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복권은 도박일까 오락일까?

지난해 한 번이라도 복권을 사 본 사람은 국민 10명 중 6명(60.1%). 그럼, 로또 복권 구입자의 월평균 소득 비율은?

1. 400만 원 이하 32.8%
2. 300~399만 원 36.6%
3. 200~299만 원 19.7%
4. 199만 원 이하 9.5%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전국의 성인 남녀 1,01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95% 신뢰수준에 포본오차 ± 3.1% 포인트). 로또 복권을 사는 사람 중 69.4%가 월평균 소득 300만 원 이상이라는 거다.

복권위원회의 의도는 분명하다. 복권이 '도박'이라기보다는 '중산층의 오락'이라는 것이다. 때문에 복권은 최소한 우리나라에서 '빈자(貧者)의 세금'이라기보다는 '중산층의 추가 세금'이라는 거다. 일주일간의 '꿈'에 대한 세금. 복권위원회 관계자는 기자에게 "우리나라는 미국 등 다른 나라와는 달리 복권의 소득 역진성이 없다"고 설명했다.

알려진 대로, 미국 등 다른 나라에서 나타난 복권에 대한 태도는 정반대다. 미국에서는 "고졸 이하 학력자는 대졸자보다 4배 많이, 흑인은 백인보다 5배 더 많이 복권을 산다"(미국 도박 영향에 관한 연구위원회). 그래서 많은 나라에서 일반적으로 "복권은 세금을 더 걷어들이기 위한 겉치레이며, 희망의 부재에 대한 세금"(프랑스 경제학자 알베르 자카르도)으로 통한다.

                  



그런데 유독 우리나라에서 복권의 소득 역진성이 없는 이유는 뭘까? 아니 진짜 소득 역진성이 없는 걸까?

지난해 4분기 기준으로 2인 이상 도시근로자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27만 원. 이 기준에 따르면 복권구입자 소득분포 가운데 '300~399만 원'에 해당하는 36.6%는 도시근로자 가구 평균 소득 이하가 된다. '400만 원 이상' 구간에 속한 32.8% 중 상당수도 그럴 것이다. 그래서'우리나라 복권에는 소득 역진성이 없다'는 명제는 논란의 여지가 크다.

지난해 복권은 약 3조 1,000억 원 어치가 팔려나갔다. 발행 한도를 약 2,700억 원 초과했다. 로또 광풍이 한국 사회를 휩쓴 2003~2004년 이후 3조 원대 매출은 지난해가 처음이다. 2008년부터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가 복권에 발행 한도를 부여하기 시작했는데 발행 한도를 초과한 것 또한 지난해가 처음이었다. 지난해 하반기 사감위는 복권 판매액이 한도 초과가 확실해지자 복권 발행 중단을 권고하기도 했다.

복권위원회는 기본적으로 우리나라의 복권 발행 한도가 너무 적다고 본다. OECD국가에서는 평균 전체 GDP의 0.4% 수준에서 복권이 발행되는데 우리나라 복권 발행 규모는 GDP의 0.2%에 불과하다. OECD 국가 평균에 맞추려면 6조 원 정도는 돼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복권위원회조차 아무런 전제 없이 복권의 발행 한도 확대를 주장하는 건 아니다. 다른 사행산업 규모를 줄이고 상대적으로 중독성 등 사회적 병폐가 덜한 복권의 비중을 늘리는 게 바람직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사감위는 우리나라 사행산업을 카지노, 경마, 경륜, 경정, 복권, 체육진흥투표권(스포츠토토) 등 6가지로 분류한다. 가장 최근 통계를 보면 2010년 기준으로 카지노 매출은 2조 2,590억 원, 경마 7조 5,765억 원, 경륜 2조 4,421억 원, 경정 6,508억 원, 복권 2조 5,255억 원, 체육진흥투표권 1조 8,731억 원이다. 전체 사행산업 가운데 경마의 비중이 43.7%로 압도적으로 높고, 복권의 비중은 14.6% 정도다.

당장 올들어 3월 둘째주까지 로또 복권만 5,610억 원 어치가 팔려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1% 늘었다. 이런 판매 추세라면 올 하반기쯤 지난해보다 강력한 복권 판매 중단 권고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복권위 의도대로 사행산업 내 비중이 높은 경마 등의 비중을 낮추고 복권 발행한도를 높이는 방안은 검토해 볼 만하다. 하지만 다른 사행산업도 복잡한 이해 관계가 얽혀 있어 실행 가능성에는 의문이다. 그래서 복권의 발행 한도 확대만 논란이 되어선 안 되고 사행산업 전반에 대한 재설계가 필요해 보인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