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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호 "모든 책임지겠다"…검찰 수사 속도붙나

"자료삭제 지시 내가 몸통"…'윗선' 없나 규명 관심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이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증거인멸 의혹과 관련해 자료 삭제 지시와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주무관에 대한 2천만 원 제공 사실을 인정함에 따라 검찰 수사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이 전 비서관은 20일 오후 프레스센터 기자회견을 자청해 "자료 삭제 지시는 내가 몸통이다" "장 전 주무관에게 2천만원을 준 것도 사실이다"고 말하는 등 이 사건을 둘러싼 주요 의혹이 자신과 관련돼 있음을 인정했다.

이에 따라 이 사건을 수사중인 검찰로서는 공직윤리지원관실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삭제하라고 지시한 사람과 장 전 주무관에게 2천만원을 준 사람이 스스로 손을 들고 나온 셈이어서 이 전 비서관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해졌다.

장 전 주무관의 폭로에서는 검찰의 압수수색이 있기 이틀 전인 2010년 7월7일 최종석 당시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실 행정관으로부터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없애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것까지만 있었다.

이 전 비서관이 기자회견을 한 이날 장 전 주무관은 검찰에 출석해 자신이 폭로한 의혹에 대한 검찰 조사를 받고 있었다.

그러나 이 전 비서관은 '불법사찰 증거인멸'이 아니라 '국가 중요 정보의 유출을 막기 위한 자료삭제' 지시이고, 2천만원도 '입막음용'이 아니라 '선의'로 제공한 것이라고 밝혀 사실관계는 인정하지만 그 의도는 제기된 의혹과는 다르다고 주장했다.

향후 검찰 수사에서 진실 공방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이 전 비서관은 자신이 공직윤리지원관실 컴퓨터에 담긴 파일의 내용을 전혀 몰랐고 민간인 사찰과도 관련이 없기 때문에 증거를 인멸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2천만 원에 대해서도 업무와 무관하게 장 전 주무관의 경제적 어려움을 고려해 건넨 것이며 최근에 돌려받았다는 것이 이 전 비서관의 입장이다.

따라서 검찰 수사는 삭제를 지시한 목적과 돈을 건넨 의도를 밝혀 범죄성을 입증하는 쪽으로 향할 것으로 예상된다.

삭제 지시가 증거 인멸 목적일 경우 수사 방해에 해당하고 입막음을 위해 돈을 줬다면 위증 교사로 간주될 수 있다.

또 이 전 비서관이 "자료삭제에 관한 모든 문제는 내가 몸통"이라며 자신이 모두 지시했다고 밝혔으나 과연 '윗선'은 없었는지도 검찰 수사를 통해 밝혀져야 할 부분이다.

그러나 이 전 비서관이 "내가 몸통"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으면 설혹 윗선이 있더라도 검찰이 규명하는데 난항이 예상된다.

한편, 이 전 비서관은 이날 오후 5시30분 정각에 짙은색 양복을 입은채 화가 난듯한 무거운 표정으로 기자회견장에 들어섰다.

그는 20여분 가까이 분에 찬 듯 격앙된 어조로 미리 준비한 회견문을 읽어 내려갔다.

호통에 가까운 큰 소리로 연설하듯 말하기도 했다.

발언 도중에는 "제가 바로 몸통입니다. 몸통입니다" "어떠한 책임도 지겠습니다. 지겠습니다"고 하는 등 강조하고자 하는 부분에서는 문구를 반복해서 힘줘 읽기도 했다.

그는 자신이 국가발전에 최선을 다했고 가난한 어촌마을에서 태어나 어렵게 공부했다고 말하는 대목에서는 감정이 북받친듯 잠시 울먹이기도 했다.

회견이 끝난 후에는 '지시를 받고 기자회견한거냐'는 등 기자들의 질문 공세에도 일절 입을 열지 않은 채 "나는 노조위원장 출신"이라는 답만을 수 차례 남기고 회견장을 빠져나갔다.

그가 회견장을 나가는 과정에서 기자들과 심한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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