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자를 매개로 정보를 전달하는 신문과 달리 방송은 영상과 음성으로 정보를 전달합니다. 때문에 효과적인 정보 전달 방식에 큰 차이가 있습니다. 숫자와 그래프가 범람하는 경제부의 특성상 내용을 잘 알아듣게 표현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통계청이 지표로 본 한국사회라는 자료를 내놨습니다. 통계청 담당은 아닙니다만, 담당 기자의 사정으로 당일 아침 리포트를 제작하라는 지시를 받았습니다. 단 '반드시 현장성을 살려야 한다'는 주문과 함께 말이죠.
통상 이런 기사는 컴퓨터그래픽(CG)과 자료화면을 활용해 기사를 씁니다. 그런데 현장성 있게 제작을 하라니요. 하늘이 노랗게 변하는 기분이었습니다. 1분 30초 동안 숫자로 그득한 통계 자료를 잘 표현하는 것만도 쉽지 않은데…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는 두터웠지만, 내용을 다 담을 수 없으니 기사에 담을 소재를 선별해야 했습니다. 얘기가 될만한 것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거기다가 현장성까지 살려야 하니 죽을 맛이었습니다.
여성의 대학 진학률이 높아졌다는 내용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초등학생이 줄었다는 내용도 있었습니다. 사실, 제 눈에 들어온 내용은 범죄율 유형이 바뀐 것이었지만 경제부 내용에 맞지 않아 보여서 고민을 좀 했습니다.
서울 시내 대학교에 무작정 전화를 걸었습니다. 최근 몇년 간 남녀 비율이 눈에 띄게 바뀐 곳이 있는지를 물었습니다. 오전이 꼬박 걸렸습니다. 다행히 한 군데가 있었습니다. 숭실대 글로벌 미디어 학부에 찾아가기로 했습니다. 급하게 점심을 먹고 초등학교를 수소문 했습니다. 서울에서 가장 규모가 작은 학교를 중심으로 전화를 돌렸습니다. 도심, 4대문 내에 있는 학교들이 해당됐지만 하나같이 취재를 거절했습니다. 이유인즉슨 자꾸 미니학교로 거론되는 것이 싫다며 학부모들이 강하게 항의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오후 3시가 다 되어 아현동의 한 초등학교가 섭외됐습니다.
교수님께 양해를 구하고 학생들의 자리 배치를 부탁했습니다. 감사하게도 부탁에 적극적으로 응해주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 번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부리나케 초등학교로 달려갔습니다. 빈교실을 둘러보고 교장 선생님과 인터뷰를 했습니다. 기사 얼개를 그리며 회사로 들어왔습니다. 오후 6시가 다 된 시간이었습니다.
기사를 쓰면서 CG를 그렸습니다. 평소보다 조금 늦게 CG실로 달려가서 내용을 맡기고, 데스크와 부장의 기사 검토를 마치고 녹음을 했습니다. 오후 7시가 넘어 편집실로 내려갔습니다. 각종 효과와 CG, 음향을 골라 넣느라 진땀을 흘렸습니다. 방송을 3분쯤 앞두고 가까스로 편집을 마쳤습니다. 하늘이 빙글빙글 돌더군요. 방송은 협업입니다. 짧은 시간에 센스있고 멋지게 촬영을 해 주는 선배, 급박한 시간에 CG를 그려주시는 선배들, 피아노를 치듯 키보드를 두드리며 그림을 붙이는 편집 선배가 아니었으면 절대 방송을 할 수 없겠지요. 많은 분들의 도움 덕분에 기사를 작성할 수 있었습니다.
어째… 현장성이 좀 느껴지시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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