산과 육성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우수 경주마를 생산하기 위해 '혈통' 좋은 종마 모시기에도 나섰는데요, 이들 명품 종마의 몸값이 워낙 비싸다보니 일반 농가를 대신해 마사회가 앞장섰습니다. 돈을 주고 명품 씨수말을 사와 말 사육 농가에 무료로 교배지원 사업을 벌이기로 한 겁니다.

마사회가 미국 등에서 사온 명품 씨수말은 모두 13마리입니다. 하나같이 몸값이 30, 40억 원을 호가하는데요, 몸값 만큼 그 대우도 특별합니다. 시멘트 마구간에서 지내는 일반 경주마들과 달리, 이들 명품 씨수말들은 피부나 말굽이 상할 것을 우려해 원목으로 지은 축사에 고무 우레탄 바닥, 그리고 볏짚 쿠션을 깔았습니다.

먹는 것도 각별해, 홍삼과 마늘 간 것에 해바라기씨와 철분제 등 각종 영양제를 섞은 사료를 먹입니다. 하루 사료값이 2만 원을 훌쩍 넘어 '황제 대우'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입니다. 혹시라도 다칠세라, 보험에도 가입돼 있는데요, 말 13마리의 1년 보험료가 7억 원, 받을 수 있는 보험금은 무려 126억 원에 달합니다.

명품 종마를 사위로 얻는 일은 그야말로 '로또'에 당첨되는 것과 같다 보니, 무료 교배 지원을 따내기 위한 농가의 경쟁률도 치열해 최고 수십대 1에 이릅니다. 교배 과정에서도 씨수말을 보호하기 위한 배려(?)가 곳곳에서 발견되는데요, 무엇보다 교배 중 씨수말이 다칠 것을 염려해 속칭 '내시말'로 불리는 '시정마(始情馬)'가 등장하는 것이 압권입니다. 

한자어에서 알 수 있듯 '미리 정을 통하는 말'이 바로 시정마입니다. 그러니까 암말이 교배할 준비가 돼 있는지를 미리 살피고, 쉽게 교배가 이뤄질 수 있도록 암말을 사전에 흥분시키는 역할을 하는 말입니다. 아직 준비가 되지 않은 암말은 수말이 다가오면 뒷발로 차는 등 공격적인 반응을 보이는데, 이때 명품 종마가 혹시라도 다칠까, 시정마가 사전에 암말의 상태를 파악하고 흥분시켜 종마와의 교배가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역할을 하는 겁니다. 이 때문에 시정마는 매번 흥분은 하면서도 정작 씨를 뿌리지는 못합니다.

이렇게 태어난 망아지가 경마에서 우수한 성적을 내면, 몸값은 순식간에 몇 배로 뛰게 됩니다. 그러다보니 말 사육 농가는 지난 2000년 520개에서 2010년에는 1,915개로 3배 넘게 늘었습니다. 특히, 경주마 한 마리의 평균 가격은 3천 3백만 원으로 소나 돼지에 비해 부가가치가 월등히 높습니다. 때문에 시장 개방 확대로 위기에 몰린 축산 농가에 경주마 산업이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특히, 세계 최대 시장으로 부상할 것으로 기대되는 중국이 조만간 경마를 정식 허가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도 기회 요인입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은 멉니다. 적극적인 육성책으로 경주마 자급률이 78%까지 올랐다지만, 우리나라의 경주마 종마는 모두 102마리, 전 세계 종마의 1% 수준에 불과합니다. 또, 지난 20년 동안 해외로 수출한 경주마는 단 3마리 뿐입니다. 

중국 등 떠오르는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라도 체계적인 경주마 산업 육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말 산업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도록 승마의 저변 확대와 말의 식용 소비를 늘리는데도 힘써야 한다는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말 사육 두수는 3만 마리로 세계 최대 말 산업국인 미국의 920만 마리에 비하면 0.3%에 불과하고, 승마 인구 역시, 2만 5천 명으로 170만 명인 독일에 비해 턱없이 적습니다. 또, 연간 1인당 말고기 소비량도 2.6그램으로 8.8kg인 소고기나 19.3kg인 돼지고기에 비해 미미한 실정입니다.

하지만, 주 5일제와 놀토의 전면 시행으로 레저 승마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고, 소득수준 향상에 따른 식생활 고급화로 말고기를 찾는 사람이 늘고 있는 만큼, 꼼꼼히 준비하고 치밀하게 실행해 나간다면 말 산업이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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