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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창 전화에…" 100억 증발시킨 '기획부동산'

"고교 동창으로부터 걸려온 전화 한통이 기획부동산 사기의 시작인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13일 대전에 사는 주부 최 모(50)씨는 몇년간 모은 쌈짓돈 1억 원을 하루아침에 날린 심정에 대해 '눈물이 앞을 가린다'는 말로 대신했다.

서구 둔산동의 한 부동산 컨설팅에서 일한다는 동창의 전화 한 통만을 믿고 경기도 양평의 토지를 샀다는 최 씨는 "현장 확인을 하지 않았던 게 낭패의 원인"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믿을만한 친구에게 전화가 와 '나도 투자했다'며 권유하는 데 넘어가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며 "심지어 내게 전화해 준 동창도 수억 원을 날린 피해자"라고 전했다.

이 기획부동산 사기의 '검은 손'에 걸려든 이들은 200여 명에 현재까지 조사된 피해 금액만 100억 원이 훌쩍 넘는다.

경찰은 부동산중개업 무자격자로 밝혀진 이들이 '분할등기' 방식으로 큰 이득을 올렸다고 밝혔다.

분할등기란 토지를 작은 규모로 자른 뒤 이를 나눠서 분양하는 방식이다.

관련법에 따르면 200㎡ 이상의 용지는 소유자가 원하면 매매용 등기 분할이 가능하다.

사기범들은 특히 개발이 사실상 불가능한 땅을 사들여 다시 잘게 잘랐다.

수많은 '맹지'(진입로가 없어 개발이 어려운 땅)를 만든 것이다.

이를 사람들에게 되파는 과정에서 3.3㎡당 10배 이상의 폭리를 취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부동산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획부동산의 전형적인 수법"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획부동산 업자들은 구획정리가 완료된 것 같은 도면을 만들어 보여주며 분할등기가 될 것처럼 매수자를 속인다"며 "신문에 광고지를 껴 넣어 사람들을 더 현혹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경우처럼 무자격자가 부동산 거래를 중개한 뒤 분양 후 사업장을 폐쇄하거나 법인을 바꾸면 피해 회복이 쉽지 않다.

국토부는 개발구역의 토지에 투자할 때 홈페이지의 토지이용규제정보시스템 등을 통해 토지 정보를 확인하거나 공적장부 등을 통해 개발할 수 있는 토지인지 먼저 열람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국토부의 한 관계자는 "특히 토지를 공유지분으로 분리해 등기하는 경우에는 재산권 행사에 제약이 많다"며 "귀찮더라도 거액을 투자하는 만큼 계약할 때 소유관계를 반드시 파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대전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사기 용의자들의 신원을 확보하고 출국 금지를 요청한 상태다.

또 자금을 세탁한 정황이 있는지 조사하는 한편 구체적인 피해 규모에 대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대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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