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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회사 '약 떠넘기기'…영업사원 자살까지

<8뉴스>

<앵커>

제약회사들이 영업사원에게 약을 떠넘기는 폐해가 점점 심해지고 있습니다. 견디다 못한 영업사원이 수천만 원 어치 약을 끌어안고 목숨을 끊는 일까지 생겼습니다.

정경윤 기자가 그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기자>

제약회사 영업직 10년차 최 모 씨의 자택입니다.

집안 곳곳에 약 상자가 쌓여 있습니다.

베란다에 2000만 원, 작은 방에도 2000만 원 어치나 됩니다.

[최 모 씨/A 제약회사 영업사원 : 종류가 80가지가 넘습니다. 꽉 찼죠, 뭐.]

약국에 팔지 못했거나 반품된 약들을 회사가 아닌 영업사원 집에 보관하는 겁니다.

회사가 정해준 한 달 약 판매 목표은 4100여만 원, 하루 평균 150만 원 어치의 약을 팔아야 합니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목표지만, 거부하면 인사상 불이익이 뻔해 영업사원은 스스로 약을 사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연봉 4000여만 원보다 쌓아 놓은 약값이 더 많습니다.

[팀장 얘기를 들었어요. 집에 1억 원 어치 (약상자)가 있고 빚이 있다더라고요.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중간에 확 깨고, 직원들은 마감 스트레스를 받고 있어서 건강도 안 좋아졌어요.]

집에 쌓인 약을 팔지 못하면 고스란히 빚이 늘어나는 구조입니다.

제약회사 직원들이 약을 떠안는 관행은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입니다.

지난해 11월에 자살한 한 제약회사 신입사원의 집에도 2000만 원 어치의 약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습니다.

[이 모 씨/B 제약회사 영업사원 : (회사는) 무조건 목표량 100%를 채우라고 하기 때문에 자기 카드를 긁게 되는거고… 매달 악순환이 반복되는 거예요.]

제약회사들은 영업사원들에 대한 실적 강요는 지나친 게 아니라고 항변합니다.

[제약회사 관계자 : 목표 때문에 문제가 일어난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 사람마다 차이가 있겠죠. 같은 목표량이라도 어떤 사람에게는 많게 느껴질 수 있을 거고….]

[권순원/숙명여대 교수 : 자신들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을 근로자들에게 전가하는 행위라고 우리가 정의할 수 있고, 그것은 부당한 비용의 외부화라고 할 수 있겠죠.]

제약회사들이 신약 개발보다는 복제약 판매에만 치중하는 한 영업사원들의 비애는 근절되기 힘든 현실입니다.

(영상취재 : 조창현, 최준식, 영상편집 : 박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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