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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캔 음료수도 유통기한이 있습니다"

제가 대학교 2학년때 있었던 일입니다. 학교에서 농구를 하고 잔뜩 목이 마른 상태로 농구공과 가방을 두려고 과방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테이블 위에 아주 시원해 보이는 캔 음료수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앞엔 선배들이 있었습니다. 너무나 시원해 보이는 그 캔 음료수를 손에 들고 "이거 마셔도 돼죠"라는 말을 내뱉으며 바로 시원하게 들이켰습니다. 그런데, 그 캔음료수에는 선배들이 핀 담배꽁초가 있었습니다. 선배들의 "어어어어" 하는 소리와 함께 이건 아닌데 하면서 자연스럽게 이상한 액체가 목으로 넘어가는 그 순간.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런데, 제가 마셨던 담배꽁초가 든 캔음료수와 같이 사람이 먹을 수 없을 지경에 이른 캔음료수를 먹었다는 이야기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맛이 이상해서 보니 곰팡이 덩어리가 나오고, 상해서 악취가 나거나 부유물이 떠다니고, 심지어 이런 캔음료수를 마시고 병원까지 간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런 어처구니 없는 피해를 본 소비자들은 똑같은 과정을 거칩니다. 답답하고 화난 마음에 제조업체에게 전화를 해서 따진 후, 제조업체에게 공분을 느끼는 과정입니다. 제조업체에게 돌아오는 대답은 마치 녹음기처럼 똑같습니다. "제조상에서는 문제가 없었는데 유통과정에서 생긴문제입니다." 순전히 제조업체 입장에서 보면 이 말도 틀린 말은 아닙니다. 만약 제조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면 문제가 있는 캔음료수가 생산된 날 같은 라인의 모든 제품에서 문제가 발생해야 하는데 그렇지도 않으니 유통과정에서의 문제라는 말도 충분히 논리적입니다. 그런데 소비자들은 무조건 제조업체에게 항의하니 제조업체 입장에서는 억울하기도 할 겁니다. 

그럼 유통과정에서는 뭐가 문제일까. 복잡하게 얽혀 있는 유통과정 어디에서 문제점을 찾을 수 있을까. 케이스마다 천차만별이겠지만, 한가지 눈에 띄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바로 암암리에 유통되고 있는 땡처리 캔음료수입니다. 유통기한이 얼마남지 않은 제품을 싼 가격에 넘기는 땡처리 캔음료수. 찾아가본 시장상인과 음료수 도매업자들은 하나같이 이 땡처리 캔 음료수의 존재를 알고 있었습니다. 이 땡처리 캔 음료수는 제조업체가 직접 유통시키기도 하고 대리점에서도 유통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개당 230원인 캔커피 땡처리 제품이 160원에서 170원 사이에서 유통되다 보니 나오면 여기저기서 바로바로 가져간다고 합니다. 



이 땡처리 캔음료수가 유통기한을 넘긴 제품이 아니기 때문에 이렇게 유통시키는 것 자체가 잘못이고 불법이라고 지적하기는 어렵습니다. 유통기한 전에 물건을 소진하면 전혀 문제가 없기 때문입니다. 시장 상인이나 도매업자들의 말에 따르면 이 땡처리 음료수는 주로 여관이나 주유소, 그리고 일부 자판기로 흘러들어간다고 합니다. 그런데, 여관과 주유소는 캔음료수의 수요가 거의 정해져 있습니다. 여관은 몇 개 방이 있으니까 하루에 필요한 갯수가 정확하게 나오고, 주유소도 하루 방문하는 손님의 숫자가 대략적인 평균적으로 형성돼 있습니다. 100명 오던 주유소에 갑자기 손님이 1명으로 줄어드는 경우는 매우 드문 경우일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제품을 가지고 와도, 처분에 대한 예측이 가능합니다. 그만큼 유통기한을 넘길 가능성이 낮습니다.

그런데 자판기는 상대적으로 불안합니다. 물론 자판기도 일정한 소비 패턴이 있을 겁니다. 하지만, 자판기의 특성상 한번 들어간 음료수는 장시간 있을 수 밖에 없고, 특히 관리가 부실한 곳에서는 유통기한을 넘기기가 쉽습니다. 심지어 제조업체가 직접 관리한다는 자판기에서 유통기한이 10달이나 지난 캔 음료수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자판기 업자도 장사가 안되는 곳에 있는 자판기에서는 유통기한을 넘길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자판기는 영세 개인사업자가 운영하는 만큼 싼 가격에 대한 유혹을 뿌리치기도 어려울 것으로 추측됩니다. 땡처리 제품 때문에 유통기한을 넘긴 음료수가 유통된다는 단정적인 관계성립은 어려울지는 모르지만, 이 땡처리 제품이 그 가능성을 높이는 것만은 부정할 수 없을 겁니다. 제가 취재 과정에서 만난 피해자 대부분은 대부분 자판기에서 상한 캔 음료수를 뽑았습니다.

저도 하루에 꼭 하나 이상은 캔음료수를 마십니다. 편의점에서 사마시던, 자판기에서 뽑아 마시던 하루에 한번 이상은 캔 뚜껑을 엽니다. 그런데 한번도 캔 음료수의 유통기한을 확인해 본 적은 없습니다. 확률적으로 상한 캔 음료수를 뽑아 마실 경우는 사실상 매우 낮습니다. 그래도 그 확률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소비자들을 불안하게 하고, 그 확률을 존재하게 하는 요소들이 있다는 게 문젭니다. 일단, 그 '재수없는 확률'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밑바닥에 붙어 있는 유통기한을 확인하는 습관을 길러야 겠습니다. 그리고 제조업체는 보이지 않는 곳에 적어놓은 유통기한 표시부터 잘 보이는 곳으로 옮기는 것 부터 개선의 노력을 시작해야 할 겁니다. 또, 암암리에 유통되는 땡처리 되는 제품에 대한 실태파악과 관리감독도 남겨진 과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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