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면산은 지난해 산사태로 자신의 몸에 난 상처만큼 서울 강남의 자존심에도 깊은 생채기를 냈습니다. 혹자는 '강남의 몰락'이라고 평할 정도였습니다. 높이 293미터의 비교적 야트막한 산 하나가 대한민국에 많은 담론을 불러왔었죠.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그리고 그 담론들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입니다.
'우면산에 건설폐기물 처리장이 있다'는 제보는 그래서 귀를 쫑긋하게 했습니다. 당장 다음날 현장을 찾아갔습니다. 정말 있었습니다. 그것도 두 곳이나. 벌거벗은 몸으로 발 아래 처리장을 품고 있는 우면산이 애처로워 보였습니다. 처리장 안으로는 건설 폐자재 운반 차량이 쉴새 없이 들락거렸고, 처리장 한 곳에서는 정체모를 연기가 끝없이 피어올랐습니다.
한 곳은 1993년도에 허가를 받았고, 나머지 한 곳은 작년에 받았다고 합니다. 하여 지형지물을 살펴봤습니다. 이면도로를 사이에 두고 00운전학원이 있습니다. 그 위쪽으로 100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장애인 복지시설이 있고요. 더 위쪽을 타고 올라가면 산 정상이 나오는데 그곳에는 등산로가 길게 뻗어 있습니다. 정상에서 내려다보니 처리장은 자취를 감췄습니다. 아직 봄이 오지 않아 나무에 이파리 하나 없는데도 묘하게 가려졌습니다. 등산객 대다수 역시 처리장의 존재를 몰랐습니다. 작년, 새로운 처리장이 별다른 저항 없이 들어설 수 있었던 이유라고 생각됩니다.
'처리장은 주민들의 반대를 받아야 하는 곳'이라는 고정관념이 있었음을 털어놓습니다. 오죽하면 님비(Nimby-Not in my back yard) 현상, 즉 '내 땅에 유해시설을 들여놓을 수 없다'는 사회학적 용어까지 나왔겠느냐고 변명을 해봅니다. 그러나 무조건적인 반대에는 절대 동의하진 않습니다. 우리 사회가 토해놓은 배설물을 우리 사회가 치워야 하는 게 맞으니까요.
다만 그 과정에서 다양한 논의가 있어야 하고, 절차적으로 투명해야 하며 사후적으로 철저한 관리 감독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취재 결과 이 모든 부분이 엉성했다고 감히 말할 수 있습니다. 서초구청이 처리장에 허가를 내주기까지 얼마나 다양한 논의를 거쳤을까요. 구의회는 구정 감시 본연의 역할을 정말 잘 해냈을까요? 처리장에 대한 관리 감독은 또 어땠을까요.
기사에서 못다한 이야기를 하나 하겠습니다. 처리장에서 100미터쯤 떨어진 곳에 있는 장애인 복지시설 이야기입니다. 그곳에는 중증 장애인 20여 명이 머물고 있습니다. 직접 가서 보니 대부분 의사 표현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분들이었습니다. 장애인 시설 원장님이 하소연을 하더군요. 나오는 빨랫감은 많은데 도저히 밖에다 말릴 수 없다고 했습니다. 대형 건조기도 보여줬습니다. 처리장에서 나오는 먼지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처리장 주변에서 석면이 검출됐다는 얘기는 차마 하지 못했습니다.
너무 몰아가는 얘기일 수 있지만 만약에 말입니다, 장애인 시설이 있는 곳에 구청장의 가족이나 고위 공직자가 터를 잡고 살고 있다면 100미터 아래에 건설 폐기물 처리장이 들어설 수 있었을까요? 작년에 처리장 한 곳이 더 허가를 받을 수 있었을까요?
[취재파일] 우면산 뒤편에선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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