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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23명은 시험도 안보고 합격?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회가 야심차게 내놓은 인적쇄신 방안, 새누리당 총선 공천의 '헌법' 현역 컷오프 여론조사가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회는 현역의원들을 여론조사를 통해 객관적으로 평가해서 순위를 매긴 뒤 25%를 공천에서 원천 배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스스로 불출마한 사람들은 제외하고 25%를 '컷오프' 시키겠다면서 그 규모는 32명쯤이라고 밝혔습니다.

현역 지역구 의원 144명에서 김형오, 이해봉, 안형환, 원희룡, 장제원 등 불출마 선언자 13명을 제외한 131명이 컷오프 대상의 모수가 된 것입니다. 그런데 정작 컷오프를 위한 여론조사는 93명에 대해서만 실시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습니다.

지난 11일 오후 서울 마포갑에서 공천에 탈락한 친이계 초선 강승규 의원이 기자회견을 열어, 당내 실무자로부터 증언을 녹취해 확보했다면서 컷오프 여론조사는 단 93명만 실시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저녁 6시 30분 정홍원 공천심사위원장이 5차 공천자 명단을 발표하기 위한 브리핑에서 강승규 의원의 주장을 확인하는 기자들에 질문에 "90여명으로 알고 있다"고 시인했습니다. '93명이 맞냐?'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컷오프 25%의 모수는 131명인데, 93명만 여론조사를 해 거기서 32명을 컷오프 대상에 올렸다니,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 답변이었습니다.

공천심사위원회 전체회의를 마치고 밤 8시, 권영세 사무총장이 예고도 없이 새누리당사 기자실을 찾아 기자간담회를 자청했습니다. '93명'에 대한 해명을 하는 자리였습니다.

권영세 사무총장의 설명을 풀어 보면 이렇습니다. '전체 지역구 현역 144명 중 불출마자 13명을 제외한 131명이 비대위가 정한 컷오프 25%의 모수였다. 그래서 탈락 현역수는 공천심사 전부터 32명으로 정해져 있었다. 그런데 현역의원 한 명만 공천신청을 한 단수후보 지역 16곳은 컷오프 여론조사 항목 중 당내후보간 경쟁력 지수를 산정할 수가 없다 그래서 조사대상에서 제외했다.'  그러면 131-15=116명입니다. 그래도 23명을 왜 뺐는지 의문이 남습니다.

이에 대해 권 사무총장은 '경쟁력이 현저히 우위에 있거나, 지역구의 분구.합구로 여론조사가 안되는 지역을 추가로 더 빼서 93곳만 여론조사를 한 것'이라면서 '이는 비대위가 공천위원회에 부여한 재량권'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경쟁력이 현저하거나'에 해당되는 의원들의 명단을 공개해달라는 기자들의 요구에는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그렇다면 지역구 합구 등으로 조사가 어려웠다는 여상규, 정병국, 이범관 의원, 또 당에 공천 여부 결정을 일임해 조사에서 제외했다고 밝힌 홍사덕, 홍준표 의원 등 5명을 제외하면, 17명은 누구인지 명확인 기준이 뭔지 아직까지 알 수가 없습니다.

이 가운데 일부는 1차로 실시된 지역구 같은 당 예비후보간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2위 후보와 20% 포인트 이상 격차를 벌인 경쟁력이 월등한 것으로 분류된 현역의원들일 수 있습니다.  

현역 컷오프 여론조사는 이렇게 구성됩니다. 지역구에서 현역 의원을 또 뽑겠는가를 묻는 '교체율'(50%반영)과 같은 당 예비후보 2위와 지지율을 겨루는 '당내경쟁력'(25%), 상대당 유력후보와 지지율을 겨루는 '외부경쟁률'(25%)를 합산해 지수로 표현합니다. 이 같은 사실도 11일 공천에서 탈락한 이종혁 의원이 권영세 총장에게서 자신의 컷오프 지수 환산결과를 직접 받았다면서 기자들에게 공개해 처음으로 정확히 알게 된 것입니다.

또 납득하기 힘든 것은 이같은 자기 '성적표'를 친박계 이종혁 의원은 받았다는데, 강승규 의원이나 진수희 의원 등 대부분의 친이계 의원들은 받지 못했다고 주장합니다. 진수희 의원은 이재오 전 장관이 나서서 권영세 총장과 통화를 했고 자신에게 전화를 해서 공천 탈락 이유를 설명해 주겠다고 권 총장이 이 전 장관에게 약속해 놓고서도 자신에게 설명은 커녕, 자신의 문자 메시지에 응답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93명만 컷오프 여론조사를 했다'고 처음으로 주장한 강승규 의원은 공천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과 공천무효 소송을 함께 내겠다고 밝혔습니다. 강 의원은 "93명만 대상으로 한 컷 오프 여론조사도 단 4-5시간 만에 졸속으로 이뤄진 정황이 있다면서 여론조사 자체가 조작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사람이 사람을 객관적으로 평가한다는 것, 공정하게 평가한다는 것, 그 어떤 잣대로도 100% 가능하겠습니까마는, 제가 기자이기 이전에 한 유권자로서 새누리당의 현역 컷오프 여론조사는 논란이 되기에 충분하다는 생각입니다.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은 친이계들의 '보복 공천, 친이계 학살'이라는 주장에 대해 "공천이 마무리되면 다른 말들이 나올 것"이라면서 친이 친박 없는 시스템 공천을 강조하며 영남권에서 친박계의 대거 물갈이를 시사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영남권 핵심 지역 공천은 차일 피일 미뤄지고 있는 분위깁니다. 대구의 이한구, 서상기, 이명규, 주성영, 주호영, 배영식 의원에 대해 공천 결정이 보류된 상황이고, 부산의 김무성 안경률, 허원제 의원도 설만 무성할 뿐입니다.

컷오프가 정홍원 공천위원장의 말 대로 헌법이라면, 컷오프 대상자들의 명단을 공개하고 공천 심사 과정에 상관없이 그들에 대해 공천 탈락 발표를 하면 그만입니다. 그 다음에 그 지역구 다른 예비후보들을 놓고 경선을 할지 아니면 아예 인재영입을 할 전략지역으로 선정할지 결정하면 됩니다.  헌법처럼 지켜야 해서 반드시 탈락 시켜야할 32명이라면 왜 그렇게 하지 못합니까? 당안팎에서는 누구는 컷오프 대상인데 살았다더라, 누구는 컷오프 대상도 아닌데 잘랐다더라 온갖 설만 무성합니다. '철통 보안'이 설만 무성하게 만든다면, 그 또한 무엇을 위한 '철통보안'인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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