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라는 나라, 딱 들으면 어떤 생각이 먼저 떠오르시나요? 저는 일단 눈 덮인 알프스가 생각나고요, 그러면 이어서 또 알프스 소녀 하이디가 자연스레 떠오릅니다. 그리고는 요들, 시계, 적십자 뭐 등등이 함께 연상되는데요.
얼마 전, 스위스로 가서 취재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주제를 제가 고를 수 있었는데, 제가 스위스에 대해 아는 것이라곤 저 정도였으니 뭐 뉴스에서 다룰만한 일은 별로 없겠다 싶었죠. 알프스, 하이디, 이런 것들은 이미 우리가 이런 저런 프로그램에서 워낙 많이 봤던 화면들이니까요. 그런데 하나 하나 자료조사를 하다 보니 제가 적잖이 무지했구나 하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다보스 포럼이라고 들어 보셨을 텐데요. 이 포럼에서 2년에 한 번, 예일대와 컬럼비아대 연구팀이 측정한 환경성과지수라는 것을 발표합니다. 영어로는 EPI라고 하는데, 국가별로 환경과 관련된 국민 보건 상태와 환경생태계의 활력을 평가한 결과입니다. 올해 우리나라는 이 지수에서 세계 43위를 기록했는데요. 그런데 바로 이 지수에서 2008년부터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나라가 스위습니다. 환경에 관해서는 어느 나라보다 앞서 나가고 있는 곳이란 이야기죠. 그만한 기술과 노하우가 있겠다, 그러니까 좀 시쳇말로 말하면 우리가 그 중에서 ‘뽑아먹어서’ 배울 것이 있겠다 싶었습니다. 스위스에 가서 하이디 말고도 만나야 할 사람과 볼 만한 것들이 더 있을 것이란 이야기죠.
우리 시청자들도 예전과 많이 달라져서 단순히 ‘선진국은 이런 것이 우리보다 나으니 따라해야 한다’는 식으로 보도해봐야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저도 국내에서 사전에 무엇을 찍고 무슨 이야기를 할지 결정하고 해외 출장을 나가는 것을 즐겨하는 편이 아니고요. 큰 줄기만 잡고 해외에 나가서 취재를 하다보면 ‘이 사람들은 이 문제를 이렇게 생각 하는구나, 우리가 지금 있는 장점에 이런 부분을 더하면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구나’라고 깨닫는 순간이 오는데요. 이런 흐름을 기사로 잘 풀어낼 수 있다면 높아진 우리 시청자들의 입맛도 맞출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일단 스위스로 떠나기 전, 두 가지 큰 줄기로 취재를 하기로 했습니다. 첫째, 세계적 흐름인 친환경에서 스위스가 다른 나라보다 앞서나가고 있다는데, 우리가 배울 점은 없을까 하는 부분이었습니다. 둘째, 스위스도 도심의 낡은 부분을 재개발을 통해 재생을 하는데, 우리와는 다른 부분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기존의 낡은 건물들을 부수지 않고 재활용하면서 가치를 높인다는 것인데요. 그 뒤에는 어떤 생각이 있는지 알고 싶었습니다.
서론이 길었는데요. 취재기를 시작하면서 이번 취재의 고민거리가 무엇이었는지, 왜 그런 주제를 정해서 취재를 했는지 설명을 하는 것이 우선인 것 같아서 먼저 이 부분을 풀어봤습니다. 다음에는 낡은 건물을 그대로 살린 재개발로 새 생명과 국제적 명성을 함께 얻은 취리히 시 서부 지역에 대해서 소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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