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은 잔인한 달이다. 총선이 있는 해, 여의도 바닥의 4월은 더욱 그렇다. 주요 정당의 당사 앞마다 자발적인지 동원된 건지 알 수 없는 사람들이 항의 시위를 벌이고 공천에서 탈락한 의원들은 지도부를 찾아가 항의하며 울분을 토한다. 일부는 조용히 재심을 신청하기도 한다. (하지만 적어도 내 기억에 재심 요청이 받아들여졌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언론보도는 이런 여의도 정가의 분위기를 그대로 대변한다. '피바람', '공천 학살' 같은 문구들이 흉흉함을 더한다.
◈ 새누리당 현역의원 탈락률 26.5% (9일 현재)
새누리당의 공천이 중반전을 넘어섰다. 지난 9일 현재 전체 246개 지역구 가운데 54.8%인 135곳의 공천이 확정됐다. 당이 공천자를 정하는 전략공천 지역도 35곳 선정됐다. 45곳에서는 경선도 치러진다. 이제 남은 곳은 66곳이다. 이 와중에 친이계 의원 18명이 탈락했고 친박계 의원 7명도 고배를 마셨다. 공천 작업 절반이 끝난 지금 살아남은 현역의원은 69명으로 현역 탈락률은 26.5%(25÷(69+25)×100)를 기록중이다.
갈 곳 잃은 의원들의 선택도 가지가지다. 깨끗이 불출마를 선언하는가 하면 탈당해 복수의 칼을 갈며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기도 한다. 또 일부는 신당 창당을 모색하거나 무소속 연대를 추진하기도 한다. 한마디로 각자도생(各自圖生)이다. 하지만 아직도 상당수 의원들은 "좀 더 생각해보겠다"며 망연자실한 모습이다. "나만은 아니겠지"하다 들이닥친 냉혹한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분위기다. 3년간 머무는 중·고교 생활도 졸업할 때면 아쉽기 마련인데 4년씩 일하던 곳에서, 그것도 타의에 밀려 나가야 한다면 서럽기도 할 것 같기는 하다.
◈ 각자도생(各自圖生)… 이합집산(離合集散)
어쨌든 공천을 받지 못한 의원들의 지역구 지키기가 시작됐다. 큰 줄기 중 하나는 대규모 탈당을 통한 신당 창당이다. 제각기 관측은 다르지만 새누리당에서 물갈이가 최소 25%는 넘을 게 확실한 만큼 이들 가운데 3분의 2 이상이 탈당한다고 가정하면 교섭단체 구성을 위한 20명은 충분히 넘길 수 있을 걸로 보인다. 물론 이들이 하나의 세력을 규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다만 낙천자 규모가 갈수록 늘어나면서 조직적인 대규모 회동이 이뤄질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수도권 낙천 의원들은 공천 작업이 마무리 되는 다음 주쯤 교섭단체 구성이 가능한 신당을 띄운다는 구상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친이계 중진들이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파괴력이 커질 수도 작아질 수도 있다는 게 국회 안팎의 분석이다.
과거 구심점을 축으로 한 연대설도 나온다. 우리 나라 정계의 양대축이었던 동교동·상도동을 중심으로 한 세력화다. 현재 동교동계에선 민주동우회가, 상도동계에서는 김덕룡 전 의원이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들 두 세력이 손을 잡을 수 있다. 하지만 '신선함'이 떨어진다는 게 약점이다. 유권자들의 눈에 "언제적 ○○○인데…"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보수성향의 중도신당인 박세일 대표의 '국민생각'도 변수다. 이미 전여옥 의원이 새누리당을 탈당해 국민생각에 합류했다. 국민생각 측은 조만간 대규모 영입을 장담하고 있다. 무소속 출마에는 한계가 있고 총선이 한 달 남짓 남은 상황에서 신당 창당도 물리적으로 힘들다는 논리다. 한편으로는 자유선진당과 교섭단체 구성을 목표로 총선 연대를 추진하고 나섰다.
◈ 공천 떨어져 잔인한 달… 4월
탈당 후 무소속 출마도 잇따르고 있다. 강원도 춘천 출신의 친이계 재선인 허천 의원에 이어 친이계 4선으로 국회 부의장을 지낸 인천 남동갑의 이윤성 의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여기에 장광근, 유정현 의원도 재심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무소속 출마에 가세할 기세다. 세력화에 단기필마 출전까지... 바야흐로 춘추전국시대가 열린 셈이다.
공천이 막바지로 치달을수록 혼란은 더해갈 것이다. 정치인에게 '빼앗긴 지역구' 만큼 추운 곳은 없다. 4년 뒤 봄이 돌아올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향방을 가늠할 수 없는 표심은 당사자를 더욱 애타게 할 뿐이다. 공천 탈락한 정치인에게 4월은 이래 저래 잔인한 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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