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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컷오프 룰'에 발목 잡힌 새누리당 공천?

새누리당 공천 과정에서 현역의원 25% 배제를 위한 이른바 '컷오프 룰'이 또 다시 공정성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첫 번째 논란은 일부 현역 의원이 공천위원회 재량에 따라 '컷오프' 여론조사 평가대상에서 시작부터 제외됐다는 겁니다. 만약 논란이 사실이라면 파장은 만만치 않을 전망입니다. 정홍원 공천위원장이 "헌법과 같다"며 "정치적 고려나 예외는 없다"고 선언한 컷오프 룰에 대해 공천위 스스로 자의적 판단을 한 셈이기 때문입니다.

공천에 탈락한 새누리당 강승규 의원이 이 같은 논란에 불을 지폈는데요. 공천위가 현역의원 93명에 대해서만 컷오프 여론조사를 실시했다는 것입니다. 당초 현역 144명 가운데 불출마와 단수후보 지역 현역 의원 15명 등 28명을 제외하면 대상자는 116명인데 이보다 23명이 적다는 것이 강 의원의 설명입니다. 강 의원은 이 같은 의혹을 입증할 당 관계자의 녹취까지 가지고 있다면서 공천효력가처분 신청과 무효 확인 소송까지 제기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권영세 사무총장이 이에 대해 “공천위원들의 합의하에 빠진 것”이라면서도 “명단을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혀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일부 공천 탈락자들도 앞서 컷오프 여론조사가 실시되기도 전에 공천 결과가 발표된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 바 있어 강 의원 외에도 다른 의원들의 문제제기가 잇따를 것으로 보입니다.

공천위가 컷오프 자료를 공천 탈락자들에게 직접 공개한 것도 또 다른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친이계 좌장 이재오 의원은 지난 8일 기자회견을 통해 자신의 측근 의원들이 공천에서 배제되자 “보복 공천을 하지 말라”며 “‘25% 컷오프’ 자료를 공개하라”고 촉구한 바 있는데요. 당시만 해도 당내에서는 이 의원의 발언 취지에 대한 판단과는 별도로 컷오프 자료 공개 요구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습니다. 과거 공천 자료가 당사자들에게 직접 공개된 사례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의원을 비롯한 공천 탈락 의원들의 요구가 거세지자 공천위는 당사자들에게 개별적으로 전화하거나 자료 열람을 허용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당초 의원 개인의 명예와 관련이 있다면서 공개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뒤집은 것입니다. 자료 공개를 통해 당사자들이 공천 결과를 받아들이면 공천의 갈등과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의도였습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공개된 컷오프 자료는 탈락자들에게 반발의 근거만 됐습니다. 공천에 탈락한 이종혁 의원은 권영세 사무총장으로부터 받은 자신의 컷오프 자료라며 관련 내용을 오히려 언론에 공개했습니다. 자신이 분석한 내용을 근거로 “컷오프 잣대가 불합리하다”며 재심까지 공식 요청한 상태입니다. 컷오프 자료를 건네받은 다른 의원들도 각자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더구나 컷오프 자료마저 받지 못한 공천 탈락자들은 자신의 탈락 이유조차 알지 못해 반발이 더욱 거세지고 있습니다. 공천 탈락 이후 컷오프 대상인지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었던 진수희 의원은 “공천 탈락에 대한 납득할 만한 자료와 설명을 요구했지만 공천위로부터 전화 한통 없었다”며 “재심 청구에 대한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나가라는 뜻으로 받아들인다”며 탈당 가능성까지 시사했습니다. 결국 컷오프 자료 공개가 공천위의 의도와는 달리 이래저래 공천 탈락자들의 반발만 가중시킨 셈이 됐습니다.

물론 '25% 컷오프 룰'이라는 제도가 위기에 빠진 새누리당이 개혁 공천을 하기 위한 안전핀 역할을 했다는 부분에 동의합니다. 일정 비율 이상의 현역의원 물갈이는 한 정당의 총선 승리 여부를 떠나 현재 국민에게 철저하게 외면 받고 있는 정치권이 선택해야 하는 최소한의 기준이라는 점도 인정합니다. '컷오프 룰'로 촉발된 공천 탈락자들의 반발도 의외로 쉽게 묻혀버릴 수 있습니다. 공천에 탈락한 친이계 인사들은 18대 총선 당시 '박근혜'라는 구심점이 있었던 친박계 인사들과는 입장이 다르고, 공천에 탈락한 이른바 친박 의원들은 공천 결과에 반발하면서도 무소속으로 당선된 뒤 반드시 당으로 돌아오겠다고 앞 다퉈 선언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 중진 의원은 "공천위는 총선 승리를 위해 고도의 정치적, 전략적 고려를 하는 곳이지, 후보를 기계적으로 찍어내는 공장이 아니"라고 지적했습니다. 수도권에서 공천이 확정된 재선 의원도 "남들 보기에 공천만 예쁘게 하면 뭐하냐"며 "이번 공천도 총선 결과로 평가받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결국 '컷오프 룰'이 상징하는 이른바 '시스템 공천'의 결과는 다름 아닌 총선 성적표로 드러날 것입니다.  이번 총선에서 '시스템 공천'을 통해 탈락한 현역 의원들과 함께 새롭게 등용된 인사들의 향후 행보가 주목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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