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부동산 중개업자인 P.T.바인버그는 어떤 상품의 원가가 어느 정도인지를 대충 안다.
최근 보스턴의 한 가게에서 `첼시' 시계의 가격이 수백달러로 매겨진 것을 보고는 "너무 비싸다. 3개를 살테니 15∼20%를 깎아달라"고 요구했다.
주인이 그의 요구에 응했음은 물론이다.
그의 집에는 이런 식으로 싸게 사들인 온갖 제품이 널려 있다고 한다.
소매업체와 소비자들은 항상 제품 가격을 놓고 줄다리기를 벌였고, 이 싸움의 유리한 고지는 언제나 업체의 몫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가격을 비교할 수 있는 인터넷 사이트와 각종 프로그램이 나오면서 가격 흥정의 주도권을 소비자가 쥐게 됐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업주가 가격 흥정에 소극적일 경우 소비자들은 지체없이 나가버린다.
아마존과 이베이를 이용하면 되기 때문이다.
가격 흥정에서 이같은 힘의 이동은 인상과 할인을 반복하는 소매업계의 오랜 가격 전략에도 변화를 몰고 왔다.
JC페니는 평일 가격과 한달간의 특별세일, 재고정리 가격 등 3가지로 기존 가격체계를 간소화했다.
패션 브랜드인 망고는 모든 제품의 가격을 20% 내렸고, 할인매장 스타인마트는 쿠폰을 줄였다.
식료품 체인점인 슈퍼발루는 대규모 판촉행사를 폐지하는 대신 일부 제품의 가격을 인하했고, 월마트도 경쟁사 제품의 가격보다 비싼 제품은 값을 낮추겠다고 했다.
론 존슨 JC페니 최고경영자(CEO)는 "소비자가 적정 가격을 안다"면서 "모든 제품의 가격을 올릴 수는 있지만 소비자는 적정가만 지불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가격의 전문가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는 수학적으로도 충분히 증명된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과거 10년간의 통계를 보면 가격을 올린다고 해서 소비자들이 더 비싼 값을 지불하지는 않더라는 것이다.
JC페니 매장의 경우를 보면 원가 10달러짜리 제품의 가격이 2002년에는 통상 28달러에 가격이 매겨진데 비해 2011년에는 40달러로 올랐다.
하지만 이 기간 소비자가 지불한 가격은 15.90달러에서 15.95달러로 불과 5센트 올랐을 뿐이다.
존슨 CEO는 "가격을 40% 내릴 때까지는 어떤 소비자도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소매업체의 회계업무를 대행하는 마컴 LLP의 로널드 프리드먼 소매부문 책임자에 따르면 백화점은 통상 의류의 판매가를 원가보다 65% 정도 높은 선에서 책정한다.
하지만 10주 정도 지나면 25∼30% 할인하고, 시간이 더 지나면 최대 70% 또는 그 이상 내린다.
70%가 넘어서면 말 그대로 '밑지는 장사'가 된다.
프리드먼은 "쇼핑객들은 가격이 떨어질 때까지 기다릴 줄 안다"며 "제품이 처음 매장에 나올 때 거품이 너무 많다는게 소비자들의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뉴욕=연합뉴스)
원가에 밝은 미국 소비자, 판매가 직접 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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