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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내가 오염물 배출자? 옷에 환경호르몬이…

우리를 '오염물 배출자'로 만드는 의류업체

  ‘옷의 독성물질’이라고 하면 어떤 장면이 떠오르시나요? 저는 중국이나 베트남의 열악한 의류 공장이 먼저 떠오릅니다. 아래 사진처럼 말이죠.  그런데, 독성물질은 ‘공장’에서만 나오는 게 아니었습니다.

                  


                                                      (사진 = 그린피스)


  ‘의류 업체가 당신을 독성 오염물질 배출자로 만들고 있다’ 며칠 전 환경단체 ‘그린피스’가 내놓은 보고서 제목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독성 오염물질은 대표적인 환경호르몬인 ‘노닐페놀 에톡시레이트’(줄여서’노닐페놀’. 계면활성제의 일종)라는 물질입니다.  그런데 의류 ‘제조’ 과정에서 노닐페놀이 쓰이고, 하수를 통해 강물로 흘러들고, 먹이사슬을 통해 축적돼 사람 몸에 들어와 내분비계 장애를 일으킨다는 사실은 지금껏 여러 차례 지적돼 왔습니다. 여기에 더해, 이번엔 ‘공장’에서 뿐만 아니라, 가정에서 소비자들이 옷을 세탁할 때도, 옷에 남아 있던 노닐페놀이 옷에서 빠져나온다는 점이 실험을 통해 처음으로 확인됐습니다.

                  


  그린피스의 이번 실험 대상은 나이키와 아디다스 H&M, 랄프로렌, 컨버스, 푸마, 캘빈 클라인, 카파 , 지스타 등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소비되는 브랜드입니다. 실험은 옷에 남아 있는 노닐페놀의 양을 측정한 뒤, 세탁을 하고, 세탁한 뒤 남아 있는 노닐페놀의 양을 다시 측정해, 물에 녹아든 양을 계산해 내는 식으로 이뤄졌습니다. 이 결과, 소비자가 일반 세탁기로 빨래를 하는 과정에서 상당량의 노닐페놀이 나온다는 점이 확인됐다고 그린피스는 밝혔습니다.

                  


                  


                                                          (사진 = 그린피스)

  요즘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많은 분들이 제품의 환경호르몬 함유 여부를 확인하시죠. 저 역시 세제나 샴푸를 살 때, 합성계면활성제가 든 제품을 되도록 쓰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는데요, 제가 아무리 천연계면활성제를 쓴 소위 ‘친환경 세제’로 빨래를 한다 한들, 제가 세탁한 옷 자체에서 환경호르몬이 나온다면, 저는 의도하지 않게 오염물질을 배출하게 되는거죠. 그리피스가 뽑은 보고서 제목은 이런 맥락에서 나온 거라고 봅니다. 우리 모두 자신도 모르는 사이 노닐페놀을 강물로 흘려보내고 있으니까요.

                  



                                                        (그래픽 = 그린피스)

  이렇게 세탁 과정에서 나오는 노닐페놀의 양이 ‘까짓 거 뭐 얼마나 되겠어’ 싶겠으시다고요? 여기에 대한 그린피스의 대답이 매우 명쾌합니다. “독성 물질에 있어 ‘안전한 양’이란 없다”, “적은 양이라도 전세계로 넓혀서 보면 무시할 수 없다”는 겁니다. 그렇죠. 편의상 우리가 각종 유해 물질에 대해 ‘기준치’ 같은 걸 설정해 두긴 하지만, 해로운 물질에 대해 ‘괜찮은 범위’를 정하는 것 자체가 모순적이지요. 그리고 이런 유해물질이 위험한 건, 먹이 사실을 통해 축적되고, 몸 안에 누적돼 오다 우리도 모르는 새 나타나는 것이니까요.

                  

 
  이런 문제를 막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옷을 만들 때 노닐페놀을 쓰는 행위 자체가 근절돼야 할 겁니다. 그린피스는 이를 위해 오는 푸마와 나이키, 아디다스, H&M에게서 오는 2020년까지 노닐페놀 사용을 중단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습니다. 이 움직임은 이제 시작입니다. 더 많은 기업의 동참을 이끌어내려면, ‘소비자의 힘’이 필요하다고 그린피스는 강조합니다. 소비자가 기업에 독성물질 사용 중단을 적극적으로 요구하는 것이죠. 몇 년 전부터 화장품 성분의 유해성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많은 업체들이 유해 물질을 뺀 화장품 만들기에 나서고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어떤 ‘규제’보다도 ‘지갑’을 쥔 소비자의 힘이 더 강한 법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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