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땜질식 대응이 중국 탈북자 문제 키웠다

"눈치보기 정책 벗어나 진정한 외교력 강화해야"

최근 중국 내 탈북자 문제에 국내외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지만 중국 정부는 아직 탈북자의 체포나 강제 북송설에 대해 우리 정부에 확인조차 해주지 않고 있다.

중국 정부로부터 '사실 확인'도 안되다 보니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국제협약상의 강제송환 금지원칙을 적용하라고 촉구하는 것 외에 우리 정부의 대응 수단은 사실상 없는 것이나 진배없다.

2009년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 북한군에 억류된 자국 언론인을 데리고 당당히 나왔던 것과 비교하면 정부 고위당국자가 지난 6일 `무력감'이라는 표현을 쓴 것이 이해가 되는 상황이다.

정부가 이처럼 사실상 속수무책의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은 그동안 탈북자 문제에 대해 이른바 '조용한 외교'라는 기조를 토대로 땜질식 처방에 의존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탈북자 문제가 생길 때마다 사안별로 중국과 양자 협의를 통해 문제를 풀다 보니 매번 중국에 특별한 고려를 요구하는 입장에 서게된 것이다.

물론 정부의 조용한 외교 기조는 탈북자 문제의 성격과 북중 관계를 고려할 때 중국에 대한 공개 압박보다는 중국과의 물밑 협의가 한 명의 탈북자라도 한국으로 더 데려오는 데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외교부측은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방식은 평소에 잘 작동하다가도 어느 순간 중국이 비협조적으로 나오면 언제든 협의가 불발될 수 있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가령 2000년 발생한 탈북자 7명 북송 사건이 단적인 예다.

중국은 당시 자국 영토를 거쳐 러시아로 밀입국했다가 체포된 탈북자 일행을 러시아로부터 인계받은 뒤 북송했다.

이들은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로부터 난민으로 인정된 상태였고 중국도 처음엔 인도적 처리 방침을 밝혔으나 결국 강제 송환됐다.

이 사건으로 외교부 장관이 경질됐다.

그러나 정부의 기조는 바뀌지 않았고 외교 실패도 반복됐다.

중국은 2004년에도 구류소에 있던 탈북자를 강제 북송했다.

우리 정부의 항의에 중국측은 '자유의사에 따라 송환했다'고 주장했다.

또 2005년에는 중국 내 국제학교에 진입한 탈북자 일행이 강제 송환된 사실이 중국측으로부터 확인되기도 했다.

이번에 탈북자 문제가 불거진 것도 중국의 비협조 때문이라는 점에서는 과거와 같다.

그러나 이번에는 특별 사안에 대한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외교 소식통 등에 따르면 2009년 이후 중국의 탈북자 정책이 강경해지면서 중국 내 탈북자들의 한국행(行)이 전반적으로 막힌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재중공관에 있는 탈북자들은 최근 1년 사이에 한 명도 한국으로 오지 못했으며 탈북한 국군포로의 가족은 3년째 공관에 갇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의 체제 안정성에 대한 우려로 중국의 태도가 돌변하자 결국 공관에 있는 국군포로의 가족조차 데려오지 못할 정도로 정부의 조용한 외교식 접근법이 한계를 노출한 것이다.

정부가 처음부터 단추를 잘못 채웠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탈북자 문제가 처음으로 이슈화됐던 러시아 사례와 비교할 때 이런 점이 더 두드러진다는 지적이다.

1994년 전후로 러시아 내 북한 벌목공의 귀순 문제가 논란이 됐을 때 한러 양국은 다각적인 외교 협의를 통해 인도주의 문제로 해당 사안을 다루기로 합의했다.

이후 2000년 탈북자 7명 북송사건을 계기로 러시아에서는 유엔HCR을 통한 탈북자의 제3국행(行) 모델이 정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과 러시아간 탈북자 상황이 크게 다르다는 현실에 기초한 것이기는 하지만, 러시아와는 초기부터 탈북자 문제를 인권 문제로 분명히 한 결과 탈북자로 인한 양국간 외교갈등이 발생하지 않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정부의 조용한 외교는 결국 사건이 발생한 뒤 수습하는 것"이라면서 "이 때문에 중국에서 한반도 정책을 자문하는 전문가조차도 아직 탈북자 문제의 본질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정부는 중국의 정책담당자와 전문가에게 탈북자 문제의 본질을 알리고 중국의 변화를 선제적으로 유도하는 외교적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눈치보기와 여론 눈치보기로 일관하는 외교부의 탈북자 정책이 근본적으로 개선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인 셈이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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