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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 충전소만 이용" 택시기사들 옥죈 비밀거래

<앵커>

기름 값이 뛰더니 LPG 가격도 다를 게 없습니다. 요즘 택시기사들 불경기라 손님은 없죠 LPG값은 오르죠, 여기에 문제가 하나 더 있습니다. 가스 충전소를 꼭 회사에서 정한 곳만 이용해야 한다는 겁니다.  

속 사정을 김수영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기자>

경기도 양주에서 법인 택시 운전을 하는 52살 박 모씨.

박씨는 가스가 떨어지면 근처 충전소가 아닌 시 외곽에 있는 회사 지정 충전소로 가야 합니다.

회사가 정한 곳에서만 정부가 주는 리터당 221원의 유가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박모 씨/택시기사 : 저 멀리서 한 10Km 정도 떨어진 장소에서도 일하다 가스 넣으려고 하면 지정 충전소로 가야 해요.]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유류 지원 카드가 다른 충전소에선 결제 자체가 안되기 때문에 박씨에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주유원 : 결제 안 됩니다. 택시기사 : 결제 안 돼요?]

손님없이 먼곳까지 하루 2, 3번씩 충전을 하러 오가다 보니까 한달에 10만 원 정도의 영업손실이 발생합니다.

[한번 왔다 갔다 하는데 5천 원 정도는 손해 본다는 생각이 들어요.]

양주시에는 현재 15곳의 충전소가 있지만, 박씨의 회사 택시들은 모두 지정 충전소 한 곳만 이용해야 합니다.

다른 지역도 마찬가집니다.

고양시의 한 택시 회사는 회사 근처에 저렴한 충전소를 놔두고 먼 곳에 있는 충전소를 유가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곳으로 지정했습니다.

[백모 씨/택시기사 : (지정 충전소 가격이) 리터당 평균 50원에서 60원 정도 비쌉니다. 수입 면에서 손해를 보고 있죠.]

기사들의 불만에도 불구하고, 회사가 가격이 싸고 접근하기 쉬운 충전소를 외면하는 건, 회사와 충전소 사이의 은밀한 거래 때문입니다.

[충전소 관계자 : 이자를 안 받고 그냥 (돈을 택시회사에) 빌려주는 거야. 무상으로 해주는 것이지. 대체로 이것은 쉬쉬하지.]

심지어 지정 충전소 가운데는 해당 택시 회사에서 직접 운영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국토해양부 유가 보조금 관련 지침에는 노사가 합의해야만 지정 주유소를 운영할 수 있도록 돼 있지만, 이런 지침은 결국 무시되고 있습니다.

택시회사와 기사들의 연료비 부담을 줄여주려는 유가 보조금 정책, 사업주들은 또 다른 돈벌이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서진호, 양두원, 영상편집 : 김경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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