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0년 2월 SBS 김윤수 기자가 썼던 취재파일의 일부다. 개인적으로 '정치인' 김무성과 '인간' 김무성을 잘 표현한 글이라 생각한다. 또 다시 그가 정치권의 화두로 떠오르면서 생각난 글이다. 김무성 의원은 당시 세종시 처리 문제를 놓고 박근혜 전 대표와 불협화음을 내고 있었다. 이에 앞서 '원내대표 추대 문제'를 놓고 당시 박 전 대표와 갈등을 빚었던 터라 그에겐 더욱 힘든 시기였다.
지난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당시 '박근혜 캠프'의 좌장으로 생사를 함께 한 사이였다. 하지만 이후 정치적 행보에서 두 사람은 번번히 부딪쳤고 이듬해인 2011년 5월, 박근혜 전 대표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김무성 의원이 원내대표직을 맡으면서 둘은 사실상 결별했다. 그의 이름 앞에 늘 붙었던 '친박계 좌장'이란 수식어 대신 비박(非朴)이란 낯선 단어가 따라 붙었다.
◈ 원내대표 취임… 친박과의 '결별'
그 뒤로도 관계 개선을 위한 움직임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나 번번히 무위로 끝났다. 일각에서는 한 번 배신한 사람은 절대 받아주지 않는다는 박근혜 위원장 때문이라고 했고 (박 위원장 쪽에서는 이런 주장에 대해 굉장히 불쾌해 한다) 다른 쪽에선 거친 말을 섞어 박 위원장을 표현했던 김 의원의 발언들이 불신감을 키웠다는 말도 나왔다. 어느 쪽인지는 알 수 없으나 하여간 두 사람 사이의 감정의 골이 얕지는 않았던 것 같다.
대면할 기회가 많지 않은데다 또 자리가 마련되더라도 자기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박근혜 위원장에게 민감하다면 민감한 이런 이야기를 듣기란 쉽지 않았다. 다만 김무성 의원쪽에서는 '좌장'이라 불린 그에게까지 수직적 관계를 요구해왔다는 불만이 있는 듯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조차 상도동 막내격인 김 의원에게 공개적인 자리에서는 민주화 투쟁을 함께 한 동지로 예우했던 것과 너무 대조적이라는 설명이다. 그래서 '좌장'은 없다는 박 위원장의 말이 그에게는 더 아팠는지도 모르겠다.
김무성 의원이 친박계란 이름을 벗어던지면서까지 원내대표를 맡은 배경에는 부친인 김용주 전 주일공사의 영향이 적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김 전 공사가 정치권에 들어와 맡은 직책이 원내총무였고 김 의원은 아버지가 걸었던 그 길에 대한 남다른 애정이 있었다고 한다. 한 보좌진은 "영감은 당 대표보다 원내대표에 애착이 더 강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원내대표를 맡은 동안 정치인 김무성은 활기가 있어 보였다. 직을 수행함에 있어 누구나 공과가 있게 마련이지만 성실히 임하고자 노력했던 부분 만큼은 평가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그에게는 나름 행복한 기간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1년의 임기가 끝난 그에게 돌아갈 곳은 없었다. 특히 선거를 코앞에 두고 혈혈단신인 그에게 5선은 쉽지 않은 고지였다.
◈ "다선(多選)이 죄인가"
"다선(多選)이 죄냐?" 대규모 물갈이설이 나돌던 올해 초 김무성 의원이 의원총회장에 있던 한 기자에게 던진 말이다. "죄는 아니죠."라는 대답이 나왔지만 결국 그에게도 다선은 멍에처럼 돌아왔고 컷오프라는 지역 선호도 조사에서 배제 대상에 올라갔다. 공천위 내에서조차 그의 부산 내 영향력을 고려해 공천을 줘야 한다는 의견이 개진됐지만 갑론을박만 더 크게 만들었다.
그에게 선택은 크게 2가지였다. 그냥 승복하거나 무소속 출마하거나... 친박 좌장에서 비박으로 다시 비박에서 야인으로 돌아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지역구민들에게 "마지막 도전입니다. 더 큰 일을 하겠습니다."라는 플레카드를 내걸었던 터라 의원실 내에서는 무소속 출마를 준비하고 있었다.
◈ "백의종군"… 좌장 복귀? 안쓰러운 무대(武大)?
하지만 기자회견에서 그는 예상 밖의 선택을 했다. 백의종군이었다. 기자회견 뒤 김 의원은 전화를 걸어와 "미안하다. 오보하게 만들어서..."라고 말했다. 회견을 4가지로 준비해갔는데 읽어내려가던 도중 도저히 이건 아니다 싶어 현장에서 바꿨다는 설명이었다. 발표 전날 그의 보좌진이 말했던 "김무성 다운 선택"이라는 말이 이것이었나 싶었다.
중진들은 '정치에서 낭만이 사라진지 오래'라고 말한다. 그의 선택을 놓고도 '친박 복귀를 위한 수순밟기'라든가 '당 대표로 가기 위한 포석'이라는 등의 정치적 해석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좌장' 복귀의 신호탄인지, 그저 주변에 휘둘린 안쓰러운 '무대'인지는 알 수 없으나 또 한 번 정치적 기로에 선 것만은 분명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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