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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우스운 10, 20억"…등록금 꼼수가 아니라고요?

지난해 말부터 등록금 인하와 동시에 대학생들의 제보가 빗발쳤습니다. 성적 장학금을 받기로 했다가 등록금이 떨어져 선정이 취소됐다는 학생, 원래는 무료였던 셔틀버스를 돈을 내고 타기 시작했다며 화가 난 학생, 아예 셔틀버스 노선을 통폐합해 자취방을 옮겨야 되는 건 아닌지 걱정하는 학생 등 등록금 인하로 달라진 대학의 '쩨쩨한 모습'에 분통을 터뜨리는 학생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취재를 결정하고 등록금 인하로 교양과목이 줄어 수강 정원을 초과한 강의가 우후죽순 생겨난다는 한 대학을 찾았습니다. 학생들은 60명 정원에 96명이 수업을 듣는 경우도 있다며 공간도 좁고 집중도 안 된다며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등록금 인하 발표와 동시에 강의가 대폭 줄었으니 학생들은 등록금이 내리며 나타난 '꼼수'라며 학교를 탓했습니다.

학교 측은 이러한 학생들의 주장을 단호히 부정했습니다. 현재의 등록금 인하 수준은 충분히 감내하고도 남는단 겁니다. 등록금 인하율 2.5%는 10억~20억 수준으로 서울 시내 주요 사립대학 수준이라면 "학교 조경비용만 줄여도 충분히 마련할 수 있다"며 "굳이 그런 꼼수를 부릴 필요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못해도 수백억 원의 재단 적립금이 쌓여있는 대학들이니 10, 20억 원은 우스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학 측은 그간 언론에 지적됐던 다른 학교의 사례에 대해서도 꼼수가 아니라는 친절한 설명까지 덧붙였습니다. 등록금 인하와 동시에 성적 장학금 대상자를  돌연 취소한 대학에 대해선 '학과 사무실의 실수'라 말했고, 학기 일정을 16주에서 15주로 줄인 학교에 대해선 교육과정 개편이라는 '거대한 개혁 과정 중의 일부'라 칭했습니다. 

하지만 10, 20억 아낄 만큼 가난하지 않다는 대학의 주장은 예산안을 조금만 들여다 보니 금방 근거가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꼼수의 흔적이 곳곳에서 발견됐기 때문입니다. 이른바 '부자 대학'이라는 11개 주요 사립대학에서는 등록금 인하를 결정함과 동시에 연구비, 실험 실습비, 학생지원비 등의 편성을 지난 해보다 크게 줄였습니다. 

연세대학교는 교내 장학금 예산을 4억 넘게 줄였고, 이화여대는 연구비를 6억 9천만 원 축소 편성했습니다. 고려대는 실험실습비 3억 7천만 원을 줄였으며 학생 경비 예산도 20억 넘게 축소했습니다. 모두 교육 여건과 학생 복지에 직결되는 비용입니다. "10, 20억 원은 우습다"며 등록금 꼼수를 부정한 대학조차도 3억 원 가까이 학생지원비를 줄였는데 "등록금 인하로 인한 긴축예산 편성이 불가피하다"는 이유를 댔습니다. 이쯤 되니 대체 '학과 사무실의 실수'나 '거대한 개혁 과정'은 왜 등록금이 인하된 2012학년도에 갑자기 나타났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지난해 많은 대학생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한 목소리로 '반값 등록금'을 외쳤습니다. 매해 별다른 근거 없이 올라간 등록금, 대학생 둘만 있어도 중산층 가정이 휘청하는 비상식적인 등록금에 대한 의문이 증폭돼 결국 거대한 울림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온 사회를 들썩이게 했던 '반값 등록금'이란 울림에 대학이 '우습게도 10, 20억' 정도만 내린 것도 너무하지만 뒤이은 대학의 꼼수는 학생들과 학부모들을 두 번 울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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