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형수술을 해야겠다, 마음먹으신 분들에게는 참 불편한 이야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고심 끝에 병원을 골랐고, 꼼꼼히 상담까지 마쳤는데 괜히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는 피곤한 성형 분쟁 이야기라니. 생각하기 싫은 일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걱정은 또 있습니다. 의사와 환자는 서로 신뢰가 있는 상태에서 수술을 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일 텐데 마치 ‘성형 분쟁이 있기만 해봐라. 가만히 있지 않겠다’ 식의 준비 자세가 독이 되면 어쩌나 고민이 됩니다.
그래도 저는 이번 취재파일을 통해 만에 하나 있을지 모르는 성형 분쟁에 대비하는 소소한 팁에 대해 적어보려고 합니다. 저도 이 분야의 전문가는 아닙니다. 대신 현재 성형 수술로 의료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피해자들, 또 의료 소송 전문 변호사, 성형외과 협회, 보건복지부 담당자들로부터 많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아쉽게 방송 분량 상 이 모든 내용을 뉴스에서 소화하지는 못했지만요. 제 글이 의료 소송의 알파와 오메가요, 신통방통 정답을 달려주는 해답서는 아닙니다. 대신, 성형 수술을 포함한 의료 소송이 갖는 일반적인 어려움은 어떤 것이 있는지 또 수술 과정에서 어떤 것을 구비해 두면 도움이 되는지 등을 이해함으로써 의사와 환자의 관계가 돈과 미에 대한 집착으로 얼룩지지 않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의료 소송 쉽지 않다는 건 이미 알려진 구문입니다. 실제 저희 회사에도 어느 산부인과에서 아내가 분만을 하다 사고를 당했다거나, 아니면 디스크 수술하다가 심각한 후유증이 남았다는 등의 제보들이 많이 들어옵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면 너무 억울하고 속상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지만 취재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기자도 의학 분야에는 문외한이라서 막막한 의학의 벽 앞에 좌절하기 일쑤니까요.
전문가들은 의료 소송의 어려움을 이렇게 정리합니다. 먼저 전문성입니다. 전문성은 정보의 비대칭성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적어도 10여 년 이상을 의학 분야에 종사해 온 의사와 아무리 빠삭하게 정보 수집을 했어도 손에 메스 한 번 잡아본 적 없는 환자나 보호자는 지식 수준에서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워낙 아는 게 차이가 많은 상황에서 의학이라는 고도의 전문분야를 두고 다투게 되면 환자가 입는 상처와 타격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다음은 밀실성입니다. 수술 동의서를 쓰고 난 이후의 의료 행위는 수술실이라는 밀실에서 이뤄집니다. 주변에 수술을 보조하는 간호사 등이 있긴 하겠지만, 기본적으로 마취를 한 상태의 환자는 이 과정에서 일어나는 일을 알 수가 없습니다. 의사가 실수를 했다면 분명 수술 과정에서 일어났을 텐데 기억을 못하니 입증이 쉬울 리가 없죠. 의료 정보가 의료 기관에 모두 귀속되어 있는 정보의 편중성도 의료소송의 문턱을 높입니다. 문제가 생겨서 진료기록부를 요구해도 병원 측에서 불리한 부분을 빼고 준다거나 못 주겠다 버티면 난감합니다. 여기다 집단 이기주의라고 해서 의사집단이 다른 의사의 잘못에 대해 입을 다물어 버리면 환자는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고통 받는 상황에 놓이는 일이 많습니다.
성형수술이라고 이런 어려움에서 예외일 리가 없습니다. 수술은 치료를 위한 것과 미용 등을 위한 선택형, 두 종류로 나눌 수 있습니다. 치료를 위한 수술은 사고 등으로 인한 응급상황으로 상당히 긴급을 요하는 경우에 행해집니다. 치료하지 않으면 환자의 목숨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이 대부분이라는 이야기죠. 반면, 미용성형 수술은 긴급하다거나 필수적이라고 보기가 어렵습니다. 눈이 조금 더 컸으면 싶어서, 콧대가 조금만 더 높았으면 싶어서 하는 마음에 결정하는 수술이라는 의미죠.
이런 점에서 성형 수술 소송은 일반의료 소송보다 어려운 게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소송을 해서 얻어 낼 수 있는 성과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심장질환으로 흉부외과 수술을 해야 하는 환자가 있다고 하면 이 사람은 치료를 목적으로 수술을 받는 경우에 해당합니다. 수술의 난이도는 상당히 높을 수밖에 없어서 의료진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수술에 임한다 해도 간혹 좋지 않은 결과를 피하기 어려울 때도 있습니다. 장애가 심각하게 남기도 하고 숨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성형으로 대표되는 미용수술은 이와는 다릅니다. 가끔 마취 사고 등으로 인해 성형하다 숨진 사람들의 이야기가 세상에 알려지곤 하지만 이런 일 보다는 수술 부위에 대한 부작용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다수입니다. 쌍꺼풀 수술을 했는데 눈이 감기지 않는다거나, 가슴 수술한 부위가 딱딱하게 굳었다거나, 코 보형물이 비뚤어졌다든가 하는 고통 등입니다. 이런 부작용이 수술한 본인에게는 일상생활을 정상적으로 할 수 없을 만큼 스트레스를 받고 괴로운 일이지만, 장애 판정으로 이어지기는 어렵습니다. 즉, 수술 부위의 흉터나 괴사 등으로 인한 추상장애가 남는 경우가 많아 본인이 느끼는 손해금액보다 많은 판결금액을 받기 힘들다는 거죠. 소송을 해서 위자료라도 받으면 다행일 때가 많은 게 현실이라 기대하는 만큼의 충분한 배상을 받기 쉽지 않으니 소송으로 가는 일이 적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무작정 가만히 있을 수도 없는 노릇. 그래서 우리는 성형 수술 전에 이뤄지는 설명 과정에 주목할 필요가 생깁니다. 치료를 위한 수술의 경우 진료 예후나 부작용, 위험성 이런 것들에 대한 설명을 당연히 합니다. 하지만 목숨이 급박하면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수술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 게 현실입니다. 미용성형수술은 이와 다릅니다. 의사가 수술 방법에 따른 위험성이나 수술 후유증, 부작용 등에 대해서 아주 상세히 설명한다면 수술하기로 결심했다가도 포기할 사람들이 나옵니다. 성형 수술 하다가 마취가 잘못돼서 식물인간이 되거나 사망할 수도 있다, 유방 성형 수술 한 이후 괴사가 와서 한 쪽 가슴을 잘라낼 수도 있다 이렇게 충분히 설명을 들은 후 환자가 ‘그래도 저는 하겠습니다.’ 하고 분명하게 결정권을 행사했을 때만이 설명에 대한 책임을 면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따라서 수술 상담을 받고 동의서를 쓰는 과정에 좀 더 꼼꼼하고 신중하게 임해야 합니다. 의사는 당연히 충분한 설명을 하고, 환자는 문제점 등을 확인해 가며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고 결정하는 게 가장 좋습니다. 최근에는 상담 과정을 동영상 등으로 촬영하는 병원도 있다고 하는데, 만약 상황이 여의치 않다면 녹음을 하는 방법도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통신 비밀법상 제3자가 녹음을 하면 도청이 돼서 처벌을 받지만, 당사자 사이의 대화는 녹음해도 관계가 없으니까요. 이런 방법이 너무 지나친 의심 아니냐는 생각이 드시는 분들에게는 메모를 권합니다. 상담할 때부터 수술 방법이나 수술할 때 사용하는 마취약제는 무엇인지, 마취과 전문의는 있는지, 이 외에도 수술 이후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 등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따져 묻고 기록해 두면 만약의 상황이 왔을 때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설명 의무를 강조하는 판결도 나오기 시작했다는 점도 희망적입니다. 지난해 법원은 종아리 알통을 제거한다는 이른바 퇴축수술을 했다가 부작용이 생긴 한 여성이 의사로 상대를 냈던 소송에서 이 같이 판결했습니다. 피고인 의사는 원고인 피해여성에게 위자료 뿐 아니라 재산상 손해에 대해서도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요. 수술에 대한 설명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게 주된 이유였습니다.
수술 전과 수술 후의 사진을 포함한 진료 기록을 적극적으로 확보해두는 행위도 필요합니다. 수술 전엔 어땠는데 이런 상담을 통해 수술을 하고 났더니 이렇게 됐다. 의사 설명과는 아주 달랐다 등을 증명할 때 사용될 가능성이 크니까요. 제가 만난 한 여성은 처음에 서명했던 수술 동의서에는 부작용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는데, 나중에 문제가 생겨서 병원에 서류를 요구했더니 의사가 자필로 부작용을 추가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습니다. 이런 일이 생기면 일일이 필적 감정 등을 해 볼 수도 없는 노릇이니 미리미리 대비하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요즘은 병원을 다들 신중하게 고르고 가기 때문에 너무 당연한 소리가 될 수 있겠지만, 병원 간판 신중하게 살펴보는 것도 필요합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의과대학을 졸업한 이후 국가시험에 합격하면 진료를 할 수 있는 면허를 부여합니다. 의사 면허가 있으면 어떤 과목이든 진료를 하는데 지장은 없습니다.
하지만 환자들이 전문 자격을 가진 의사를 더 신뢰하는 경향이 강하고, 한 분야에서 오랜 수련을 거치면 거칠수록 아무래도 거치지 않은 사람보다는 더 많이 알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의사들의 90%는 전문의 자격을 따고 있다고 합니다. 전문의 자격증은 보건복지부가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병원 간판에 진료과목을 표시할 때도 지켜야 할 기준이 있습니다. 만약 제가 이비인후과 전문의 자격증이 있다면 저는 병원 간판에 최고운 이비인후과 전문의라고 표시할 수가 있습니다. 전문의가 아니지만 이비인후과 관련 질병도 진료를 볼 수는 있죠. 그럴 때는 최고운 의원 이라고 쓴 뒤 작은 글씨로 진료과목 이비인후과 이렇게 적어야 합니다. 이렇게 복지부가 인정하는 전문 진료 과목은 현재 26개로 분류돼 있습니다.
얼마 전 국제 성형외과 전문의라는 간판을 내 건 병원에서 수술을 했다가 피해를 입었다는 여성들이 인터넷에서 뜨거운 논란이 됐었던 적도 있는데, 국제 성형외과 전문의라는 말은 정부에서 인정해준 적이 없는 자격증이라는 점을 기억하셔야 합니다. 어떤 기관이 어떤 자격을 갖춘 사람에게 발급하는 자격증인지조차 모호한 자격증을 내세울 때는 한 번도 생각을 해보실 필요가 있습니다. 복지부는 특히 각 나라는 저마다의 보건의료제도를 운영하기 때문에 각종 면허나 자격은 해당 나라에서만 인정되는 거라고 밝혔습니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전문의 자격 같은 건 없기 때문에 '국제 성형외과 전문의'라는 표시는 법에 저촉될 여지가 있다는 겁니다. 병원 홈페이지 등에서 수술을 통한 드라마틱한 변신을 강조한다거나, 다른 병원에서 못하는 수술을 할 수 있다고 호언장담하는 곳도 조심스럽게 접근해 보실 것을 권합니다.
권리 위에서 낮잠 자는 자는 용서받지 못한다는 말을 기억해 봅니다. 성형 수술로 인한 피해를 입었다고 해서 무작정 배상을 받기 위해 소송을 하라는 말은 아닙니다. ‘예뻐지고 싶은 욕심이 화를 불렀다’는 손가락질을 받을까 두려워 침묵하면 할수록 피해자는 늘기 마련. 적극적으로 문제 제기를 하면 그 사건이 또 하나의 경고가 되어 사회 속에 퍼지고 이를 통해 사회적 조치를 이끌어 내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여러 가지 기억해 두면 좋은 방법들을 적긴 했지만 역시 가장 중요한 건 성형 수술을 선택하는 사람의 마음이라고 생각합니다.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얼굴이, 또는 자신의 몸매에 100점 만점을 줄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죠. 조금만 보수공사를 하면 좋아질 것 같은 마음 누구나 같을 겁니다. 그 마음을 이해하기 때문에 저는 성형 수술에 대해 손가락질 할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다만, 너무 무리한 욕심을 부림으로써 반드시 따져봐야 하는 중간 과정들을 생략해 버리는 실수를 하게 되고, 또 그로 인해 남은 인생을 후회로 사는 사람들이 줄었으면 하는 마음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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