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휴대전화 개통하면 현금"…조건 확인했더니

<앵커>

휴대전화를 개통하기만 하면 그 자리에서 100만 원 넘는 현금을 주겠다, 솔깃한 내용이죠. 휴대전화 보조금이 도를 넘다보니까 이런 광고는 물론이고, 다단계식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유혹까지 난무하고 있습니다. 과연 이걸로 돈을 버는 게 가능할까요?

정규진 기자가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기자>

서울의 한 전철역 부근에 내걸린 전단광고입니다.

휴대전화를 개통만 하면 120만 원을 바로 준다는 문구가 눈길을 끕니다.

[김덕무/서울 정릉동 : 정말로 그렇다고 하면 한 번 시도해 볼만하고 사용하고 싶습니다.]

이런 게 서울뿐 아니라 인천과 대전까지 곳곳에 걸려 있습니다.

과연 사실인지, 해당 판매점을 가보니 다른 말을 합니다.

[현금지급 광고 판매점 : 아버님들은 사모님이나 자녀분과 같이 개통하잖아요. 그렇게 해야 120만 원(을 주죠.)]

한 마디로 미끼용 광고입니다.

[휴대전화 판매점 : 120만 원 준다 해서 일단 오도록 하면 반은 성공하는 거 아냐. 장사가 아니고 그거는 사기지.]

이른바 휴대전화 딜러 모집을 이용한 판매수법도 유행입니다.

딜러가 되면 가입자를 소개할 때마다 수십만 원의 수수료를 준다는 건데, 여기에 조건이 붙습니다.

[휴대전화 딜러 모집 업자 : (무조건 4G핸드폰을 하나 개통해야 된다?) 해야되는 조건이다. 그래야지 판매점(딜러)이 되는 거라.]

그러면서 재택근무로도 한 달에 수백만 원을 번다고 유혹합니다.

이런 달콤한 유혹에는 함정이 숨어 있습니다.

딜러가 받는 수수료는 다름 아니라 소비자가 직접 매장에서 휴대전화를 구매했을 경우 받는 보조금이라는 겁니다.

보조금도 없는 휴대전화를 딜러한테 살 사람이 없기 때문에 정상적인 딜러 영업은 불가능한 구조입니다.

이미 딜러에게 휴대전화를 판 판매점은 손해볼 게 없습니다.

[휴대전화 딜러 : 가격도 비싸고 혜택도 없고 살 사람이 없죠. 인지도도 안 좋고 그러니까..]

이렇다 보니 딜러 밑에 딜러를 두는 일종의 다단계 형태가 등장했습니다.

계급을 총판, 도매업, 판매업으로 구분해 놓고 상위 딜러가 하위 딜러의 수익을 25%까지 가져갑니다.

[휴대전화 딜러 모집 업자 : (총판(상위딜러)이면 판매점(하위딜러)이 거의 수백 명쯤 되겠죠?) 총판이 되면 기본 1천만 원 이상씩 가져가요.]

돈이 부족한 대학생이나 판매 시스템을 잘 모르는 장년층이 주로 유혹에 빠집니다.

[한석현/YMCA 시민사회운동부 : 법체계 안에서 이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선 방송통신위원회나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자신의 일이라는 것을 자각할 필요가 있고요.]

보조금을 악용한 악덕 상술이 기승을 부리는 사이 휴대전화에 낀 가격 거품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앵커>

네, 이 문제를 취재한 정규진 기자 나왔습니다.

휴대전화 딜러의 다단계 조직, 많이 있습니까?

<기자>

네, 그렇습니다.

이런 다단계형 휴대전화 판매조직이 이미 4개나 됐습니다.

제가 취재한 곳은 자기 밑에 하위 딜러가 10명이면 중간 딜러, 또 중간딜러가 10명이면 상위 딜러로 승급하는 형태였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다단계 관련법으로 처벌할 수 있지 않나요?

<기자>

일단은 어렵습니다.

현행법상 다단계로 처벌하려면 판매원 조직이 3단계 이상이어야 하는데 이들은 보시면 총판에서 도매업, 도매업에서 판매업으로 2단계 밖에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개정법이 시행되는 8월부터는 3단계가 안 되더라도 후원방문판매 업체로 분류해서 규제가 가능할 전망입니다.

(영상편집 : 이승희, VJ : 김준호)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