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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아이들이 갈 학교가 없다?!

- 신도시 학교유랑

[취재파일] 아이들이 갈 학교가 없다?!
교육 여건 좋기로 잘 알려진, 그래서 집 값이 더 비싸다고 들었던 신도시에서 아이들이 다닐 학교가 없다는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에이, 설마'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현장을 확인 안 해 볼 수 없었습니다.

제일 먼저 찾아간 곳은 인천 청라 신도시였습니다. 지난 해 6월 입주가 시작돼 벌써 10달이나 지났지만, 어찌된 일인 지 곳곳의 학교는 아직 공사중이었습니다. 학교가 공사 중인 이유는 복잡했습니다. 원래 건립 계획 자체가 입주 시기를 맞추지 못한 곳도 있었고, 시공사가 소송을 벌이고 있는 학교도 있었습니다. 몇 년동안 계획됐다고는 하지만 교육청과 국토부, LH간에 조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학교는 아파트 건설보다 뒷전이 된 상황이었습니다.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과 학부모에게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공사중인 집 앞의 학교를 놔둔 채, 통학 버스를 이용해 다른 구역으로 등교했습니다. 여기저기 공사판이 벌어져 있는데다, 거리도 2킬로미터 가량 돼 아이들이 걷기에는 무리였습니다.

             


또,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밖에 없어, 한 학교의 개교가 늦어진 만큼 인근의 다른 학교에선 과밀 급으로 인해 불편한 일이 한 두가지가 아니었습니다. 심지어 원래 학군인 지역의 학생에다, 공사 중인 학교 학생, 건립이 아예 유보된 구역의 학생까지 원래 세 곳의 학교 학생들이 합쳐진 곳도 있었습니다. 갑자기 입주가 몰릴 때면 책상이 모자라 바닥에서 공부를 했다고 하고, 급식이 모자라 집에 와서 배가 고프다고 하니 학부모들의 심정은 오죽했을까요. 밥을 더 달라고 해도 주지 못하는 선생님들 심정도 마찬가지겠지만 말이죠. 제가 만난 한 학부모는 아이들에게 너무 미안하다고 했습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제 발로 신도시에 들어와 아이들을 고생시킨다고 말이죠.

             


상황이 이렇다보니 한 지붕 아래에서 생활하고 있는 원래 다른 학교 학생들간에, 학부모들간에 갈등이 빚어지고 있었습니다. 원래 그 학교를 다녀야 하는 학생들의 부모는 하루라도 빨리 다른 학교 아이들이 나가줬으면 할 테고, 가뜩이나 더부살이가 마음에 들지 않는 다른 학부모들은 왜 소중한 내 아이가 눈칫밥을 먹어야 하느냐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는 겁니다. 결국 양쪽 당사자 모두 교육청을 상대로 민원을 제기했지만 마땅한 해결책은 없습니다. 학생들 간에도 '너는 우리 학교 계속 다닐 거 아니잖아'라며 편을 가르고 있는 상황이지만 막을 방법도 없습니다. 실제로 아이들 가운데는 개교 하는 순서대로 이 학교, 저 학교로 밀려다니다, 최종적으로 본인이 다닐 학교까지 세 번이나 전학하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었습니다.

             


사실 이런 신도시의 학교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닙니다. 또, 학교 뿐만의 일도 아니고 입주 시기와 기반 시설의 건립 시기가 맞지 않아 벌어지는 다양한 유형의 문제 가운데 하나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다름 아닌 학교이기 때문에 비슷한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될텐데, 몇 년씩이나 계획하에 지어진 신도시에서 올해에도 똑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부동산 경기 활성화 등을 이유로 국토부와 LH에서는 신도시 건설과 아파트 입주 시기를 앞당기려 하는 것이고, 교육당국이 이 일정에 발을 맞추지 못해 빚어지는 촌극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몇 달 지나면 안정을 되찾는 경우가 많아 일시적인 문제로 치부될 수 있지만 그 기간 동안 아이들이 받아야 할 상처를 간과해서는 안되겠죠.

두번째로 찾아간 곳은 경기도 안양의 관양지구였습니다. 모두 5천 세대의 입주가 이뤄지고 있었지만, 이 곳의 학교도 마찬가지로 공사 중이었고, 인근 학교 2개 층을 빌려 더부살이하고 있었습니다. 관양지구 입주민들은 현재의 상황이 학교를 다 지어도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당초 지구 개발을 계획할 당시에는 초등학교 2곳에, 중,고등학교 각 1곳씩, 모두 네개의 학교가 들어설 예정이었지만, 교육청이 학생 수를 잘못 예측하는 바람에 초등학교 1곳만 짓고 있기 때문입니다. 문제점은 입주가 시작되면서 드러났는데, 다자녀 가구 등에 우선 공급된 임대 아파트의 학생 수가 교육청 예측보다 세 배 가까이 많았고, 교육청이 18학급 규모로 짓던 학교를 갑자기 38학급으로 만들겠다고 나선 겁니다. 별도의 부지 확장도 없이 말이죠.

             


입주민들은 당연히 당초 설계보다 두배나 넘는 규모의 학급을 같은 부지 안에 단순히 증축을 통해서 만들겠다고 하니 '콩나물시루' 학교를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또, 애초에 2곳의 초등학교를 짓기로 했던만큼 원래 계획으로 되돌려 내라는 겁니다. 하지만 이미 다른 곳에 있던 학교 부지는 상업용지로 변경돼 수십억의 차익을 내고 LH가 일반 기업에 판매한 뒤였습니다. 명색이 신도시라 부르는 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런 한심한 상황들, 우리 소중한 아이들은 도대체 어디에서 공부해야 한단 말인지 따져 물어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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